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다섯살이 되었다. 그런데 2000년이 시작된 후에 한국에서 처음 열린 이 국제적인 음악 페스티벌이 점점 그 영향력이 약해지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는 고정적인 팬들도 존재한다. 수년 째 이 페스티벌을 즐겨온 사람들은 올해 공연을 어떻게 봤을까. 페스티벌을 취재했던 기자부터 다른 음악웹진의 필자들까지 그 의견을 모아봤다. 20100812

[7월 23일: 더 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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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녀’ 밴드를 보기 위해 펜타포트에 왔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물론 나는 외모에 현혹되지 않는 평론가이므로(흠흠) 60년대와 70년대에 느슨하게 걸쳐진 그 음악의 라이브가 궁금했다. 그런데 공연은 엉망이었다. 문제는 더 라이크에 국한된 게 아니란 점이다. 첫날 서브 스테이지의 사운드는 기타와 베이스, 보컬이 전혀 분리되지 않은 채 뒤엉키다가 쩍쩍 갈라졌다. 이장혁과 오소영, 오지은과 늑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음악 대신 외모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털썩). 집에 돌아온 새벽에 유튜브로 찾아봤다. 연주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차우진 | editor

[7월 23일: 강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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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강영걸]은 2000년 이후에 발매된 가요 중 베스트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앨범을 만나지 못하리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강산에의 공연을 볼 때마다 뭔가 아득해지는 기분이 든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점점 도인처럼 변해가는 그를 보면서, 요컨대 객석을 향해 “오래 오래 살아라”고 툭 던지는 덕담(?)이라든가 느긋한 듯 초월한 듯 다른 곳을 응시하는 시선을 보면서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여러가지로 애매한데 일단 공연에 관객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에 비해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국내 라인업에 꽤 신경을 쓰는 인상이다. 하지만 강산에나 조덕환의 공연처럼 뭔가 이슈로 묶을 거리를 놓친다는 인상도 강하다. 요컨대 기획력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단 얘기다.
차우진 | editor

[7월 24일: 키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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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이라는 게 있다. 펜타포트 메인 스테이지 뒤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올해 펜타의 진정한 헤드라이너는 이 리젠트 헤어의 열혈 로큰롤 밴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대에 등장한 그들이 두 번째 곡으로 “One Night Carnival”을 부를 때 나의 감은 완전히 들어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짝 뽕끼가 섞인 리프와 함께 머리 위로 손을 올려 좌우로 흔드는 그들의 춤을 수천 명의 관객이 따라하는 광경은 단언컨대 역대 펜타 중 최고로 포토제닉한 장면이었다. 비록 “국도 127의 하얀 번개”와 127콜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를 한국어 가사로 불러준 이상, 나는 이제 키시단의 노예.
위근우 | [10아시아] 기자

사실 올해 펜타포트 공연 전까지 키시단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다. 노라조와 관련한 몇몇 이야기가 전부였다. 이거슨, 다른 음악도 듣지만(에헴) 어디까지나 블랙뮤직을 중심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나 즐겁고 유쾌한가’를 중점으로 공연을 봤다. 그리고 공연은 꽤 재미있었다. 쉽고 괴상한 안무가 인상적이었고 일단 머리스타일과 복장부터 반은 관중을 제압하고 들어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소방차 오마주’는 공연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순간이었다(이 장면을 직접 찍은 동영상은 http://kbhman.tistory.com/249에 있다). 그러나 비록 내가 일본음악이나 펑크 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들의 음악이 음악 자체만으로 얼마나 설득력이나 차별성이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마디로 음악에 큰 감명을 받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혹시 이것이 무지의 발로라면, 위 블로그를 방문해 그 무지를 일깨워주기 바란다.
김봉현 | [100비트] 편집자

[7월 24일: LCD 사운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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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어서인지 김빠진 맥주 같은 몸에 우겨넣은 20대의 열정으로 즐기게 된 펜타포트 2010. 그런데 LCD 사운드 시스템의 펜타포트 공연 역시 나와 비슷했다. 2002년에 결성한 이들은 이제 음악적 슬럼프에 빠졌다며(대 놓고 그렇게 얘기하진 않았지만) 해체를 선언해버리고… 그래서 이번 펜타포트가 그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였기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30대의 몸을 일으키기에는 그들의 음악적 열정은 정말 김빠진 맥주 같았다. ps: 살 빼세요. 공연하는 모습 힘들어 보여요. ㅠㅠ
정수련 | 음악팬

현 뮤직씬에서 가장 핫하고 창조적인 ‘뚱땡이’와 그 밴드의 공연. 일각에서는 ‘이번 펜타는 엘시디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 단독 내한공연 아니냐’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기대되는 공연이었다. 세트리스트 초반에 플레이된 히트곡들은 분위기를 제대로 달궜지만 “Daft Punk is Playing at My House” 이후로는 줄곧 하강기류. 마지막 곡이었던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에 능청스럽게 이어붙인 제이지(Jay-Z)의 “Empire State Of Mind”가 재밌었다는 것만 기억나는 정도라니. 다음엔 좀 더 달려줘요!! (아. 해체하는구나)
이재훈 | contributor

[7월 25일: 이언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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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라 한다. 그래, 스톤 로지스는 나도 안다. 사인회 때부터 ‘여유 만빵’의 자세로 팬들과 소통하시는 걸 보니, 역시 거장 영국 아저씨답더라. 드디어 공연 시작, 여전히 거장님 기분 좋아 보인다. 첫 곡은 “I wanna be adored”. 음… 원래 이런 곡인가? 중간에 유일하게 알아듣는 스톤 로지스의 “Fools Gold”도 나왔다. 전해 듣기로는 “Dolphins Were Monkeys”, “Time Is My Everything”, “Love Like a Fountain” 같은 곡도 부르셨다 한다. 그러나 내 귀가 잘못 됐나? 아님 음정, 박자 이런 개념이 거장인 저 분에겐 안 통하시나? 이건 막 부르는 걸까, 아님 그루브의 최상 단계인 접신의 경지에 이른 것일까? 헷갈렸다. 어쨌든 무대 매너는 끝내줬다. 그루브 충만한 막춤, 팬들과의 소통. 카리스마와 ‘간지’의 세계에선 왕으로 추앙하고 싶은 마음 굴뚝이지만 여전히 헷갈린다. 감히 거장의 라이브 실력을 문제 삼는 나는 아직 멀었단 말인가?
김보영 | [블링] 편집장

이언 브라운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앵콜로나 겨우 들을 수 있을 거라던 스톤 로지스 시절의 히트곡 “I Wanna Be Adored”로 무대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끝난 게임이었다. 예의 아디다스 저지 차림으로 긴 팔다리를 휘적대며 별다른 멘트도 없이 “Stellify”, “F.E.A.R.”, “Golden Gaze”, “Just Like You”를 쏟아내는 그의 무대에 난 펜타포트의 마지막 밤을 하얗게 불태워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렇게 황홀했던 라이브의 여운을 안고 귀환한 나를 맞이한 친구들의 첫마디는 이거였다. “야, 쟤 음치야?” (흑) 부디 유튜브에서 이날의 라이브 직캠 따위를 찾아보는 일에 에너지를 쏟지 않길 바란다. 나도, 그날의 라이브를 즐긴 당신도.
김윤하 | 음악웹진 [보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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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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