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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 Copy – Zonoscope – Modular Recordings, 2011

 

향락의 홍수

흔히 컷 카피(Cut Copy)를 호주 멜버른(Melbourne) 출신의 ‘댄스록 밴드’라 부른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댄스록 밴드이기 이전에 1980년대 뉴웨이브 음악을 누구보다 충실히 따르는 복고주의자다. 데뷔작 [Bright Like Neon Love](2004)와 [In Ghost Colours](2008)를 통해 컷 카피는 뉴웨이브, 일렉트로팝, 포스트 펑크 등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과 개성을 한데 모아 뽐낼 줄 아는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In Ghost Colours]는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한 신스 사운드가 매력적인 음반으로, 수많은 비평 매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이를 의식하기라도 한 듯, 이들은 지난 3년간의 고민과 성과를 자신의 중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Zonoscope](2011)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묵직한 베이스와 퍼지 효과의 기타 리프가 만들어내는 펑크튠, 디스코 비트와 신서사이저 음색을 적절히 배합한 음악은, 여전히 컷 카피가 표방하는 1980년대 신스팝 분위기를 잘 살린다. 또 컷 카피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을 ‘우우우’ 코러스와 수수하고 담백한 보컬, 그리고 몽환적인 무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들다운 음악적 개성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전작과 뚜렷이 구분되는 점은, 바로 ‘감상용’ 뉴웨이브 음악으로서의 제 역할을 가뿐히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Heart on Fire”와 같이 경쾌한 분위기 대신 검소하고 안정된 멜로디, 간결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비트를 추구했다는 점이 이번 음반의 주요 특징이다. 때문에 조잡하게 얽혀 귀를 괴롭히는 비트보다 편안한 분위기에 단순한 멜로디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번 음반이 레트로의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자신들이 동경하는 것들을 잘 ‘잘라서’ 감각 있게 ‘붙여 넣을’ 줄 아는 모방의 귀재다운 모습이다.

“Strange Nostalgia For The Future”, “This Is All We’ve Got”, “Alisa” 등이 가져다주는 몽롱한 분위기의 트랙들을 지나 가볍게 멜로디의 층을 오르락내리락하는 “Hanging onto Every Heartbeat”를 거치면, 약 15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Sun God”을 만난다. 이 곡은 그 길이에서도 예측되듯이 앨범을 통틀어 컷 카피가 지향하는 음향적 개성과 아이디어가 모종의 욕심과 결합하여 가장 집중력 있게 만들어진 것처럼 들린다.

[Zonoscope]는 향후 컷 카피가 발매할 뛰어난 음반들의 중간 결과물쯤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시도 대신 기존의 태도를 바탕으로 빚어낸 음악이 그것을 부분적으로 증명한다. 한편 하우스와 댄스록 중심의 [In Ghost Colours]를 통해 컷 카피의 팬이 된 청자라면 자칫 이 음반은 평범하고 지루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과거 뉴웨이브 음악에 대한 수용성과 접근성을 높여 보다 안정적인 음악을 꾀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레트로의 트렌드는 지독한 감기처럼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그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여기, 레트로의 매우 좋은 예가 또 하나 탄생했다.20110218 | 김민영 cutthecord@nate.com

8/10

수록곡
1. Need You Now
2. Take Me Over
3. Where I’m Going
4. Pharaohs & Pyramids
5. Blink And You’ll Miss A Revolution
6. Strange Nostalgia For The Future
7. This Is All We’ve Got
8. Alisa
9. Hanging onto Every Heartbeat
10. Corner of The Sky
11. Sun God

관련 사이트
컷 카피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cutco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