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paint | The Fool | Rough Trade/강앤뮤직, 2010

네 무기를 내려놔

워페인트(Warpaint)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인디록 밴드다. 2004년에 결성하여 2009년 데뷔 EP [Exquisite Corpse]를 내놓았고, 이후 명문 인디 레이블인 러프 트레이드(Rough Trade)와 계약을 맺고 작년 10월 첫 정규앨범 [The Fool]을 내놓았다. 러프 트레이드는 파이어리 퍼네이시스(The Fiery Furnaces), 모닝 벤더스(The Morning Benders) 등의 걸출한 미국 밴드들 또한 발굴해 냈는데, 워페인트 역시 이들의 대열에 충분히 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페인트의 음악을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실험적인 싸이키델릭 인디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연주나 송라이팅은 ‘싸이키델릭’ 하면 떠오르는 즉흥성이나 환각적인 효과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들은 철저하게 계산적인 연주와 중첩적이고 잘 조직되어 있는 구조를 통해서 싸이키델릭이라는 효과를 능숙하게 만들어 낸다. 이 점이 몇몇 이들에게는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워페인트의 음악에는 그런 문제를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혹은 신경 쓰지 않게 만드는) 매혹적인 부분들이 넘쳐난다. 그런 점에서 엑스엑스(The xx)는 이들과 좋은 비교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실제로 워페인트와 엑스엑스는 공동 투어를 돈 경력이 있다).

첫 번째 트랙 “Set Your Arms Down”은 이들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심한 듯 울리는 베이스와 드럼, 기타 소리를 타고 에밀리 코칼(Emily Kokal)의 다소 격정적인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곡의 중반부 즈음 ‘너는 나라고 지금 말해줘/네 무기를 내려놔(Say you’re me now/Set your arms down)’이라는 나지막한 읊조림과 동시에, 빠르고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깔리고 어둡고 몽환적이며 달콤한 기타 노이즈와 목소리가 겹겹이 쌓이면서 청자를 무장해제시킨다.

이러한 구조는 어쿠스틱 트랙인 “Baby”를 제외한 모든 곡에서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Undertow”에서는 ‘싱글용’으로 들리는 훅이 전면에 드러나고, “Bees”에서는 강렬한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며, “Majesty”에선 약간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섞으면서 절도 있는 연주를 선보인다. 비슷한 구조가 반복되지만 쉽게 질리지 않는 것은, 모든 곡이 저마다의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각 멤버들의 뛰어난 연주력 덕분이기도 하다(특히 제니 리 린드버그(Jenny Lee Lindberg)의 베이스는 근래 들은 것 중 가장 인상깊은, 유려한 연주다). 때문에 아홉 곡이라는 적은 수록곡 수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특별히 부족한 부분 없이 높은 밀도를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The Fool]은 잘 만들어진 앨범이다. 워페인트는 데뷔 EP에서의 가능성을 무위로 돌리지 않고 정교한 첫 앨범을 직조해 냈다. 비록 눈에 확 뜨일 만큼 화려하거나 귀를 사로잡는 음반은 아니지만, 이 앨범은 워페인트를 2010년의 가장 성공적인 신인 중 하나로 볼 만한 충분한 근거다. 훌륭한 앨범이 많이 나왔던 2010년이었지만, 그 사이에서도 자신의 빛을 잃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달콤함을 잃지 않는 앨범이다. | 글 정구원 lacelet@gmail.com

ratings: 4/5

 

수록곡
1. Set Your Arms Down
2. Warpaint
3. Undertow
4. Bees
5. Shadows
6. Composure
7. Baby
8. Majesty
9. Lissie’s Heart Murmur

멀티미디어

Warpaint – Undert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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