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센치(10cm) – 1.0 – 미러볼뮤직, 2011 야한 남자의 순정 ‘2010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 ‘민트페이퍼’, 그리고 KBS 라디오 프로그램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이 한결같이 ‘2010년의 신인’으로 지목한 이름은 바로 십센치(10cm)다. EP 앨범이 나오기도 전에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라는 곡으로 공연장에서 유명세를 쌓기 시작하더니 곧 “아메리카노”가 인터넷 상에서 확산되어 큰 히트를 기록했고, ‘라디오천국’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게 되면서 이들은 대세를 굳히게 된다. 십센치가 이토록 빠르게 입지를 다진 데에는 기타∙젬베∙보컬의 탁월한 리듬감이 자아내는 노래의 감칠맛, 단출한 멤버 및 어쿠스틱 악기 구성으로 실내외 전천후 공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깨알 같은 가사로 대표되는 예능감 등의 요소가 작용했을 것이다. 사글세 내고 돈 없을 때 밥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허세의 진정성, 그 보편적인 정서를 공략했던 것도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 그러한 ‘히트 3단 콤보’를 완성시킬 만한 트랙이 있는지 우선 궁금해지지만, 그러한 튀는 싱글 대신 찾을 수 있는 건 더욱 꼼꼼해진 편곡과 악기 구성이다. EP가 어쿠스틱 기타와 젬베를 중심으로 방에서 녹음하고 믹싱한 결과물이었다면, [1.0]은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 등의 악기와 밴드 편성이 가세한, 좀 더 공들인 작업물이다. 앨범의 첫 곡 “킹스타”는 앨범이 끝날 때까지 그 잔상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끈적한 2박자 리듬 위로 지하 상영관의 성인영화 정사씬을 묘사하는 변사가 떠오르는 보컬, 그리고 아코디언이 얹힌다. 타이틀곡 “그게 아니고”는 십센치가 최초로 선보이는 밴드 편성의 발라드로, 점차 고조되는 밴드 편성과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가 각각 진심과 변명의 상반된 정서를 대변한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같이, 이들의 장기인 기타 및 젬베 중심의 흥겨운 노래도 물론 들어볼 수 있다. 앨범 전반의 이미지를 요약하자면, 대략 ‘야한 남자의 순정’ 정도가 될 것 같다. 페티시까지 거침 없이 풀어놓는 이런 야한 노래를 허벅지밴드 이후 얼마 만에 들어봤던가. 동시에 재미있는 건, 앨범의 나머지 절반을 정색한 순진한 얼굴로 순정을 얘기한다는 점이다. “그게 아니고”가 타이틀곡이 된 건 아마도 ‘잠깐만요,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냐’라는 제스처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정숙한 팬들이 패닉에 빠지는 걸 막아보려는 노력이라면 적절한 제스처이자 유효한 처방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순정을 가장한 유혹이 목적이라면, 연기가 너무 과한 느낌이다. 야한 남자의 순정이 적절한 농도로 블렌딩 된 곡을 제조할 때 십센치는 가장 섹시할 수 있지 않을까? 20110215 | 이수연 wei.jouir@gmail.com 7/10 수록곡 1. Kingstar 2.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3. 그게 아니고 4. Talk 5.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6. Beautiful 7. 죽겠네(Album Ver.) 8. 살 9. 곱슬머리 10. Rebirth 11. 헤이 빌리 12. Beautiful moon 관련 사이트 10cm 공식 사이트 http://club.cyworld.com/tencentime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