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슈(Xiu Xiu)의 제이미스튜어트 / 안젤라 서(서현혜): Whatever Makes You Happy, I Will Never Feel Normal (but Love to Diaspora) 일시: 2010. 5. 10 장소: 신림동의 한 연립주택 질문: 신현준 | 사진: 신현준 정리: 신현준 | 영어 교열: 김필호, 조셉 김(Joseph Kim) 영문인터뷰: Whatever Makes You Happy, I Will Never Feel Normal (but Love to Diaspora) 지난 5월 6-8일 슈퍼컬러슈퍼(http://www.supercolorsuper.com)주최로 대구, 부산, 서울에서 공연을 가진 슈슈(혹은 ‘씨우 씨우’)의 두 멤버를 만난 것은 롤링홀에서의 공연이 이틀 지난 뒤 신림동 주택가의 한 ‘빌라’에서였다.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아마도 스캐터브레인이 나보다 먼저 인터뷰를 가졌기 때문인 모양이다(아닐 수도 있다). 고백하자면, 슈슈의 새 멤버가 아시아계라는 것은 알았지만 한국계라는 사실은 잘 몰랐고 공연을 보면서 처음 알았다. 첫 곡이 끝난 뒤 안젤라가 “키보드 올려주시고 비트박스 내려주세요”(반대였을지도 모른다)라고 한국어로 말할 때 “한국말을 하고 있네!”라고 느꼈던 것이 인터뷰까지 하고 싶게 된 배경이라는 걸 숨기지는 못하겠다. 그 동안 어렴풋이 느꼈던 슈슈의 음악과 연관된 여러 아시아적 요소들에 대한 관심이 이번 인터뷰를 만들어냈다. 급하게 착수한 인터뷰라서 슈슈의 새 음악에 대한 질문이 많지는 않다는 점에 양해를 부탁드린다(솔직히 요즘은 곡 제목을 신경쓰지 않고 음악을 듣다 보니 이럴 때 꼭 사단이 난다). 그저 요행히 랄리 푸나의 발레리 트레벨야르와의 인터뷰와 함께 실리게 되었으니, weiv의 모모 미국박사님들이 드문드문 장검 빼들듯 부정기 연재하다가 언젠가부터 슬며시 중단된 한국계 디아스포라에 대한 특별 기획이 이렇게 졸속이나마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혼자 스스로 기뻐할 뿐이다. [weiv]: 슈슈의 음악에 대해 묻기 전에 세 가지 큰 질문을 물어보겠습니다. 첫번째는 정치에 관한 질문입니다. 2008년 이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이제는 그때만큼 불행하지 않은가요? Jamie: 예 덜 불행합니다. 오바마가 부쉬보다 나은 대통령인 건 맞죠. 하지만 그가 메이저 정당의 정치인이라는 점은 여전하죠. 부쉬처럼 끔찍하지는 않지만… 하지만 특별히 감동받은 것은 없습니다. 단, 오바마는 내가 도덕성이라고 믿어왔던 것을 강하게 고수하고, 저 불가능하고 끔찍한 공화당을 회유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weiv]: 개인적으로, 정치적으로 2008년 이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Jamie: 개인적으로 나는 조금 마음이 편해졌지만 아주 많이 그런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미국인들)에 대해 조금은 자부심을 갖게 된 정도?(웃음). 감히 말하자면, 오바마를 지지하고 투표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가 투표한 것과 동일한 것을 지지했다고 할 수 있겠죠. 정치적으로는 어떤 면에서 이 나라는 분열이 더 심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오바마가 갖는 의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분열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죠. 불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보다 리버럴하고 진보적인 사람들, 인간성이란 어떠해야 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계속 풍요롭고 진보적이려고 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해 볼 수 있는 작은 기회를 갖게 되었죠. 예전에는 그런 기회조차 없었죠. [weiv]: 당신은 “Saturn”, “Guantanamo Canto”, “Support our troops” 등의 노래에서 ‘조지(George)’에 반대하여 나름의 투쟁을 해왔습니다. 이는 더 큰 반대운동의 일부였나요? Jamie: 대부분은 나의 개인적 관심사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 개인적 관심이 운동들로부터 영향받은 것이기는 했겠지만… 하지만 부쉬를 반대하는 집단적 운동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 집단적인 친부시운동은 존재했습니다. 그게 지금도 오바마가 취약한 이유인데, 리버럴한 세력이 특별히 리버럴한 것은 아닌 데다가 전혀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weiv]: 개인적 관심사라고는 해도 당신의 싸움이 정치적 변화에 어느 정도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나요? Jamie: 그다지 크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작은 언더그라운드 아트 록 밴드가 넓은 범위의 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나의 음악을 들어보았지만 그런 주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걸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랬던 면은 있습니다. [weiv]: 개인적으로 나 같은 사람에게 당신의 노래들은 큰 용기를 주는 것이었고 그 점을 감사합니다. 