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들 기둘리셨다. 스캐터;브레인(http://www.scatterbrain.co.kr)과 웨이브(https://www.weiv.co.kr)가 야심차게 준비한 음악 심층 인터뷰 시리즈 Breakthrough Skype Interview, 그 2번째 시간이다.

한국 음악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혼자서 되뇌이고 있는 지난 데로리안(Delorean) 인터뷰가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얼른 섭외를 해서 재빨리 다음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었다만, 생각보다 인터뷰 섭외가 쉽지 않았다. 의외로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지난번 인터뷰에 비해, 2번째 인터뷰는 이리저리 고생을 했다. 그렇지만 그 끝은 달콤했으니, 정말로 멋진 밴드를 인터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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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through Skype Interview의 2번째 주인공은 영국 웨일즈 카디프출신 7인조 인디밴드 로스 캄페시노스!(Los Campesinos!)다. 이들은 ‘밴드이름에 “!”가 들어간 밴드들은 구리다’는 음악계의 정설을 고!팀(The Go! Team)과 함께 뒤엎으며, 2008년에 평론가들의 찬사를 얻은 데뷔앨범 [Hold On Now, Youngster…]를 발매했다. 이들의 데뷔앨범은 리버틴스(The Libertines) 이후 약 2백만 개 정도 쏟아져 나온 기타 중심 개러지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인조라는 특이한 구성과 날카로운 기타리프, 청년기의 에너지, 남여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떼창과 코러스, 젊은이의 고민과 방황, 경험을 그린 가사를 통해 나머지 199만9천9백99개의 밴드와 차별화 하며 매니아들을 양산했다.

2008년 10월, 고작 8개월 만에 2번째 앨범은 아니지만 2번째 앨범의 가까운 10곡 짜리 레코드 [We Are Beautiful, We Are Doomed]를 발매하며 놀라운 생산력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한 이들은, 2010년 2월 공식적인 2번째 앨범 [Romance Is Boring]의 발매를 앞두고 있다. 정식발매에 앞서 “The Sea Is A Good Place To Think About The Future”를 무료 다운로드로 공개하고, 이어서 첫 싱글 “There Are Listed Buildings”를 발매했다. [*밴드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소개는 이 기사(http://cafe.naver.com/scatterbrain/1262)를 참고하도록]

그래서, 로스 캄페시노스!의 기타리스트인 닐 캄페시노스!(Neil Campesinos!, 그렇다. 이들은 멤버이름에도 모조리 Campesinos!가 붙어있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 이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밴드의 시작부터 현재의 위치까지 물어보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2010년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 새 앨범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로스 캄페시노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30분 안에 모조리 짚어낸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번 인터뷰는 누구라도 읽으면 유용할 정보와 조언들로 가득 차 있다. 투어가 힘들다고 투덜대는 인간들에 대한 논평,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지만 비슷비슷한 청년기의 고민을 안고 있을 사람들에 대한 조언, 크립스(The Cribs), 리버틴스, 팅팅스(The Ting Tings) 같은 밴드들에 대한 코멘트. 그리고, 모든 밴드들이 무조건 읽고 따라해야할,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는 확실한 방법!

이 모든 것이 들어있는, Breakthrough Skype Interview, 간다.

인터뷰어: 김종윤(이하 김)
인터뷰이: 닐 캄페시노스!Neil Campesionos!(이하 닐

닐 캄페시노스!와의 인터뷰는 11월 20일 금요일 영국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한국시간으로 밤 10시)부터 30분간 이루어졌다. 처음에 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당황한 말투였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가 인터뷰를 영국시간으로 밤 10시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인은 원래 1시로 약속하기는 했지만 지금 인터뷰가 어렵다면 10시에 해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닐은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지금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터뷰 진행.

김: 그쪽 시간으로는 오후 1시인데 점심은 먹었나?
닐: 안 그래도 지금 막 브런치를 먹으려고 하던 참이었다.

김:아, 그럼 인터뷰 때문에 밥을 못 먹는 거 아닌가. 배고프겠다. 그냥 이따가 해도 되는데…
닐: 아니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니까 괜찮다.

