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윤영배) – 바람의 소리 (EP) – 시니즈, 2010 바람에는 소리가 있다 17년이라는 기간은 아이가 청년이 되는 기간이다. 혹은 청년이 불혹의 연대에 접어드는 기간이기도 하다. 한 명의 뮤지션이 그런 기간을 거친 뒤 데뷔한다는 것은 결코 범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본명을 밝히는 것마저 꺼리면서 ‘이발사’라는 이름으로 데뷔 EP를 발표한 ’17년차 신인’ 음반의 주인공은 윤영배다. 그 이름이 과문하다는 것은 ‘하나음악’이나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등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일일 테니 별도의 자료를 찾아보길 권한다. 또한 ‘장필순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스파이더맨”,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 “헬리콥터”, “동창” 등의 작곡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건 결례다. 음반은 다섯 곡의 노래로 꾸며져 있다.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기악편성은 간소한 편이고, 가수의 목소리는 무념, 무상, 무감, 무욕한 톤으로 부유한다. ‘다섯 곡의 재생이 끝날 때까지 유유한 흐름을 형성하는 것으로 들린다’는 인상은 개별 곡에 대한 설명이 번거로워 하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흐름은 결코 단조롭지는 않은데, 이는 기타 리듬이 만들어내는 굴곡들에 기인한다. 기타로 만들어내는 리듬은 섬세하고(“이발사”), 일관되고(“바람의 소리”), 나른하고(“키 큰 나무”), 투박하고(“내 머리 타던 날”), 산들거린다(“어쩐지 먼”). 정박의 스트러밍이 지속된다 싶으면 싱코페이션을 머금은 아르페지오가 등장하고, 다른 한 대의 기타는 노래를 장식하는 대선율을 만들고 때로는 능숙한 솔로를 선보이기도 한다. 닉 드레이크(Nick Drake), 닐 영(Neil Young), 김두수 등이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지만, 그건 텍스트의 각주 이상은 아니다. 가사의 메시지는? ‘시간이야 조금씩 나를 앞서가고’라고 노래하는 “바람의 소리”의 가사가 많은 것을 설명할 것 같다. 하지만 은자(隱者)의 삶이 그저 안온하지 않다는 것은 ‘헌 드럼통’을 욕조로 만드는 ‘한 여름 뜨거운 오후’를 노래한 “내 머리 타던 날”에서의 강렬함에서 드러난다. 다른 한편 ‘그래 너는 전혀 모를걸’이라는 읆조림으로 시작하다가 ‘이런 일에는 늘 나처럼 전문가가 필요해’라고 노래하는 첫 트랙은 은둔이 낭만적 도피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은둔으로 인해 지금의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이 이 음악을 외면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전혀. 20101201 | 신호미 homey81@gmail.com 8/10 수록곡 1. 이발사 2. 바람의 소리 3. 키 큰 나무 4. 내 머리 타던 날 5. 어쩐지 먼 관련 글 ‘강남 어린이’ 시절부터 ‘수니 로커(soony rocker)’까지…: 장필순과의 인터뷰 – vol.5/no.14 [20070716] 배리어스 아티스트 [바다] 리뷰 – vol.5/no.13 [20030701] 배리어스 아티스트 [겨울노래] 리뷰 – vol.5/no.13 [20030701] 장필순 [하루] 리뷰 – vol.5/no.14 [20070716]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리뷰 – vol.5/no.14 [20070716] 장필순 [Soony 6] 리뷰 – vol.5/no.14 [20070716] 관련 사이트 윤영배 블로그 http://blog.daum.net/yb2625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