이제 두번째 큰 질문인 당신의 가족과 미국 사회 일반에서 가족의 문제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슈슈의 몇몇 곡을 들으면 미국의 가정이 붕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당신은 ‘이건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다’라고 누차 말했구요. 하지만 관광객으로 캘리포니아를 방문하면 그저 조용할 뿐입니다(웃음). 나는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사회에 대해 불안감을 지나치게 느낀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아닌가요? Angela: 동의하기 힘든데요. 그건 문화적 차이 때문일 거에요. 나는 아시아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은 싫어하지만, 아시안들은 잘 표현을 하지 않고, 무언가를 가슴에 담고 있죠. 제이미는 이런 것과는 상이한 배경과 문화를 가지고 있으니… [weiv]: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질문을 제기한 것 같군요. 그저 당신 둘의 상이한 가정배경으로 주제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Angela: 우리는 로스앤젤리스의 샌 페르난도 밸리(San Fernando Valley) 지역의 마을에서 성장했죠. 큰 교외이고 한인 인구가 많고 도심에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이사해서 사는 곳이죠. 제 부모는 이민자였고 나도 한국에서 태어나서 8살 때 이민을 했습니다. 우리는 노동계급 가정이었고 부모는 직업을 두세개씩 가지면서 정말 열심히 일했죠. 물론 그들은 독서와 음악감상을 좋아했지만 한국적 교육관과 근로윤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Jamie: 내 가족의 경우 아버지 쪽은 남부 캘리포니아의 가난한 집안입니다. 아버지의 형제는 성공적인 록 음악인이었고[참고: 마이크 스튜어트(Mike Stewart)는 포크 록 그룹 위 파이브(We Five)의 리더였다] 음악을 통해 지긋지긋한 가난으로 빠져 나오는 길을 찾았죠. 어머니 쪽은 대단한 교양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고등교육을 받고 부유한 집안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샌 프란시스코에서 ‘사랑의 여름’때 만났으니, 이른바 ‘히피 부모’이죠. 그렇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정상적이지 않았고 어려운 문제가 많았습니다. 슈슈의 음악이 어둡다면 나의 가정배경이 하나의 이유일 겁니다. [weiv]: 가정 생활을 따지는 일은 이쯤 해서 그만하겠습니다. 안젤라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물어볼께요. 마지막 큰 질문은 슈슈의 음악에서 아시아의 상징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밴드 이름 자체가 중국어이고 초기 멤버 가운데 한 명인 이본느 천(Yvonne Chen)은 중국계로 보입니다. 또한 가멜란과 고토 등이 슈슈의 음악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상징적 수준이든, 실제적 수준이든 이런 ‘아시아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있나요? Jamie: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로스 앤젤리스나 베이 에어리어 같은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했다는 것이죠. 아시아계는 어디에나 있고 인구 가운데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자라난 사람에게 아시아문화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닙니다. 둘째는 나의 할아버지가 선장이었고 여행에 관심이 많았죠. 그가 여행하던 곳마다 나에게 그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Angela: ‘아시아의 영향’이라… 그 영향이 크다고 할 수는 없어요. 우리는 모든 것에서 영향을 받았으니까요: 소울, 고스펠, 팝, R&B 등등. 모든 곳에서 많은 것들을 취해 오려고 하죠. 