김: 알겠다. 난 방금 저녁 먹었다. (여기서 ‘어쩌라고’가 느껴지는 3초간 정적)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로스 캄페시노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짧게 이야기해줄 수 있나?
닐: 물론이다. 2006년 2월에 난 카디프 대학(Cardiff University) [*카디프는 영국 웨일즈의 수도이다] 에 다니고 있었는데, 거기서 엘렌(캄페시노스!Ellen Campesinos!, 베이스), 올리(캄페시노스!Ollie Campesinos!, 드럼)를 만났다. 대학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는 시간이 있었는데, 물론 축구같은 걸 할 수도 있었겠지만 잘 하지도 못하고 흥미도 없어서, 그냥 밴드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장난 반으로 한 거였는데, 점점 멤버가 불어나서 7명이 되어버렸다. 얼마전에 알렉스(캄페시노스!Aleks Campesinos!)가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이유로 나가게 되었고, 대신 가레스(캄페시노스!Gareth Campesinos!, 보컬)의 동생인 킴(캄페시노스!Kim Campesinos!)가 그 자리를 메우면서 지금의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김:김: 그래서 결성이 2006년 2월이고, 위치타 레이블(Witchita)과 계약한 게 2006년 11월인데, 그럼 정말 빠른 성장이다.

나중에 알아본 결과 이들이 처음으로 공연이라는 걸 한 것이 2006년 5월이었다. 다시 말해, 2월 결성, 3개월 후 첫 공연, 다시 6개월 후 유명 인디레이블과 계약. 와우.

닐: 그렇다. 솔직히 그 때는 좀 정신이 없었다. 우리가 한 4곡 정도 곡을 쓰고, 공연을 5번 정도 했을 때 부터 사람들의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레이블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공짜로 점심도 사주고, 맛있는 밥도 사주고 그래서 좋았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웃음) 우리도 잘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다. 신기했다. 우리도 그렇게 진지하게 시작한 일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김: 솔직히 ‘The Peasants!’ [*Los Campesinos!는 스페인어로 ‘농부들’이라는 뜻이다)라고 이름을 지었으면 그건 아마 음악 역사상 가장 구린 밴드 이름이 되었을 것 같은데, ‘로스 캄페시노스!’라고 하니까 꽤 쿨하다. 이게 스페인어가 영어보다 더 쿨하다는 뜻인가? 밴드 이름은 어떻게 나왔나?
닐: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조금 배우고 있었다. 그 수업시간에 ‘로스 캄페시노스’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냥 그게 멋지다고 생각해서 그걸 이름으로 정했다. 솔직히 그게 무슨 뜻인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특히 스페인이나 라틴 아메리카에 가면 사람들이 밴드 이름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느냐고 물어본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그게 농민혁명과 같은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할 말이 없어서 좀 난감하다. (웃음)

김: 의미야 그냥 갖다 붙이면 되는 거 아닌가? 그 ‘농민혁명’ 이야기는 꽤 괜찮은데? (웃음)
닐: 좀 더 유명해지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 (웃음)

김: 로스 캄페시노스!가 위치타와 계약을 맺은 지 벌써 3년이 흘렀다. 그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모든 게 처음에 세운 계획대로 가고 있나?
닐: (머뭇머뭇) 그런 것 같다. 솔직히 우리는 처음에 계획같은 것도 세우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왔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쭉 갔으면 좋겠다. 위치타 레이블을 만난 것도 정말 행운이었다. 그들은 음악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밴드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한다. 심지어 우리가 모두 학교를 계속 다니고 졸업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쿨하게, “그렇게 해”라고 말했고, 잘 배려해주었다. 아까 언급했듯이, 알렉스가 나갔다는 것만 빼고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확실히, 닐은 ‘이런 질문이 나오면 이렇게 답하라’고 지시하는 미디어 트레이닝 따위는 받지 않은 인디 아티스트였다. 질문을 던질 때 마다 종종 등장하는 짧게는 5초, 길게는 20초간의 “음…”, “에…”, “흠…” 같은 추임새는 정말로 뭐라고 답해야 할 지 생각하는 느낌을 줬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고 자기가 말을 잘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그렇다고 말을 못한 건 아니었다. 중간중간 곰곰히 생각을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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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밴드는 [Hold On Now, Youngster…]와 [We Are Beautiful, We Are Doomed]라는 멋진 2장의 레코드를 발매했다. 근데 [We Are Beautiful, We Are Doomed]가 2번째 앨범인가? EEP(Extended EP)라는 말도 있고 그렇던데.
닐: 공식적으로 2번째 앨범은 아니다.

