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33_b락타 프로젝트 밴드 | Rockta Project Band
| Rockta Music Company 제작, 열린음악 배급, 2013

 

진하고 강렬한 그 무엇

재결성된 들국화에서 리드 기타를 맡고 있는 정현철의 밴드의 EP다. ‘지붕 위의 남자’라는 밴드를 거쳐 강산에와 함께 연주를 한 이력은 그의 음악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는 정보다. 간단히 말해서 음악 스타일은 ‘1980년대의 한국적 록’이다. 이때 ‘한국적’이란 특별히 민족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당시에 록 음악을 했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별한 정서를 말한다. 아마도 그 정서는 음반의 마지막에 배치된 “빛바랜 사진”에서 가장 잘 표현되고 있는 듯하다. 단조의 느린 템포로 전개되는 서사적인 록 발라드(rock ballad)인 이 곡은 들국화에 의해 확립된 코러스에서의 절창과 그를 잇는 지글거리는 기타 솔로(신윤철의 것이다)가 그 정서를 응축하고 있다. 녹음의 질감을 무시할 수 있다면, ‘1980년대의 숨겨진 명곡’이라고 해도 속아 넘어갈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인상적인 마지막 트랙 외에도 흥미로운 순간들이 존재한다. 강산에가 객원 보컬로 참여하여 흥겹게 들썩거리는 로큰롤인 “던져”, 어쿠스틱 기타가 화려한 화성을 선보이는 나른한 “무지개”, 정경화의 마성 어린 보컬이 등장하는 훵키한 “Hey Baby”로 이어지는 원투쓰리 펀치는 세션 기타리스트로 연마한 스타일의 다양성이 창의성으로 연결된 작품들이다. 그를 잇는 “우리의 사랑”은 한국에서 종종 ‘소프트 록’이라 불리는 스타일로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 가끔은 진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감흥을 일으킨다. 실제로 락타 밴드는 이 앨범 작업 중에 멤버 한 명(김성태)을 떠나보냈다.

‘1980년대의 한국 록’이 현 시점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때 음악을 창작하고 연주했던 사람들 다수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나름대로 음악과 관련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끔씩 악전고투하면서 이렇게 앨범을 낸다. | 신현준 hyunjoon.shin@gmail.com

 
수록곡
1. 던져 (feat. 강산에)
2. 무지개
3. Hey Baby (feat. 정경화)
4. 우리의 사랑(intro)
5. 우리의 사랑 (feat. 장재원)
6. 빛바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