밴드의 이름 슈슈는 영화에서 온 것이고, 영화에서 주인공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것과 더 관계가 많고 꼭 ‘아시안’과 관계가 많다고 볼 수는 없어요. [weiv]: 앞의 질문에서 ‘다른 밴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라는 말을 빼먹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가멜란과 고토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죠. 아시아에 기원을 갖는 음악을 어떻게 접했는지 궁금하군요. Jamie: 아, 먼저 우리가 저 음악들을 흉내내려고 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저런 사운드를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 관심은 가멜란의 편곡 방식인데, 멜로디 몇 개가 맞물린(interlock) 상태에서 아릅답게 배치되어 있죠. 가멜란 음악을 접한 것은 순전히 우연인데, 10대 시절 스미소니안 박물관에서 포크웨이 레이블을 통해 음반들을 발매했어요. 그 음반들 몇 개 집어서 민속음악을 듣기 시작했죠. 대부분의 경우 악기들의 소리가 흥미로왔죠. 우리는 그 음악을 ‘연주’하려고 한 건 아닙니다. [weiv]: 내 귀에 가멜란의 음고는 서양 음악과는 다릅니다. 불협화음이라고나 할까… 혹시 이게당신이 가멜란을 통해 의도한 음향적 효과인 건가요? Jamie: 맞아요. 음계가 다르죠. 요즘은 키보드나 신디사이저에도 ‘가멜란 스케일’이라는 게 있죠. 이 음계는 조율이 안 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서, 서양 전위음악 같은 불협화음과는 다른 감정을 줍니다. [weiv]: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관심은? 그는 매우 논쟁적인 사람인데… Jamie: 역시 우연에 의해 읽게 되었네요. 그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정치가 진짜 미친 상태였는데 그의 글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어요. 그 사람은 정치적으로는 정신 나간 우익이지만, 사물을 아름다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어요. 나는 그 인물에는 관심이 없고 작품에만 관심 있을 뿐입니다. [weiv]: 이제 큰 질문들을 거두고 새 앨범에 대해 간략히 묻겠습니다. 앨범 작업이 얼마나 오래걸렸고 안젤라는 언제 참여했나요? Jamie: 한 2년은 걸렸네요. 그 전에 음반 하나를 녹음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치워 버렸어요. 무언가 부족했죠. 안젤라는 올해부터 [라이브에서] 같이 연주하기 시작했죠. 그렇지만 우리는 수년 동안 작업해 왔고 안젤라는 Women As Lovers 에서 비디오를 만들었죠. 음악적 협력은 이 음반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한 셈이네요. [weiv]: 어떤 평론가는 이번 음반이 ‘팝적’으로 들린다고 말합니다. 뭐가 달라진 건가요? Jamie: 안젤라의 영향이 크죠. 테크노와 팝에 대해 그녀가 아는 건 나보다 훨씬 많으니…. Angela: 제이미는 이번 음반을 ‘팝 앨범’으로 만들고 싶어했죠. 그는 또 모리씨의 앨범에영향받았어요. 그건 짧고도 재미있는 앨범이죠. ‘재미있는 앨범(fun album)’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우리는 그 음반처럼 정밀한 사운드를 프로듀스하고 싶었죠. [weiv]: “Chocolate Makes You Happy” 는 행복할 뿐만 아니라 춤추기 좋은 곡이다. 내게 이 곡은 오래 전 듣던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Pretty Hate Machine 을 연상시키던데… Jamie: 좋은 음악이죠. 그렇지만 “Chocolate Make You Happy”는 브라질 테크노 뮤지션인 기 보라토(Gui Borrato)에서 슬쩍 훔쳐 온 게 많은데… (웃음). [weiv]: 닌텐도 DS 는 도대체 뭔가요? 농담이지만 공연 도중 비디오게임을 하는 건가요? Angela: 내가 비디오게임을 좋아해요. 어느 날 새로 나온 비디오게임이 뭐 있나 둘러보다가닌텐도 DS를 집어들었고, 제이미가 그걸 가지고 진짜 ‘쿨’한 작업을 했죠. 닌텐도 DS가 좋은 점은 보통 사람을 위해 쉽게 만들어졌고, 포터블하다는 점이에요. 기술적으로 신디사이저와 함께 사용하는 건 정말, 정말, 정말 간단해요. 그런데 공연 도중 비디오 게임을 하냐고요? 천만에요, 초점을 잃고 싶지는 않아요! [weiv]: 대조적으로 “Hyunhye’s theme”이나 “Cumberland Gap”는 민속음악(folk music)의 멜로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한국인은 뒤 노래의 멜로디가 ‘동양적’, ‘아시아적’이라고까지 하던데… Jamie: “Cumberland Gap”은 1860년대 남북전쟁 시기 아팔래치아 민요죠. 다른 한국인 인터뷰어도 동양적이라고 들린다고 하던데, 혹시 펜타토닉 음계(5음계) 때문일까요? [weiv]: 아마 한국인들은 5음계를 ‘동양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네요 (웃음). 어쨌거나 저런 곡들을들어보면 당신의 아이디어는 마르지 않고 샘솟는 것 같습니다. 