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u Xiu – Dear God, I Hate Myself – Kill Rock Stars, 2010 분홍빛 증오 슈슈(혹은 ‘씨우 씨우’)의 앨범들을 최근까지 들어온 사람이라면, 새 앨범을 여는 여는 두 트랙들인 “Gray Death”와 “Chocolate Makes Happy”을 들어보고 상반된 두 개의 감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것이다. 산란하고 불안한 목소리로 자기비하적이고 자기파괴적 노래를 들을 때는 ‘여전하네’라고 느끼겠지만, 일렉트로닉 비트가 강하면서 심지어 댄서블하기까지 한 리듬을 들으면 ‘이건 뭐지?’라고 당황할 것이다. 그 뒤를 잇는 “Apple for a Brain”에서는 비디오 게임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잘못 믹스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서 ‘뭔가 바뀐 거지?’라면서 이리저리 정보를 찾아 뒤지게 될 것이다. 그 정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멤버 교체’일 것이다. 2004년부터 제이미 스튜어트(Jamie Stewart)를 도와 슈슈의 사운드를 만들어낸 캐럴리 맥컬로이(Caralee McElroy: 키보드)와 체스 스미쓰(Ches Smith: 드럼)가 밴드를 떠난 자리를 안젤라 서(Angla Seo)가 메꾸었다는 사실을 언급할 것이다. 새로운 멤버가 사운드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추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이런 변화가 밴드의 방향을 새롭게 재설정한 것은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슈슈의 디스코그래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앨범은 Fabulous Muscles (2004) 이후 가장 일렉트로닉한 작품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앨범 전체에서 인상적인 것은 단지 프로그래밍된 댄스 리듬만은 아니다. “Chocolate Makes You Happy”나 “This Too Shall Pass Away (For Freddy)”처럼 댄서블한 리듬이 두드러지고 팝적 훅(hook)까지 등장하는 곡들에서도 온갖 음악적․비(非)음악적 소리들이 등장하다가 사라지기를 거듭한다. 그 소리들은 힙합의 스크래치(scratch), IDM의 블립(blip), 싸구려 신디사이저 라인, 퍼즈톤의 기타 리프, 오케스트라 현악기, 가멜란의 신묘한 소리, 닌텐도DS의 노이즈까지를 망라한다. 이런 장식음들은 아름다운 조화라기보다는 예측불허의 혼돈을 만들어 내고 이 혼돈은 불협화음과 협화음을 오가면서 긴장과 해결이 동태적으로 진행된다. 사운드의 혼성은 때로는 지나친 감을 줄 때도 있다. 특히 닌텐도DS가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Apple For A Brain”이나 “Secret Motel”에서의 사운드의 혼돈은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어내기는 힘든 수준이다. 반면 “Dear God, I Hate Myself”에서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처연한 음조로 “신이여, 나를 증오한다…나는 결코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다 / 나는 결코 정상으로 느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할 때, 중간중간 삽입되는 복잡한 음들은 이런 다짐에 훼방을 놓으면서 ‘위악은 반드시 진심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많은 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좋은 팝 음악을 만들어낸다. 다른 한편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에 대한 고발을 담은 “Falkland Rd.”나 새로운 음악적 파트너의 삶을 관조하는 “Hyunhye’s Theme”같은 느린 템포의 발라드에서는 프로그래밍된 효과음들은 절제되어 메시지를 방해하지 않고 있다. 이 앨범에서 느끼는 매력은 독창적 메시지를 가진 싱어송라이터의 작사․작곡이 전자음의 최대한의 사용과 결합하는 하나의 방식을 보여 준다. 그 방식이 ‘팝/록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할 근거로는 모자랄지 모르지만(그렇게 말할 의도는 없다),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경력에 계속 주목할 근거로는 차고도 남는다. 이들이 표현하려는 정신 상태가 너무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이고, 때로 난폭하다고 평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고, 그 평가에 따라 이 앨범의 음악을 듣는 빈도가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도착적이고 ‘변태적’인 정신 상태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수보다는, 그 정신상태가 때로 아름다운 표현을 만들어 낸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벚꽃이 녹아 내린다 / 그곳에서의 주말 동안 / 나는 계속 살아갈 의지를 가진다 / 하지만 그 의지는 분홍빛으로 사라진다(Cherry blossoms melt / And for a weekend there / I have the will to go on / But then it fades to pink)”(“The Fabrizio Palumbo Retaliation”)라는 대목처럼… 20100601 | 신호미 homey81@gmail.com * “Hyunhye’s Theme”의 ‘Hyunhye’는 슈슈의 새 멤버인 안젤라 서, ”The Fabrizio Palumbo Retaliation“의 ‘Fabrizio Palumbo’는 이탈리아 밴드 라르센(Larsen)의 멤버, “This Too Shall Pass Away (For Freddy)”에 나오는 ‘Steven’은 모리씨를 가리킨다(‘프레디’가 누군지는 아직 수소문 중이다). 8/10 수록곡 1. Gray Death 2. Chocolate Makes You Happy 3. Apple For A Brain 4. House Sparrow 5. Hyunhye’s Theme 6. Dear God, I Hate Myself 7. Secret Motel 8. Falkland Rd. 9. The Fabrizio Palumbo Retaliation 10. Cumberland Gap 11. This Too Shall Pass Away (For Freddy) 12. Impossible Feeling 관련 글 코리안 디아스포라 아티스트 미니 특집: 랄리 푸나, 슈슈 그리고 ‘한국’ 혹은 ‘아시아’ – vol.12/no.12 [20100616] 인터뷰: 슈슈의 제이미스튜어트 / 안젤라 서(서현혜): Whatever Makes You Happy, I Will Never Feel Normal (but Love to Diaspora) – vol.12/no.12 [20100616] Xiu Xiu [A Promise] 리뷰 – vol.5/no.6 [20030316] Xiu Xiu 인터뷰 – vol.5/no.6 [20030316] 관련 사이트 Xiu Xiu 공식 홈페이지 http://xiuxiu.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