김: 어쨌든 2008년 왜 2장의 레코드를 발매한 건가? 한 1년 정도 텀을 두고 좀 더 작업해서, 앨범으로 냈으면 멋진 원투펀치가 될 수 있었을텐데.
닐: [Hold On Now Youngster…]를 발매하고 투어를 하는 도중에 만들어진 곡들이 있어서 원래 우리는 5곡 짜리 EP를 만들려고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가 스튜디오에서 매우 생산적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0곡을 녹음하게 되었고, 10곡 짜리 레코드가 되고 말았다. 그걸 듣고 레이블에서 이걸 보통 방식으로 내지 말고 엄청난 패키지로 한정수량만 만들자고 제안을 했고, 그게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솔직히 레이블과의 계약문제도 있었고.

김: 좀 더 작업을 해서 2번째 앨범으로 낼 수도 있었던거 아닌가?
닐: 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건 그 당시의 우리의 위치를 말해주는, 그 당시의 로스 캄페시노스!의 음악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2번째 앨범이라고 할 정도의 변화라거나 그런 걸 담고 있지 않았다. 다음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는 중간단계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일종의 시험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곡을 저장해뒀다고 나중에 낸다는 건 맞지 않는 일 같았다. 우리가 앨범으로 생각하고 있는 컨셉과 괴리가 있었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We Are Beautiful, We Are Doomed]를 그런 애매한 방식으로 낸 것에 대해 상당히 짜증이 나있는 것 같기는 하다.

김: 뭐 짜증을 낼 것 까지 있나? (웃음)
닐: 모르겠다. (웃음) 솔직히 이제 우리는 별로 그 문제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쓴다. 그냥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한다.

김: 아마 부를 이름이 없어서인 듯 싶다. 이걸 지칭할 때, 앨범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EP도 아니고…
닐: 그냥 레코드라고 부르면 되겠다. (웃음)

김: 2번째 앨범 타이틀이 [Romance Is Boring]이다. 정말 로맨스가 지겨운가?
닐: (웃음 후 머뭇머뭇) 그 타이틀이 나온지는 꽤 됐다. 가레스가 그 이름을 생각해냈다. 아마 그가 최근에 겪은 일과 관련되어 있거나 혹은 생각하고 있는 주제를 표현한 것이다.

김: 로스 캄페시노스!하면 떠오르는 건, 떼창으로 소리지르기, 철금소리, 에너지 넘치는 기타리프 같은 건데, 새 앨범에서 눈에 띌만한 변화가 있나?
닐: 새 앨범은 로스 캄페시노스!가 지금 어떤 위치에 서 있고,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잘 담아내고 있다. 새 앨범은 더 거대해졌고, 더 멋있어졌다. 다시 말해서, 헐리웃 영화의 후속편같은 거라고 보면된다. (웃음) 그리고 좀 더 어두워졌는데, 그런 분위기는 [We Are Beautiful, We Are Doomed]에서도 나타났던 것이다. [We Are Beautiful, We Are Doomed]는 일종의 중간단계였고, [Romance Is Boring]에서 좀 더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보면된다. 그렇지만 동시에 팝적인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마 들어보면 로스 캄페시노스!의 음악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거다.

김: 새 앨범에서 가장 먼저 공개된 “The Sea Is A Good Place To Think About The Future”는 로스 캄페시노스!의 곡 중 가장 어두운 곡일듯 싶다. 그리고 앨범을 소개하면서도 가레스가 앨범이 “긴 터널의 끝에 빛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라고 했는데, 그게 새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인가?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닐: 그렇다. 새 앨범은 전체적으로 조금 어둡고 장중하다. 좀 더 거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되었다. 투어를 하고, 경험을 하고, 새로운 걸 배우고, 거기서 곡을 써내다보니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거다.

김: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일부러 그 쪽 방향으로 의도하였나?
닐: (머뭇머뭇) 자연스러운 변화쪽에 가깝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가고 싶었던 방향이기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첫번째 앨범의 곡들을 만들 때의 그 밴드가 아니었다. 여러 측면에서 많이 배웠다. 그러한 변화를 담아내고 싶었다.

