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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na Newsom – Have One On Me – Drag City, 2010

 

 

상상적이고 은유적인 영토 속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네바다 시티(Nevada City)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이자 하프 연주자인 조안나 뉴섬(Joanna Newsom). 아마도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테지만, 그녀의 음악에 대해 호불호가 갈렸다면 무엇보다 목소리 때문이 아닐까. 앵앵거리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부터 귀곡을 연상시키는 가성, 다소 신경질적인 마녀적(?) 발성까지(특히 심기를 거스를 정도의 오리 같은 생목소리는 1집 [The Milk-Eyed Mender](2004)에서 잘 드러난 바 있다). 게다가 흔히 대중음악계에서는 보기 힘든, 덩치 큰 하프라니(하프시코드나 피아노 연주도 한다). 그녀는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았고, 기승전결의 구조나 버스-코러스 형태의 팝과는 거리가 먼 노래를 쓰며, 클래식과 재즈, 가스펠, 또는 켈틱 발라드와 애팔래치안 포크, 아프리카의 폴리리듬까지 자유롭게 넘나들곤 했다. 클래시컬한 아트 팝? 아니면 모던 사이키델릭 아방가르드 포크? 어쨌거나 그 이미지와 사운드는 한 번 들어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각인적임에 틀림없다.

2집 [Ys](2006)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3집 앨범 [Have One On Me](2010)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기행(?)을 보여주었다. 평단의 극찬을 받은 2집에서 달랑 여섯 곡만으로 1시간 여를 채웠던 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엔 자그마치 두 시간이 넘는 18곡을 석 장의 음반에 담은 것이다. 두 장에 넣을 수도 있었을 음반을 석 장으로 분할한 이유는 막연하나마 아침, 점심, 저녁의 하루를 따라 가는, 가령 침실에 있는 연인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해 빈 침대의 이미지로 끝나는 식의 느슨한 구조를 의도했기 때문이라 했다. (그럼에도 석 장의 감상을 시도하는 일이 녹록치 않다고 불평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이번에도 그녀는 여전히 작곡과 하프 연주 및 프로듀싱을 했고, 오랜 조력자들이 참여했다(드랙 시티 레이블의 조력자 짐 오루크(Jim O’Rourke)와, 오랜 동료 노아 조지슨(Noah Georgeson)의 스튜디오 작업, 라이언 프란체스코니(Ryan Francesconi)의 연주와 편곡 등). 다만, 지난 앨범들에서 들려주었던 풍성한 풀 오케스트라 편성보다는 조금 더 심플해지고 가사 역시 (여전히 길고 서사적이며 다소 난해하지만) 조금은 단순해진 인상이다. 목소리 역시 보다 부드럽고 풍성해졌으며 더욱 다중적이 되었다. “1970년대 초 캘리포니아의 싱어송라이터 앨범”이라고 자칭하기도 했고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 케이트 부시(Kate Bush)를 만난 것 같다”고 평한 이들도 있지만, 이는 어쨌든 듣기 편해졌다는 말에 다름 아닐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번 앨범이 [The Milk-Eyed Mender]와 [Ys]의 경계 어디쯤이라 말할 수도 있을까. 물론 단순히 중간적 평균은 아니다.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 대신 밴조, 만돌린 같은 포크 자장권의 악기를 비롯해 서아프리카 악기 코라(“Go Long”), 불가리아의 탐부라(“Baby Birch”), 터키의 현악기 케멘체(“Have One On Me”) 등 영미권 이외의 민속 악기들도 부가되었는데, 이 음반에 고풍적이고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다면 이런 인스트루멘테이션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녀의 가사는 (전보다 조금 쉬워졌다지만) 누군가가 말한 대로 화려한 라임과 문학적인 고문체에 “갈망과 상실에 대한 난해한 내러티브”를 담아 시적이고 낭만적이며 상상적인 영토를 여전히 구축하고 있다. 많은 경우 사랑과 이별, 또는 그 관계에 대한 은유적이고 중의적인 노래들로 연결짓기도 한다. 무엇보다 전원적 이미지나, 소설 혹은 동화 같은 상상이 깃든 진원지는 바로 자신의 집과 고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고향 네바다 시티를 ‘유토피아 같은 마법의 히피랜드’로 신비화한다. 에덴 동산을 모티브로 삼은 “’81”, 제목부터 캘리포니아에 대한 애정이 잘 드러나는, 그렇지만 1960년대 히피들의 해변과는 전혀 다르게 포착한 “In California”처럼.

사실 그녀는 앨범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음악 생활을 하기 이전까지 (밀스 대학 시절을 제외하고) 고향을 떠난 적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고 한다(물론 지금은 그 외곽에 거주하고 있는 데다가 공연 등의 이유로 집을 많이 떠나있기는 하지만.). 이를 두고 보통은 부정적인 함의를 가지는 ‘소녀의 침실’을 상상적 공간으로 전치시켰다는 식으로 확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사실 많은 뮤지션들이 집에서 작업하지 않던가). 집을 근거지로 삼고 고향에 대한 향수가 풍긴다 하더라도, “켄터키 옛집(My Old Kentucky Home)”이나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의 접근과도 전혀 다르다. 자연에 대한 동경이 암암리에 내포되어 있지만, 이 또한 과거의 포크 음악에 두드러지던 ‘대지모’ 같은 숭상과 자연에 대한 직접적인 찬미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결과물을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01229 | 최지선 soundscape@empal.com

* 이 글은 웹진 ‘백비트’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8/10

수록곡
Disc 1
1. Easy
2. Have One on Me
3. ’81
4. Good Intentions Paving Company
5. No Provenance
6. Baby Birch

Disc 2
1. On a Good Day
2. You and Me, Bess
3. In California
4. Jackrabbits
5. Go Long
6. Occident

Disc 3
1. Soft as Chalk
2. Esme
3. Autumn
4. Ribbon Bows
5. Kingfisher
6. Does Not Suffice

관련 사이트
드랙 시티 레이블의 조안나 뉴섬 페이지
http://www.dragcity.com/artists/joanna-news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