어떤 평론가가 “슈슈가 새로운 앨범을 가지고 올 때마다 나는 ‘이건 이제 됐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인터뷰에서 당신은 “아이디어가 고갈되었다”라고 말했는데…” Jamie: 모두 없어져 버렸을 수 있습니다(웃음). Angela: 그러길 바래요 (웃음) [weiv]: 이런 질문은 제이미에게 짜증스럽겠지만,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밴드를 그만둔 건가요? Jamie: 일관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죠.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미워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요(웃음). Angela: 내 생각에는 한 사람이 하나의 일을 하는데 8년이라는 시간은 길다고 생각해요. 제이미가 독재적인 것은 아니고… (웃음). [weiv]: 2명의 멤버만으로 라이브에서 연주하는 게 힘들지는 않나요? 지난 토요일 공연에서는 안젤라가 무척 바빠 보이던데…. Jamie: 2004년에 2인조로 시작했다가 2년 동안 3인조로, 1년 동안 4인조로 활동하다가 다시 2인조가 되었네요. 괜찮아요, 안젤라가 워낙 공격적으로 연주하니까. Angela: 그렇게 바쁘지 않아요. 가끔은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서 있다고 느끼기도 하니까. 연주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내 생각에 제이미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그게 나한테 영감을 많이 주죠. [weiv]: 언젠가 제이미는 팝 음악보다 클래식이나 아방가르드 음악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한적도 있는데… Jamie: 예전의 밴드 멤버인 코리 맥컬로치(Cory McCulloch) 때문에 2000년 경에 현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렇지만 아까 말했듯 내가 관심 있는 음악의 범위는 매우 넓었어요. 10대 시절에는 가멜란 및 기타 토속음악에 빠졌고 영국 포스트펑크에도 흥미가 많았죠.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뮤지션들 모두 광범한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음악을 듣는 것 아니지만, 좋은 음악, 높은 퀄리티의 음악은 어디서 온 것이든지 들어 왔습니다. [weiv]: 그렇지만 1990년대 미국 음악 씬에서는 기타 밴드가 지배적이었는데… Jamie: 1990년대에도 나는 그때 밴드들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1990년대는 나쁜 시기였죠. 내가 어렸을 때는 헤어 메탈 밴드들이 있었죠. 특히 로스 앤젤리스에서 융성했죠. 그건 정말 끔찍한 음악이고 그래서 나는 그런 록 음악에서는 멀어졌습니다. [weiv]: 그 무렵 당신이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 아직 궁금합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당신은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해서 같은 반 친구들에게 돌렸다고 말했는데, 그 테이프에는 어떤 음악이 들어있었나요? Jamie: 아, 그건 정말 불경한 짓이었죠(웃음). 중학교 때였는데 20명 정도의 아이들이 다른아이들에게 농담을 하고 조롱을 했어요. 그걸 가지고 녹음을 한 거죠. 음악은 위어드 알 얀코빅(Weird Al Yankovic)같은 것이었어요. 그는 사춘기가 오기 전 나의 영웅이었죠. 아, 참, 2003년에 그가 연주하는 걸 본 일이 있었는데 아주 훌륭했어요. 노래들은 한심한 것들이지만, 그의 밴드는 정말 연주를 잘 하더군요. [weiv]: 그렇다면 당신은 ‘미국’ 음악보다 ‘영국’ 음악에 더 빠져 있었나요? 당신의 음악에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이언 커티스(Ian Curtis), 로버트 스미쓰(Robert Smith), 모리씨(Morrissey) 등의 영향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한번은 보이 조지(Boy George)도 언급한 일이 있고… Jamie: 그럼요. 모두 제가 즐겨 듣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그게 미국 음악인들에게 이상한 것은 아니에요. 조이 디비전, 데이비드 보위 모두 인기 있으니까. 보이 조지는 놀랍고 우아한 가수고 광기도 있죠. 미국 밴드들 가운데 나는 픽시스(The Pixies)를 매우 좋아합니다. 그리고 톰 페티(Tom Petty)도 조금. [weiv]: 미국에서 얼터너티브 음악은 컬리지 씬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익숙합니다. 당신의 대학교 배경은 어땠나요? 당신과 오래 협력해 온 디어후프(Deerhoof)같은 밴드의 멤버들은 또 어땠나요? Jamie: 산 호세(San Jose)에서 대학생일 때 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거기의 컬리지 씬에 있지 않았고 산 호세에는 씬이라고 할 게 없었어요. 그렇지만 베이 에어리에서는 노이즈 록 씬이 시작되었죠. 그들 중 일부는 우리를 조롱했는데, 그 친구들은 이제는 다 사라졌죠. 