김: 이게 상당히 위험한 단어인데, 새 앨범을 ‘성숙한(mature)’ 앨범이라고 말해도 될까?
닐: 맞다. 그 단어는 상당히 위험한 단어다. 밴드들이 그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앨범은 구릴 가능성이 높다. (웃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앨범에 대해 성숙했다고 말하지 않겠다. 그리고 실제로 그 앨범은 성숙한 앨범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여전히 어리다.

김: 새 앨범에는 씨우 씨우(Xiu Xiu)의 제이미 스튜어트(Jamie Stewart)를 비롯하여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게스트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닐: 정말로 멋졌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우리와 친한 사람들인 동시에 우리게 매우 존경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제이미는 우리가 투어를 하는 중에 녹음을 해서 비록 같은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결과물은 환상적이었다. 또 아는 밴드인지는 모르겠지만, 페어렌쎄티컬 걸스(Parenthetical Girls)라는 밴드의 보컬인 자크 페닝턴(Zach Pennington)도 참여를 했는데,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가 우리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이었다. 그걸 보고 듣는다는 건 나에게 하나의 꿈이 현실화된 것이고, 밴드 하면서 가장 뿌듯한 일 중 하나였다.

김: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지 기대된다. 그럼 [Romance Is Boring]이 로스 캄페시노스!의 2번째 앨범이 되는 것인데, 소포모어 징크스 같은 것 때문에 압박을 느끼지는 않았나?
닐: 그런 건 없었다. 아마도 [We Are Beautiful, We Are Doomed]을 이미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런 압박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밴드 멤버들끼리 [We Are Beautiful, We Are Doomed]로 이미 소포모어 징크스 같은 건 끝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마음이 훨씬 편하다.

김: 아니, 그런 게 어딨나. 아까는 We Are Beautiful, We Are Doomed이 앨범이 아니라고 말하더니, 소포모어 징크스 이야기를 하니까 그걸 마치 2번째 앨범으로 여기면서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해버리다니. 이건 일종의 속임수 아닌가? (웃음)
닐: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웃음) 하지만 정말로 압박을 적게 받았다.

김: 그게 사실이라면, 그건 정말 성공적인 데뷔앨범을 발매한 모든 밴드들이 사용해야 할 트릭일 것 같다. 소포모어 징크스에 된 통 당한 후에 비실비실하다가 사라진 밴드가 한 둘이 아닌데 왜 지금에야 이걸 알았을까. (웃음) 밴드 멤버가 7명이나 되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이견이 있을 때 갈등을 해결하거나 조율하는 게 어렵지 않나? 멤버가 많다는 게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닐: 신기하게도 밴드가 7명이나 되고, 음악적인 성향이 다 제각각이라도 음악적으로 크게 갈등을 일으킨 경우가 별로 없다. 그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능력을 곡에 더할 뿐이다. 그런 게 음악에도 잘 들어나고, 그것이 또한 성공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마 우리가 청년시절을 같이 보내고 있기 때문에 공유하는 생각과 주제가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김: 인터뷰를 봐도 그렇고, 노래나 가사를 들어봐도 그렇고, 로스 캄페시노스!의 음악에서는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진정성과 상업적인 성공을 동시에 이룬다는 게 어려운 일 아닌가?
닐: (머뭇머뭇) 진정성이라… (한참을 머뭇머뭇) 그렇다. 이건 어려운 문제다. 진정성이라는 거 정말 중요하지만, 대중음악을 하는 이상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연에 사람들이 오고, 사람들이 앨범을 사는 것도 그렇고, 내가 이렇게 앉아서 인터뷰를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을 상정하고 하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두 가지를 함께 이루어야 멋진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인터뷰 통틀어서 가장 많이 머뭇거린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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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앨범을 내고 영국은 물론, 미국, 아시아, 남아메리카까지 투어를 정말 많이 했는데, 투어는 어땠나?
닐: 투어는 정말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공짜로 비행기를 태워준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웃음) 비행기 티켓도 끊어주고, 밥도 주고, 재워주고, 그런 기회가 세상에 잘 없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참 영광이다. 밴드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팬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남미에서도 우리 음악을 들어주고 우리 공연을 와주는 팬들이 있다는 건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믿기 어려운 일이다. 한 2주전에도 홍콩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있어서 공연을 했다. 우리는 딴 거 없다. 불러만 주면 무조건 간다고 한다. 종종 팬들이 쪽지를 보내서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하는데, 나도 정말로 가고 싶지만 돈이 없다. (웃음) 솔직히 어떤 밴드들이 투어를 하는 게 힘들다는 식의 볼멘소리 하는 걸 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되고 짜증난다. “그럼 왜 하냐? 하지마 씨바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웃음) 누가 강제로 하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김: 뭐, 한 20년 동안 밴드생활을 하면서 밥 먹듯 투어를 하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나?

