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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 앤 멍키(Goat And Monkey) – A Weird Popularity – 자체제작, 2008

 

 

베스트와 온리 원

고트 앤 멍키의 두 번째 음반은 2008년에 발표되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해 이제야 다루게 되었다. 시기가 좀 많이 지난 음반을 다룰 경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음반에 그런 가치가 있는가?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이 음반은 2008년과 2009년을 통틀어 거의 유일하게 나온 한국 IDM 음반이다. 고트 앤 멍키의 데뷔작에 대한 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 ‘해외에는 경쟁자가 너무 많(았)고 국내에는 보듬어 줄 씬 자체가 없는/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도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고트 앤 멍키의 음악에는 변화가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배합 비율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션 본인이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 있듯 그가 좋아하는 뮤지션은 에이펙스 트윈과 스퀘어푸셔인데, 전작이 에이펙스 트윈에 가까웠다면 이번 음반은 스퀘어푸셔의 비중이 높아졌다. 날렵한 드럼과 정신없이 오락가락하는 베이스가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와중에 단촐하지만 명징한 멜로디가 띄엄띄엄 나타나는 첫 곡 “Polymade Flit Via A Bird”는 분명한 증거다.

이런 경향은 앰비언트한 음향이 뒤를 떠받치는 “Pettin’ Zoo”와 “Fuzzy Luxie”에서도 이어진다. 초반부의 흐름이 매끄럽게 느껴진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음반에서 가장 길고 음울하며 또한 가장 괜찮은 곡 중 하나인 “A Weird Popularity”는 그런 경향의 절정이다. 게임음악 같은 단선율을 강조하는 “Dirty Paul’s Automobile”의 경우 서태지의 “Human Dream”을 접하고 난 뒤에 다시 듣는 지금 와서는 제법 기분이 묘하다. 그 와중에 짧고 명징한 간주곡 “Noon”이 끼어들고 정전기가 튀는 것 같은 자극적인 비트가 귀를 건드리는 “Minimal Synk”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개별 곡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또한 초반부의 좋은 진행과도 별개로, 음반 전체의 흐름은 다소 산만하다. 왜냐고 묻는다면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로서는 “Dirty Paul’s Automobile” 이후부터 음반이 갈지자를 걷는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더불어 다시 한 번 부딪히게 되는 문제는 ‘독창성’이다. 독창성이 뭐냐는 문제는 (우리가 얼마 전에 겪은 바 있듯) 정리하기 어렵다. 여기서는 일단 ‘영향받은 뮤지션이 먼저 생각나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정해 보자. 그런 면에서 [A Wired Popularity]는 아슬아슬하다. 전작에 대한 글에서 ‘시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 있다, 는 식으로 좋게만 말할 수도 없고 외국에는 이런 애들이 널리고 널렸다, 는 식으로 냉정하게 자르기도 어려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 때 염두에 뒀던 것도 같은 문제였다. 나로서는 고트 앤 멍키가 이 문제에 확실한 대답을 내놓은 것 같지 않다. 다시 말하면 [A Wired Popularity]는 분명 들을 만한 IDM 음반이기는 하지만 ‘베스트’냐 ‘온리 원’이냐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음반이기도 하다. 다음 음반에서는 그 갈등이 청산되길 바란다. 20091027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6/10

수록곡
1. Polymade Flit Via a Bird
2. Pettin’ Zoo
3. Fuzzy Luxie
4. Perx
5. Dirty Paul’s Automobile
6. Minimal Synk
7. Melting Props
8. Noon
9. A Weird Popularity
10. Outdoor Eventuality
11. Deadric’s Train
12. Missed Airports
13. String 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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