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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 옐로우(TV Yellow) – Strange Ear – 롤리팝뮤직, 2010

 

 

불균형과 동시성: 90년대 가요는 어떻게 재현되는가

티비 옐로우(TV Yellow)의 [Strange Ear]는 잘 빠진 신스 팝 앨범이다. 최근 발매된 국내 앨범 중에서 가장 깔끔하고 매끈한 레코딩을 선보이는데다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몸을 휩쓸리게 만드는 비트와 멜로디 역시 제대로 구현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 대한 인상은 대략 세 가지 과정을 겪었다. 처음엔 댄서블한 싱글들: “Alpha”, “Speed Simone”, “Molloy”, “Cashmere”로 이어지는 캐치한 멜로디의 연속이 귀를 사로잡았다. 이 싱글 퍼레이드가 최근 몇 년 간 영미권 음악 트렌드의 반영이란 생각으로부터 아하와 디페시모드, 심지어 스톤 로지스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다음 단계였다. 마지막으로 (이게 중요하다) 반복해서 들을 때마다 어딘지 불균형한 인상을 받았다.

다시 말해 이 앨범의 인상은 5번 곡 “Faster”를 기점으로 양분된다. 전반부를 지배하는 것은 1980~90년대 당시 한국의 다운타운 차트를 지배한 ‘외제’ 신스 팝의 감수성이고 “Days In Vain”, “꽃”, “오래된 숨결”과 “입술 위에 흘러”가 넘실대는 후반부를 지배하는 것은 그때 등장한 주류 가요(“넌 남이 아냐”로 기억되는 이오에스(EOS) 류)의 감수성이다.

처음엔 실패한 전략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다. 전략보다는 우연의 결과라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제 감수성의 국산화라든가 로컬라이징과 글로벌리즘, 혹은 OEM 생산체제의 무의식적인 반영이란 관점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농담 같지만 진심이다. 따라서 [Strange Ear]에 대해 ‘록과 댄스의 흥미로운 하이브리드’라고 단정하는 건 아무래도 애매하다. 이 앨범의 지배적인 감수성은 천구백구십몇 년과 이천몇 년 사이에 놓인 가요와 신스 팝의 불균형한 간극이고 역설적으로 그것이 이 앨범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중요해지는 건 ‘가요’에 대한 차별적인 기준, 요컨대 ‘가요’라는 용어를 단일한 의미로 사용할 수 있는가, 란 질문이다. 티비 옐로우의 데뷔앨범은 최근 몇 년 동안 출현한 가요에 90년대 노스탤지어와 21세기의 동시성이 함께 반영되는 맥락에 있다.

이것은 (9와 숫자들 데뷔앨범 리뷰에서 최민우가 썼듯) 한국영화를 ‘방화’라고 부르던 시절의 ‘가요’ 감수성이다. 부연하자면 몇 년 전부터 ‘역사적 복원’의 대상이 된 가요들: 윤상과 유희열, 유영석, 이승환, 오태호 같은 이들을 90년대 가요의 유산이라 여기는 맥락에 존재하는 감수성이다. 이런 계승과 재해석의 대상이 되는 90년대 가요가 (록이 아닌) 팝이란 사실이 중요하다. 이지형, 브로콜리 너마저, 9와 숫자들의 음악이 거둔 대중적인 호응이 그 근거다. [Strange Ear] 또한 그에 대한 추가적인, 또 유력한 증거물일 것이다. 20100328 | 차우진 nar75@naver.com

7/10

수록곡
1. Alpha
2. Speed Simone
3. Molloy
4. Cashmere
5. Faster
6. Days In Vain
7. 꽃
8. 오래된 숨결
9. 입술 위에 흘러(feat. 박종현)
10. Glider 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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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 [9와 숫자들] 리뷰 – vol.12/no.5 [20100301]
음악웹진 [100beat.com], 티비옐로우 [Strange Ear] 리뷰(김작가, 201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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