본인의 평소의 소신과도 일치하지만, 심심해서 그냥 딴지 걸어봤다.

닐: 20년 정도 밴드를 하면 어차피 더 이상 흥미로운 음악을 만들고 있지도 않을 테니까 그냥 안하면 된다. (웃음)

김: 지금 특정 밴드를 지칭해서 이야기 하는 건가? (웃음)
닐: 모르겠다. (웃음) 그냥 일반적인 얘기를 하는 것 뿐이다. (웃음)

김: 크립스(The Cribs)와의 투어도 잡혀있는데, 어떻게 투어를 같이 하게 되었나?
닐: 그냥 같은 레이블이니까 같이 하는 거다. (웃음) 크립스가 우리 음악의 광팬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것도 계기가 되었겠지. (웃음)

김: 얼마 전에 한국에 크립스가 왔었는데, 그 때 로스 캄페시노스! 광팬이냐고 물어볼 걸 그랬네. (웃음)
닐: 그랬으면, “대체 그게 누구? 들어본 적도 없는데?”라고 했을 거다. (웃음) 쟈니 마(Johnny Mar)r와 같이 투어를 하게 되서 기대된다. 별로 우리를 신경 쓸 것 같지는 않지만, 같이 투어를 하다보면 한 두 번 쯤은 같이 술을 마실 기회가 될 것 같다.

김: 로스 캄페시노스!의 음악은 청년기의 고민과 감정을 많이 품고 있다. 그 동안 청년기를 겪으면서 배운 점도 많을 텐데,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한국의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닐: (머뭇머뭇) 음, 야채를 많이 먹어라. 술은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 잠을 푹 자라. 하고 싶은 걸 해라. (머뭇머뭇) 아, 그리고 리버틴스 따라하는 밴드 같은 건 하지 마라. (웃음)

그냥 글로 써놓으니까 다소 상투적인 것 같은데, 말로 들을 때는 정말 진심으로 하는 얘기인 것 같았다. 참고로 로스 캄페시노스! 중 4명의 멤버가 비건(vegan), 계란 같은 것도 안 먹는 채식주의자다.

김: 안 그래도 다른 인터뷰를 보니까 리버틴스 아류 기타밴드들에 대해 씨니컬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웃음) 근데 뭐 솔직히 그런류의 음악이 벌써 유행이 지나서 거의 사라지지 않았나? 지금은 거의 남아 있는 밴드가 없다.
닐: 그럼 요즘 뭐가 유행이지?

김: 요즘은 밴드들이 전자음을 넣는 게 유행인 것 같다.
닐: 그런가? 그럼 팅팅스처럼 되지 마라. (웃음)

김: 오오, 그걸 헤드라인으로 써야겠다. “닐 캄페시노스: ‘팅팅스 처럼 되지 마라!” (웃음)
닐: 안된다. 그거 농담이었다. (웃음)

김: 다음에 아시아쪽으로 오면 한국에도 올 수 있도록 노력해봐라.
닐: 알겠다. 꼭 시도해보겠다. 공짜 비행기표만 던져주면 된다. (웃음)

닐 캄페시노스!와의 인터뷰 새 앨범이 나올 즈음에 다시 한 번 인터뷰 할 것을 기약하며 오늘의 인터뷰는 끝났다. 지난번의 데로리안도 그렇고, 이번의 로스 캄페시노스!도 과거의 가능성을 발판으로 다음 앨범의 더 큰 성공을 바라보고 이는 밴드들이다. 그 결과가 그 바람대로 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인터뷰를 하고 나니 더 기대가 되고 더 그렇게 되기를 바라게 되는 게 사실이다. 인터뷰를 읽는 독자분들도 같은 마음으로 이들의 앨범을 기다린다면 새로운 음악을 좀 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Breakthrough Skype Interview는 계속된다. 피드백 혹은 아티스트 요청은 언제든 환영이다. 20091212 | 김종윤 rogscor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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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through Skype Interview: 데로리안 – vol.11/no.20 [200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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