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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us & Julia Stone – Down The Way – Nettwerk Records, 2010

쓸쓸한 따뜻함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은 호주 출신의 남매 듀오이다. 첫 앨범인 [A Book Like This](2007)를 내기 전 호주와 영국에서 2장의 EP를 발매했었는데, 이를 들은 트레비스(Travis)의 프랜시스 힐리(Francis Healy)가 이들을 바로 집으로 초대해서 몇몇 곡의 레코딩 작업을 함께 진행하는 등 데뷔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가 되었다. 이 앨범에 수록되었던 “Paper Aeroplane”이 SC제일은행의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국내에 이름이 알려졌으며, 덕분에 [A Book Like This]가 2009년 10월 라이선스 되기도 했다.

지난 3월 발매된 [Down The Way](2010)는 전작에 비해서 풍부하고 다양한 질감의 톤을 구사하는 데 능숙해졌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앨범이다. 이들이 처음으로 직접 프로듀싱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도 3년 사이 그들이 거둔 압축적인 성장을 짐작할 수 있다. 음악은 훨씬 더 세련되고 서늘해져,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일이 거의 없는 무표정한 보컬과 연주를 들려준다. 그럼에도, 따뜻하면서도 헛헛한 역설적인 정서를 앨범을 관통해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뷰욕(Bjork)을 연상시키는 까슬한 보컬 톤을 가진 줄리아(Julia)와 중성적인 앵거스(Angus)의 목소리가 쓸쓸함을 부각시키는 가운데, 먹먹한 스트링과 잘 다듬어진 멜로디가 이를 부드럽게 감싸고 흐른다.

이 앨범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공간감이다. 이는 음악의 잔향을 강조해서 공간감을 부각시키는 공간계 이펙트가 많이 쓰인 데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음악의 전경, 중경, 후경을 제대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번 앨범에서 주요하게 쓰이는 것은 스트링과 핑거링으로 연주하는 기타로, 특히 리버브가 강하게 걸린 스트링이 몽환적이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 가운데 특별한 질감을 가지는 줄리아 혹은 앵거스의 보컬이 부각되어 전경에 실린다. 자칫 잘못하면 이 바스라질 것 같은 음색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인상적인 나머지 음악과 분리되어 서걱거렸을 수도 있었을 듯 한데, 그 사이의 공간을 다른 목소리들이 탁월하게 메우고 있다. 줄리아의 노래 주변을 들릴 듯 말 듯 서성이다가 후반부에서는 저음의 뒤틀린 소리로 섞여드는 앵거스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For You”, 앨범을 통틀어 가장 얇고 깨질 것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줄리아의 보컬을 앵거스가 중화하면서도 부각시키는 “I’m Not Yours” 같은 트랙이 대표적이다.

간간히 “On The Road” 등 이질적인 트랙들이 발견되기도 하는 가운데,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하면서 따뜻하면서도 헛헛한 감각을 지탱하는 미덕을 시종 잃지 않는다. 어디 하나 허술하지 않고 탄탄한 포크팝 13곡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는 앨범이다. 따뜻한 가운데 서늘한 바람이 파고들고 또 유난히 흐렸던 이번 봄은 아마 이 앨범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20100426 | 이수연 wei.jouir@gmail.com

8/10

수록곡
1. Hold On
2. Black Crow
3. For You
4. Big Jet Plane
5. Santa Monica Dream
6. Yellow Brick Road
7. And The Boys
8. On The Road
9. Walk It Off
10. Hush
11. Draw Your Swords
12. I’m Not Yours
13. The Devil’s Tears

관련 사이트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 공식 홈페이지
www.angusandjuliasto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