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li Puna – Our Inventions – Morr Music/파스텔뮤직, 2010 멈추지 않는 성찰 랄리 푸나의 2003년 앨범 [Faking The Book]은 고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일렉트로니카 앨범으로 ‘차가운 전자음에 아날로그 감수성을 자극하는 멜로디를 결합한 수작’이란 평가는 적절했다. 특히 “Faking The Book”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잇는 사운드의 도약은 앨범의 전체적인 인상을 비롯해 랄리 푸나의 스타일을 규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7년, 랄리 푸나는 [Our Inventions]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두 가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사운드가 환기하는 정서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발레리 트레벨야르의 정체성(아시안 입양아이자 여성이라는 맥락)에 대한 것이다. 이 둘이 미묘하게 연관되어 랄리 푸나의 음악적 실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Our Inventions]는 특히 전작보다 더 팝에 가깝게 위치한다. 신서사이저가 만드는 다양한 효과들이 감상적인 멜로디 주변에 흘러드는 구성 덕분인데 전작에 비해 다정다감한 일렉트로 팝 앨범이라는 단평을 내려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단평은 발레리 트레벨야르의 정체성과 연관될 때 의미심장한 지점으로 전환된다. 알다시피 그녀는 한국계 독일인으로 어린 시절 입양되어 자랐다. 다민족 다인종 사회에서 그녀의 경험이 유별나게 독특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무시되어야할 것도 아니다(인터뷰에서 그녀는 ‘한국인 커뮤니티’와 ‘입양인 커뮤니티’를 명확히 구분한다). 이런 배경은 “Move On”의 가사(‘I’m gonna work fast/Cause tomorrow comes quick/We all Move on’)라든가 “That Day”의 뮤직비디오(검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머리를 잃고 방황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에서 아시안, 여성으로서의 감수성으로도 드러난다. 정확히 무어라고 짚어낼 순 없는 막연함 속에서도 분명히 감지되는 주변적인 감수성은 마지막 트랙인 “Out There”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YMO(Yellow Magic Orchestra)의 멤버였던 유키히로 다카하시의 예사롭지 않은 등장으로 방점을 찍는다. 그의 2009년 앨범 [Page By Page]에 일본어 버전으로도 수록된 이 트랙(발레리가 피처링했다)은 몬스터와 늑대의 이미지로부터 출발해 홀로 남겨진(유대 없는) 자들의 상실감을 부드럽게 껴안는다. 반복되는 ‘When night is falling we’re out there/Seems just like always’를 에워싸는 미니멀한 비트가 환기하는 건 쓸쓸하면서도 따뜻하게 맴도는 잔상들이다. 요컨대 이 앨범은 잃어버린 시간과 사라진 기억 속에서 배회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리’인 셈인데 이것이 환기하는 건 랄리 푸나 혹은 발레리 트레벨야르가 여전히 자신의 기반에 대한 성찰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한국에서 이들이 점유하는 지독히 제한적인 대중성과 무관하게, 랄리 푸나를 주목하는 이유다. 20100608 | 차우진 nar75@naver.com 7/10 수록곡 1. Rest your Head 2. Remember 3. Everything is Always 4. Our Inventions 5. Move On 6. Safe Tomorrow 7. Future Tense 8. Hostile to Me 9. That Day 10. Out There (ft. Yukihiro Takahashi) 관련 글 코리안 디아스포라 아티스트 미니 특집: 랄리 푸나, 슈슈 그리고 ‘한국’ 혹은 ‘아시아’ – vol.12/no.12 [20100616] 인터뷰: 발레리 트레벨야르(Valerie Trebeljahr) 혹은 랄리 푸나: In-between, try harder – vol.12/no.12 [20100616] Lali Puna [Scary World Theory] 리뷰 – vol.5/no.5 [20030301] 관련 사이트 랄리 푸나 홈페이지 http://www.lalipun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