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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캬라멜(Orange Caramel)-The First Mini Album-플레디스(Pledis), 2010

 

 

캐러멜이 맞지만 캬라멜

오렌지 캬라멜(Orange Caramel)은 애프터스쿨(After School)에서 3명의 멤버가 따로 나와 활동하는 ‘유닛’이다. [The First Mini Album]은 이들의 첫 싱글로 타이틀 곡인 “마법소녀”와 발라드 “사랑을 미룰 순 없나요”가 들어 있다. 2곡이 들어 있는 싱글인데도 제목이 [The First Mini Album]인 이유는 모르겠다.

‘유닛’이라는 게 일본의 아이돌 그룹들이 기존 멤버들 중에서 일부만 따로 떨어져 나와 활동할 때 쓰는 단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슈퍼 주니어나 SS501, 2NE1 같은 인기 그룹들이 ‘유닛’이라며 활동한 적이 꽤 있다. 오렌지 캬라멜은 애프터스쿨의 이미지와 차별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

섹시한 이미지의 컨셉이 대중에게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것을 고려했는지 이들은 대안을 일본의 아이돌에게서 찾았다. 의상이나 노래가 노골적으로 영향 받았는데 그나마 멤버들의 타고난 하드웨어를 통해서 나름의 개성이 만들어졌다.

키가 크고 서구적인 외모를 가진 멤버들에게 반짝거리는 단색 소녀풍 드레스와 밝은 염색머리를 적용하자 인공적으로 키치하다. 이들이 춤을 추면서 밝게 웃는 걸 보고 있자니 플라스틱으로 만든 푸콘가족(The Fuccons)의 미소를 보는 것 같다. 일본풍이기보다는 국적불명이고 비현실적으로 여성성이 과장되었다. 이들이 애초에 귀여운 소녀 같은 인상이 아니라는 것과 일본의 것보다 과장되고 디테일함이 제거된 연출을 통해 나름의 개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처음부터 의도한 건지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인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오렌지 캬라멜의 존재를 정말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이 조영수가 작곡한 “마법소녀(魔法少女)”가 되었을 때이다. 이 곡은 비음 섞인 소녀 목소리로 트롯풍의 멜로디를 부르는 댄스음악인데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가깝게 들린다. 요술소녀가 아니라 마법소녀인 점도 그렇다. 브리트니 스피어스풍이라는 얘기를 들은 티아라의 “너 때문에 미쳐”나 이런 곡을 듣다 보면 소속사에서 어떤 풍의 노래를 원한다고 얘기하고 작곡가가 고개를 끄덕이는 광경이 떠오른다.

트롯풍의 멜로디를 젊은 여성이 부르는 형식은 일본이 시작이지만 한국에서도 희귀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 곡은 2000년대의 모닝구 무스메의 노래라기보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리마스터한 것 같다. 어찌 보면 나름의 현지화로 발전한 것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때 그 시절 노래를 번안하는 수준에 멈춰 있어서 이미지를 완성시키고 춤을 출 때 부르기 위한 것 이상의 비중이 없다. 가령 소녀시대의 “Gee”나 시크릿의 “Magic”이 이들의 무대를 보지 않고서도 음원만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면 오렌지 캬라멜의 “마법소녀”는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싱글에 실린 두 번째 곡 “사랑을 미룰 순 없나요”는 애프터스쿨의 월드컵 응원가를 작곡한 박덕상의 곡이다. 이 곡은 레이나의 솔로 곡인데 레이나는 보컬실력을 인정받아 애프터스쿨에서 리드보컬을 맡았고 그녀의 영입 이후로 기존 메인보컬이던 정아 대신 레이나가 중요 파트에 배치되었다. 이 싱글도 레이나의 목소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젊은 여성 팝가수의 창법을 많이 연습했는지 레이나의 창법을 듣다 보면 세련은 됐지만 개성은 부족하고 가슴에 와 닿지도 않는 SM표 발라드가 생각난다. 하지만 플레디스 소속 가수들의 존재감 없는 발라드 중에서는 최상위 클래스에 속한다.

이 싱글이 어디에서 1위를 하려고 나왔다기보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홍보를 하고 행사를 뛰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해보면 나름 성공적인 결과물이다. 요즘엔 음원을 많이 팔거나 텔레비전 가요차트 1위를 하는 게 그다지 중요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외양에서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하는 데에 성공했고 음악을 들으면 퍼포먼스로 뭘 보여줄지 대충 상상이 간다. 그리고 무대를 보면 상상했던 그것을 실제로 하고 있다. 소름이 돋는다. 그렇게 팬이 되나 보다. 20100624 | 프시초 enola0000@naver.com

p.s. 본문의 제목인 “카라멜이 맞지만 캬라멜”은 ‘캐러멜’이 외래어표기에 맞아 “캐러멜이 맞지만 캬라멜”로 수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본문의 내용 중 “사랑을 미룰 순 없나요”가 “The Day You Went Away”의 리메이크라는 부분이 사실과 달라 수정되었습니다.

1/10

수록곡
1. 마법소녀 (魔法少女)
2. 사랑을 미룰 순 없나요
3. 마법소녀 (魔法少女) (Instrumental)
4. 사랑을 미룰 순 없나요 (Instrumental)

관련 사이트
오렌지 캬라멜 공식 홈페이지
http://www.orangecaram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