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d Plus- Never Stop – Do The Math Records, 2010 재즈와 록 사운드의 요염한 저글링 묵직한 전기기타 사운드가 부재한 어쿠스틱만으로도 날선 너바나(Nirvana)와 블론디(Blondie)의 창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재즈 트리오 배드 플러스(The Bad Plus). ‘배드 플러스 표’ “Smells like teen spirit”과 “Heart of Glass”가 수록된 [These Are The Vistas](2003)로 평단을 100분 토론의 장으로 만든 이들은, 결국 정통 재즈의 정체성 혼란이라는 일부의 염려마저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잠식시키며 재즈씬의 한 자리를 보기 좋게 꿰찼다. 펄 잼(Pearl Jam), 쉐릴 크로(Sheryl Crow) 등의 록 앨범 제작자인 채드 블레이크(Tchad Blake)가 앨범 프로듀서를 맡았다는 사실이 곧 그들이 추구하는 재즈 노선을 말해준다는 일종의 공식을 성립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재즈 필드를 친정으로 두고 있는 이들이 정작 빌 에반스(Bill Evans)에 심취한 세대가 아닌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와 함께 자란 세대임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작업은 젊은 재즈를 의식한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선택의 결과물로 보인다. 그로부터 6년간 앨범 전체를 록 커버 곡으로 채운 [For All I Care](2008)를 포함한 4개의 스튜디오 정규앨범을 선보인 배드 플러스는, 재즈 애호가와 록 애호가의 구미를 동시에 자극하며 순식간에 거머쥔 명성이 한때의 달콤한 카푸치노 거품이 아님을 증명했다. 물론 평단과 대중이 그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건 비단 그들의 탁월한 재해석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배드 플러스의 진가는 그들의 자작곡에서 묻어나기 때문이다. [Never Stop](2010)은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재즈의 전통을 넘어선 상상력과 진보적인 기법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파워풀한 드러밍과 변화무쌍한 피아노 리듬, 그리고 굵직한 베이스로 전개되는 총 10곡의 넘버로 기본적인 재즈의 틀을 유지한 채 팝과 록의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유감없이 뽐낸다. 서정적인 코드로 시작해 끝내 감정의 극으로 치닫는 클라이맥스를 맛보게 하는 레이드 앤더슨(Reid Anderson)의 “Never Stop”과 “People Like you”는 이번 앨범의 백미로 꼽기에 손색없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리듬을 잘게 쪼개는 드러머 데이브 킹(Dave King)의 감각이 돋보이는 “Beryl Loves to Dance”, 무거운 연장으로 내리치는 듯한 이탄 아이버슨(Ethan Iverson)의 묵직한 피아노 연주가 담긴 “My Friend Metatron”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특히 이번 앨범이 인상적인 건 전곡이 그들의 자작곡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1곡 이상은 록 넘버 혹은 영화 음악을 재해석했던 그들만의 규칙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작업 중 그들의 오리지널리티가 가장 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드 플러스가 이 시대 재즈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일렉트로니카의 기계적인, 그리고 록의 강력한 사운드 질감을 오로지 어쿠스틱 연주로 표현하는 고집에 있다. 이들은 단순히 새로운 기법으로 청중을 현혹하는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배드 플러스는 순수한 연주의 측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적인 재즈 트리오의 태도를 가지고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동시대 재즈,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퍼즐을 완성해 가고 있다. 20101223 | 우해미 staycrazynow@hotmail.com 9/10 수록곡 1. The Radio Tower Has A Beating Heart 2. Never Stop 3. You Are 4. My Friend Metatron 5. People Like You 6. Beryl Loves To Dance 7. Snowball 8. 2 P.M. 9. Bill Hickman At Home 10. Super America 관련 영상 The Bad Plus “Never Stop” 관련 사이트 http://www.thebad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