디어후프는 그 씬에서 지금도 활동하는 유일한 밴드이고 우리에게 언제나 잘 해 주었죠. 우리는 언제나 절친이었습니다. [weiv]: 베이 에어리어의 록 씬은 이른바 ‘포스트록’ 씬과는 다른가요? Jamie: 노이즈 록은 2002-3년 경이고 포스트록은 그 전인 1990년대 중후반이죠. 서로 많이 다릅니다. 포스트록은 아름다운 사운드이고 노이즈 록은 ‘어글리 사운드’죠. 나는 노이즈 록 씬의 일원이 되고 싶었지만 슈슈는 그와는 또 전혀 달랐죠. 우리 나름대로는 ‘쿨’하게 보이려고 했지만, 그렇게 보는 사람이 없었죠(웃음), [weiv]: 슈슈가 대중에게 알려지는데 특별히 도움을 준 건 없었나요? 특정 잡지라든가, 특정 라디오라든가… Jamie: 딱 꼬집어 뭐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우리가 특별히 유명한 밴드는 아니었고 그래서든 게 천천히 진행되었죠.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는 특별히 중요한 순간은 없었어요. 우린 단지 투어를 진짜 많이 했죠. [weiv]: 2010년 현재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나요? Jamie: 아, 우리는 노쓰 캐롤라이나로 이사했어요. 안젤라가 법학을 공부하게 되어서… [weiv]: 로 스쿨에 들어갔다면 안젤라 부모가 진짜 행복했겠군요! ‘한국’ 문화에 딱 들어맞으니… 이제 그러면 안젤라의 정체성 형성에 관해서 질문 몇 개를 드려도 좋을까요? 먼저 미국에서 그 놈의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 담론은 아직도 강력한가요? 아시안들은 순종적이고 겸손하다는 스테레오타입 말입니다. Angela: 많은 한국인들은 매너를 배우면서 성장해요. 내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어른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배우는 과목이 있었어요.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고, 어떻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고 등등. 그런 교육은 부분적으로는 좋은 면이 있어요. 그렇지만 다른 면들은 시대착오적인 게 많아요. 내 생각으로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인들이 사람들을 대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많이 달라요. 한국 사람들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게 아메리칸 스테레오타입과 충돌하는 것이죠. [weiv]: 시간이 흐르면서 그 스테레오타입에 변화도 있지 않나요? Angela: 분명히 변화가 있죠. 이제는 또 하나의 스테레오타입이 있는데, 그건 한국계 미국인의 스테레오타입이에요. 이른바 ‘에이지엔(AZN)’인데 ‘싸가지없는(spoiled)’ 2세 아이들을 말하죠. 1세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는데, 2세들은 무례하고 버릇없고, 아무도 공경할 줄 모르고, 바라는 건 다 갖고. 술 많이 먹고, 담배 많이 피우고, 좋은 차를 몬다는 등등… 그런 스테레오타입이죠. [weiv]: 내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 몇몇이 말하기로는, 오래 전에 이민 온 사람들과 최근 새로 오는 사람들 사이에 일종의 분열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던데… Angela: 분열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로스 앤젤리스 출신은 다른 곳 출신과는 많이 달라요. 한인 타운이 매우 크기 때문이고, 그곳의 문화란 건 매우 한국적이에요: 한국인 술집, 한국인 카페 등등. 모든 스테레오타입이 살아있고 이런저런 충돌이 많죠. 그렇지만 로스 앤젤리스 한인 타운 외부에서는 내 생각에 대체로 동질적인 것 같아요. 나 같은 사람들은 그걸 깨려고 하는 것이고… [weiv]: 슈슈에서 연주하는 뮤지션으로서 당신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교섭하는지요? Angela: 제이미는 매우 개방적이라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이런 식으로 해 달라는 압력은 전혀 없어요.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맞닥뜨리는 어떤 게 있기는 해요. 내 자신이 내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에 일정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죠. 일정한 스테레오타입을 내가 깨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죠. 한국계 미국인의 이미지나 아시아계 여자에 대해 온순하고,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의식하고 있어요. 그게 내가 공격적으로 연주하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죠. 한국여자들은 매우 부드럽게 피아노와 키보들 연주한다는 걸 나도 알기 때문에, 나의 일부는 그 스테레오타입을 깨기를 원하는 것이죠. 