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바이 배드맨(Bye Bye Badman) – Bye Bye Badman (EP) – 열린음악, 2011 새로운 노스탤지어 정한솔(드럼), 곽민혁(기타), 고형석(키보드), 이루리(베이스), 정봉길(보컬/기타). 고등학생이었던 그들은 한 동네의 합주실에서 만났다. 밴드를 결성하고 활동한 지 반년이 조금 넘어선 2010년 여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제8극장, 전국비둘기연합과 함께 ‘락앤롤 슈퍼스타’에 선정되었고, 뒤이어 열린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서도 2010년의 ‘숨은고수’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쯤 되면 다섯 명의 주인공이 멋지게 성장하는 하이틴 뮤직 모션 픽처의 줄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하겠다. 이런 성공담의 주인공이 으레 그렇듯이, 풋풋한 외모와 의외의 실력을 겸비했음은 물론이다. 이번에 발매된 셀프 타이틀 EP에는 다섯 곡이 실려 있다. 화려한 키보드와 베이스 라인을 바탕으로 노련한 완급조절을 보여주는 “Between The Black & White”, 뇌쇄적인 로큰롤 넘버 “Out Of Here”, 서정적인 멜로디 감각의 폭발을 보여주는 앨범의 백미 “Fixable”, 듣고만 있어도 온몸이 들썩이는 “She Don’t Know” 등 신생 밴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곡들로 20분 정도의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간다. 곡 소개를 보고 이미 짐작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다시 밴드의 이름을 상기해보면 이들이 어디에 정서적 기원을 두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바이 바이 배드맨(Bye Bye Badman, 이하 배드맨)이라는 이름을 듣고 이게 스톤 로지스(Stone Roses)가 1989년 발표했던 노래의 이름이기도 하다는 점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아마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영국을 휘감았던 매드체스터 사운드의 한때를 추억하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매드체스터 사운드가 태동하던 바로 그때 태어났을 평균 연령 21.6세의 배드맨 구성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들은 댄서블한 비트와 록 음악을 결합한 매드체스터 사운드를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으로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앨범을 듣는 와중 눈앞에 소환되는 건 아무래도 이언 브라운 보다는 ‘브리티쉬 쿨가이’ 갤러거 형제들인 것 같다. 때때로 리암 갤러거의 ‘리즈 시절’ 목소리를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선연하게 재현하는 정봉길의 목소리, 귀에 쏙 들어오는 훅으로 듣는 사람의 귀를 잡아채는 고전적이면서도 록킹한 리프, 혹은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적 전략 등은 오아시스와 배드맨의 흥미로운 공통점이다. 오아시스를 1990년대 브릿팝의 황금기를 이끄는 주역으로 키운 건 팔할(八割)이 노스탤지어였다. 미국발 그런지록이 세계를 휩쓰는 통에 자존심이 상한 영국인들이, 비틀즈에서 매드체스터 사운드에 이르는 영국의 음악적 계보를 적통으로 계승한 오아시스를 통해 빛나는 옛 시절을 추억했던 것이다. 한편 배드맨이 2011년 한국의 리스너들에게 환기하는 것은 바로 1990년대 브릿팝에 대한 향수다. 어떤 음악에 나와 너와 세계가 떨림을 공유하던 거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기억 말이다. 리스너들의 마음 한구석에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데다가 EP의 완성도가 이를 지탱한다는 점에서, 바이바이배드맨은 어쩌면 의외의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20110117 | 이수연 wei.jouir@gmail.com 6/10 수록곡 1. Between the black & white 2. Out of here 3. Fixable 4. She don’t know 5. Devil’s cantata 관련 사이트 바이바이배드맨 홈페이지 http://club.cyworld.com/byebyeba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