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왈로우(Swallow) – It – Sha Lable, 2009 모호한 과잉 스왈로우의 세 번째 음반인 [It]은 [한겨레]에서 실시한 ‘평론가가 뽑은 올해의 음반’ 설문조사에서 맨 위에 꼽혔다. 이 설문에는 나도 참여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놀랐다. 왜냐하면 [It]은 그리 성공적인 음반처럼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언제나 좋은 음반을 내는 뮤지션은 없다. ‘음반을 낼 때마다 진화하는 뮤지션’이란 건 비즈니스의 어휘일 뿐이다. 그러나 좋지 않은 음반을 냈는데도 그게 지나치게 좋은 반응을 얻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럴 때는 적어도 한 명쯤은 다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그렇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비평적 긴장’을 위해서다). 그러므로 이것이 뒷북처럼 보인다면, 사실 정황상 뒷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별히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나는 [It]에 대한 이런 의견이 사담으로만 끝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심지어는 내가 참여하기도 했던 설문의 결과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는 점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It]은 담백한 제목과는 달리 과잉으로 점철된 음반이다. 굉장히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더 많은 악기, 더 많은 노이즈, 더 많은 목소리. 없는 것은 응집력뿐이다. 불길한 노이즈가 공격적으로 떠돌지만 아무런 긴장도 느껴지지 않는 마지막 곡 “비늘”을 듣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곳곳에서 지나치게 힘을 준 흔적이 보이는데 그걸 조절하려는 의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나는 포크가 여백의 음악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그게 잡목림처럼 빽빽한 사운드가 멋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음반에서 제일 좋은 곡 중 하나인 “자이언트”를 들어보자. 매끈한 팝 멜로디(어쩌면 이기용이 만든 것 중 가장 뛰어난 멜로디)를 각종 악기들과 남녀 보컬들이 약탈하듯 나눠 가져가는데, 솔직히 말해 종잡을 수가 없다. 다른 곡들도 이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사운드의 초점이 사실상 없다는 것, 일관성 있는 음악적 비전이 아니라 뮤지션의 욕심이 선명히 부각된다는 것이 [It]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그것이 다른 장점들(이를테면 명료한 멜로디)을 모두 덮어버린다.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다시 들을 마음을 사라지게 한다. 이 모호함에 가사도 일조한다. 사운드와 마찬가지로 어딘지 모르게 붕 뜬 것 같은 가사들은 그것들을 위해 쓴 단순한 어휘와는 달리 불명료하다. 여기서 불명료하다는 것은 불친절한 것과는 다르다. 적어도 내게는 “잘 있었나요 긴 터널의 시간을 / 저기 어둠의 끝엔 내 친구도 있을까”(“Hey You”) 같은 가사가 청자로 하여금 해석의 자유를 열어젖히거나 특별히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는 이기용은 늘 이런 식으로 가사를 써 왔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해서라면 소리의 매력이 사라지자 가사의 문제점이 보다 뚜렷이 부각된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용의 창법을 이제 와서 문제 삼는다면 너무 늦은 일일까? 그러나 이 음반에서 그는 종종 노래한다기보다는 목소리를 쥐어짜는 것 같다. 마치 이 곡들이 자신의 음역에 속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Sun Insane](2004)에서도 그랬던가? 다시 들어보는 “어느 배우”에서 이기용은 사운드에 맞춰 자신의 목소리를 적절히 조율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에서 드러나는 것은 보컬과 사운드 사이의 어그러짐이다. 나는 그 어그러짐이 의도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일부러 그랬다면 난처하다. [It]은 결국 역설적인 의미에서 자신의 제목에 충실한 음반이다. 음반에 담긴 노래들이 ‘그것’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혼란스런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It]은 야심작인 동시에 실패작이다. 많은 야심작들이 그러했듯이. 20091227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5/10 수록곡 1. Show 2. 두 사람 3. It 4. 자이언트 5. 눈온다 6. Hey You 7. 하루 8. 나는 고요하다 9. 비늘 관련 글 스왈로우 [Sun Insane] 리뷰 – vol.6/no.1 [20040101] 관련 사이트 샤 레이블 공식 사이트 http://www.swallow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