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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Blake – James Blake – A&M/Atlas, 2011

 

 

새로운 침묵의 노래

런던의 덥스텝 뮤지션인 제임스 블레이크는 지난 해 봄부터 가을에 걸쳐 발표한 EP [The Bells Sketch], [CMYK], [Klavierwerke]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음악 팬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내놓은 메이저 데뷔 싱글 “Limit To Your Love”는 영국 차트에서 39위까지 올라갔고, 덴마크와 네덜란드 차트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될성부른 유망주들을 뽑는 BBC의 ‘Sound of 2011’에서 싱어 송 라이터 제시 제이(Jessie J)에 이어 2위에 올랐으며, 이외 여러 매체의 연말 결산에 호명되었다. 인터넷을 뒤지면 다 나오는 정보라고는 하지만 올해 스물둘(1989년생)인 ‘핫’한 신인 뮤지션에 대한 한국어 정보가 이 정도쯤은 있어도 좋을 것 같으니 일단 적어 둔다.

블레이크가 발표한 세 장의 EP는 덥스텝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유감없이 선보인 결과물들이었다는 생각이다. 배리어스 프로덕션처럼 ‘트립팝’스럽지도 않고 베리얼처럼 외골수처럼 들리지도 않는 블레이크의 음악은 덥스텝 뮤지션들보다는 외려 비슷한 또래의 밴드 엑스엑스(The XX)를 더 연상시킨다. 발을 걸친 곳은 다르지만 ‘텅 빈 듯한 충만함’이라는 청각적 특성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그렇다. 들리는 것만큼이나 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게 간주되어야 하는 소리, 스피커보다 헤드폰에서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소리다. 널찍하게 비워 놓은 공간 속에 꾹꾹 눌러 담은 덥 비트와 칼칼한 효과음이 배치되고, 거기에 R&B와 소울, 가스펠, 포크 등에서 가져온 재료들, 나이 치고는 노숙하게 들리는 블레이크의 목소리가 얹힌다.

무엇을 더 이야기해야 하나? 파이스트(Feist)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Limit To Your Love”는 위에 언급한 블레이크의 음악적 특징을 잘 요약한다. “The Wilhelm Scream”은 음반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다.간결하고 ‘소울풀’한 멜로디와 머리 둘레에서 회오리바람이 부는 듯한 공간감, 섬세하게 조율된 비트가 꿈틀거린다. “I Never Learnt To Share”는 음울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댄스 플로어에서도 먹힐 만하다. 40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수록곡은 열한 곡인데, “Give Me My Month”나 “Measurements” 등 ‘그냥 노래’처럼 들리는 곡들도 꽤 들어 있다. 그래서인지 EP에 비해 실험은 자제하고 접근성은 높였다는 인상이다. EP의 팬들은 불평할 것 같지만 결과로 보면 옳은 선택임이 드러난다.

[옵저버(The Observer)]의 필자는 블레이크의 음악을 영국 음악계에서 ‘침묵’이 분위기를 타는 현상과 연결 지어 설명하면서, 영국 재향군인회(Royal British Legion)에서 제작한 “2 Minutes Silence”의 히트와 인디 뮤지션들이 케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Cage Against The Machine)이라는 이름으로 존 케이지의 “4’33””을 리메이크한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전자는 군인 가족을 지원하는 기금 마련을 위한 것이었고 후자는 2009년에 이어 다시 한 번 [X 팩터]를 엿 먹이려는 시도였다(“2 Minutes Silence”는 영국 차트 20위, “4’33””은 21위까지 올랐다). 결과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견이 있을 것이고 두 번 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게 분명하지만, 사회적 의제와 음악적 표현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고민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블레이크와 엑스엑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등장할 새로운 세대의 뮤지션들이 ‘침묵’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20110212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8/10

수록곡
1. Unluck
2. The Wilhelm Scream
3. I Never Learnt To Share
4. Lindisfarne I
5. Lindisfarne II
6. Limit To Your Love
7. Give Me My Month
8. To Care (Like You)
9. Why Don’t You Call Me
10. I Mind
11. Measur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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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ial [Untrue] 리뷰 – vol.10/no.2 [20080116]

관련 사이트
제임스 블레이크 공식 사이트
http://jamesblake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