그 일부가 바로 ‘내가 어떤 사람인가(how I am)’이죠. 동시에 그건 내게 용기를 주기도 해요. 그렇게 연주하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고 편안해지죠. [weiv]: 그러고 보니 당신의 음악적 배경이나 음악적 취향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네요. Angela: 일단은 클래식 피아노. 부모님에게서 레슨을 받았죠. 클래식 음악을 많이 연주했어요. 하지만 교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때면 아주머니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연주를 맞춰 주고, 심지어는 즉흥연주를 해야 할 때도 있어요. 그건 일종의 클래식 음악과의 단절이고 어떤 면에서 팝적으로 되는 것이죠. 나는 리한나(Rihanna)나 비욘세(Beyonce)같은 미국 팝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들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기 보라토(Gui Borrato), 익스트라벨트(Extrabelt), 포맷 B(Format B)같은 미니멀리즘적 테크노도 많이 좋아해요. [weiv]: 부모님과의 교섭은 어떻게 하나요? Angela: 부모님은 슈슈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는 모르고, 슈슈의 이미지가 어떤지도 몰라요. 엄마는 “CD 좀 가지고 와 봐라”라고 말하지만, “다음에, 다음에…”라고 말하죠. 부모가 전통적인 한국인이라는 것을 내가 아니까요. 그렇지만 엄마는 매우 좋은 분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자유를 주는 사람이에요. “그런 거 하지 마”라고 말할 사람이 아니지만, [슈슈의 음악을 들으면]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겠죠. 왜 그런 사람의 마음을 찢어놓아야 하나요? 부모로부터 감춰야 할 무언가는 있기 마련이에요(웃음). Jamie: 나도 엄마에게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음(웃음). [weiv]: 공연에서 한국인 청중의 반응은 어땠나요? Angela: 좋았어요. 이번에 우리는 매우 선별적 청중 앞에서 연주한 것이었죠. 공연에 와서 한국 대중음악(Korean pop)과는 무언가 다른 것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었어요. 한국적이지는 않은 무언가를 보기를 즐기는 사람들이었고, 어떤 면에서 한국적인 사람들은 아니었죠. [weiv]: 당신이 한국계라서 한국인이나 한국계 청중들이 더 친밀감을 느꼈다고 생각하나요? Angela: 그걸 내가 가타부타 말할 수는 없네요. 그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나도 그렇게 느껴요. 한국인들을 공개적으로 만나면 나는 항상 행복해요. 한국계가 다른 밴드에 있거나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설사 내가 그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OK에요. [weiv]: 미국 인디록 씬에서 아시아계가 점차 많이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Angela: 미국에서는 아시아계는 아직 소규모 집단이에요. 그들은 어디서나 무언가를 하고 있죠. 소규모 레이블, 공연, 투어 등등… 많이 알려진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고, 그래서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죠. 아시아계 여자들은 더 적어요. 더 많은 아시아계들이 무언가를 하고 내 눈에 띄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을 찾아보고 그들을 만나고 싶어요. 또한 아시아계들이 사회 전반에서 더 많이 눈에 띄었으면 해요. [weiv]: 마지막으로 바보 같은 질문.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음악은 존재하는데, ‘아시아계 미국인’의 부재합니다. 논평 하나 해 줄 수 있을까요? Angela: 아시아계 미국인은 미국에 그리 오래 존재하지 않았어요.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재즈나 로큰롤 등이 시작할 때부터 여기 살아왔죠. 그게 바로 ‘아메리칸’ 음악이고 백인들은 차라리 매우 늦었죠. 다른 한 가지는 백인들이 그 음악을 연주한 것은 그것이 ‘쿨’했기 때문이죠. 아시아계 미국인 그런 ‘쿨’한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그건 ‘모델 마이너리티’ 때문이죠. 이게 또 하나의 이유일 거에요. [weiv]: 긴 인터뷰 감사하고 다음에 또 서울에 오기를 바랍니다. 20100607 | 신현준 관련 글 코리안 디아스포라 아티스트 미니 특집: 랄리 푸나, 슈슈 그리고 ‘한국’ 혹은 ‘아시아’ – vol.12/no.12 [20100616] Xiu Xiu [Dear God, I Hate Myself] 리뷰 – vol.12/no.12 [201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