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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 – To Anyone – YG Entertainment, 2010

 

 

호랑이 등

2NE1의 신작에 대한 반응은 무척 좋다. 음원 성적도 방송 성적도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는 내용이 인터넷 연예 기사에 빼곡하다. 시기라는 측면에서도 아이돌/걸 그룹 인기가 하락세였던 게 사실인지라 이 음반이 일종의 ‘바람몰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일각에서는 있었던 듯하다(소녀시대가 이번 주에 컴백했다. 어떻게 될까).

실린 건 열 두 곡이지만 신곡은 절반이다. 나머지는 “날 따라 해봐요”를 제하면 각 멤버들이 짬짬이 발표한 솔로/듀엣 싱글들이다. 솔로와 듀엣 곡까지 넣은 건 제작사가 이 음반을 ‘EP + 서비스’의 관점으로 바라봤다는 의미일 것이다. 신곡 중 절반을 동시에 타이틀로 내보냈는데, 셋 다 자신 있다는 의미라는 건 그쪽의 주장일 것이고, 듣는 입장에서는 셋을 모두 내보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파괴력 있는 싱글이 없었던 건 아닌가 싶다(혹여나 해서 덧붙이자면 음원/방송 차트 올킬과 싱글의 퀄리티와는 별 상관이 없다. 최근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유감이다).

타이틀곡으로서의 세 곡은 올해 초 발매한 싱글 “날 따라 해봐요”를 이리저리 변주한 것처럼 들린다. 여기에 “I Don’t Care”나 “Kiss” 등 예전의 히트곡들을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출몰한다. 사운드 프로덕션이라는 측면에서는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를 연상시키는 ‘미니멀’하고 카랑카랑한 바운스, 그리고 사실상 거의 전부를 오토튠으로 변조한 보컬 라인 등이 두드러진다. 이런 방법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감이 떨어졌다는 감이 오는 건 별개의 문제다. 트렌드란 호랑이 등이다. 잘 타야 한다.

감 얘기가 나온 김에 더 이야기하자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한 부분들이 많다. 보컬의 기계음 처리는 특히 그렇다. 그런 식으로 목소리를 변조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한물 간 유행을 접할 때 느끼는 따분함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곡 구성도 마찬가지다. “박수쳐”의 경우 2분 19초 지점에서 갑자기 급격한 ‘턴’을 시도하는데, 그건 앞의 진행이 별로였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걸까?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코러스들이 번갈아 나타나다가 케샤(Ke$ha) 풍의 뜬금없는 떼창으로 마무리하는 “Can’t Nobody”는 산만하다. 물론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나름의 논리가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이런 걸 ‘진화’나 ‘새로운 시도’라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화’나 ‘새로운 시도’야말로 쇼 비즈니스의 가장 상투적인 방어 논리라는 것 또한 사실 아닌가? 20101025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4/10

수록곡
1. Can’t Nobody
2. Go Away
3. 박수쳐
4. 난 바빠
5. 아파 (Slow)
6. 사랑은 아야야
7. You And I
8. Please Don’t Go
9. Kiss
10. 날 따라 해봐요
11. I Don’t Care (Reggae Mix)
12. Can’t Nobody (Eng.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