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3 | Hurry Up, We’re Dreaming |  Naive Records, 2011

 

그대, 지금 꿈꾸고 있는가

느릿하면서도 달콤하게 흐르는 보컬은 공허하지 않고, 몽롱한 멜로디는 사납지 않은 곳에서부터, 노래는 실체를 드러낼 듯 말 듯 느린 잔향처럼 서서히 다가온다. 마치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듯이. 바로 “Midnight City”의 이야기이다.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의 “Intro (feat. Zola Jesus)”를 거쳐 바로 이어지는 “Midnight City”는 첫 도입부부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신스 사운드와 원근감을 강조한 코러스를 선보이며, 내재된 감정을 폭발시킨다. 게다가 몽환적인 느낌의 색소폰 솔로까지 더해져 밝고 신나는 팝 사운드가 되니, 이에 생동감 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상기 곡에 대하여 조금 더 과장해서 말해보자면, 사운드로 보여주는 한 편의 ‘기묘한 마술 쇼’를 보거나 광활하고 방대한 우주를 연상시키는 ‘SF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생명력과 꿈에 대한 찬양, 이것이 대체적으로 M83의 음반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이다.

2001년, 첫 스튜디오 음반인 [M83]에서 시작하여, [Dead Cities, Red Seas & Lost Ghosts](2003), [Before The Dawn Heals Us](2005)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매되었던 [Saturdays=Youth](2008)까지 여러 경유지를 거쳐 M83은 이른바 드림 팝(Dream Pop)을 기준으로 자신의 음악적 세계에 대한 이해와 깊이의 폭을 넓히고자 근 10년이란 시간을 공들여 꾸준히 노력해 온 아티스트다. 드림팝 밴드들이 ‘통상적이지 않은’ 코러스를 만들려고 애쓰는 동안, M83은 제멋대로 변조된 기타, 장중한 베이스 그루브, 디튠 효과, 떼창의 형태로 맘껏 울려대는 코러스 등을 같은 것들을 음악적 요소로 도입하였다. 또한 천천히 진전하는 느낌의 보컬로 이뤄진 “We Own The Sky”, 선율적인 화음을 자랑하는 “Graveyard Girl”, 피치 효과로 맘껏 멋을 낸 “Too Late” 등 지루할 수 있는 흐름에 신스팝, 뉴웨이브, 슈게이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취해 온 음악 스타일들을 가미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무튼 싸이키델릭 록의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신스사이저, 에코 효과의 보컬, 색소폰 그리고 아낌 없이 쏟아 붓는 앰비언트(Ambient) 효과 등의 절묘하게 맞춰져야 비로소 M83의 음악이 시작된다.

시원시원하게 휘몰아치는 분위기의 “Reunion”, 다소 긴박한 템포의 “This Bright Flash”과 “New Map”, 나긋나긋한 보컬과 안개가 낀 것 같은 싸이키 포크 팝 감각이 투영된 “Wait”, 규칙적으로 무겁게 내려치는 드럼과 몽롱하게 울려대는 신스 사운드가 매력적인 “Echoes Of Mine”, 1980년대 뉴웨이브를 상기시키는 “Claudia Lewis”과 “Ok Pal”, 드라마틱한 고양감의 “Steve Mcqueen” 등 언제나 그랬듯 [Hurry Up, We’re Dreaming] 또한 마찬가지로 다양한 장르들에 녹아든 사운드가 맛깔 나게 고루 어우러져 있다. M83의 음악은 좀처럼 그 멜로디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쉴 새 없이 쏟아지지만, 그 속에는 엄연히 빈 틈이 없을 정도로 철저한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 빈 공간이 생겼다 싶으면 부유하게 떠돌아 다니는 음들이 이를 채우는 것이다. 비록 복잡하게 구축된 음악이나 자연스럽게 잘 이어지는 점이 이 음반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Hurry Up, We’re Dreaming]은 데뷔 후 10년이란 연륜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작품이다. 확실히 전작들에 비해 이번 음반은 매우 활력이 넘치고, 경쾌하며 밝다. 또한 나른하면서도 끊임 없는 긴장감을 주는 감각적인 무드 변화의 덕도 한 몫 작용하여, 조금이라도 음반이 지루하게 들릴 틈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제야 진정 ‘꿈의 나라에 도착 했다’는 인상을 충분히 주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이 음반은 신선하다.

어쨌거나 자신의 정형화된 스타일의 심층 강화란 측면으로 따져봐도 [Hurry Up, We’re Dreaming]은 성공한 작품이다. 때문에 앞으로의 음악적 변화가 기대되면서 한 편으로는 이 이상의 것들을 내놓지 못하는 건 아닐지 괜한 걱정 또한 들게 한다. 기대감 가득한 근심 말이다. 가슴 뛰는 설렘, 그래서 더욱 통쾌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음반을 통해 꿈나라를 경유하고 있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이에 누구나 공감하고 만족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거면 된다.  | 김민영 cutthecord@nate.com

 ratings: 4/5

 

수록곡
01. Intro (feat. Zola Jesus)
02. Midnight City
03. Reunion
04. Where The Boats Go
05. Wait
06. Raconte-Moi Une Histoire
07. Train To Pluton
08. Claudia Lewis
09. This Bright Flash
10. When Will You Come Home
11. Soon, My Friend
12. My Tears Are Becoming A Sea
13. New Map
14. Ok Pal
15. Another Wave From You
16. Splendor
17. Year One, One UFO
18. Fountains
19. Echoes Of Mine
20. Steve Mcqueen
21. Klaus I Love You
22. Outro

3 Responses

  1. 혁진 권

    삼청동에 알바가는 길에 들으니 첫트랙부터 셋째트랙까지 삼연타로 터지는데 정말 좋았음. 그 날 잠도 3시간 밖에 못자서 피폐하고 몽롱했는데 정신이 트이면서 행복했음. 아껴들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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