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비밀 하나: 한국 매체에서 이루어지는 해외 아티스트 인터뷰의 대다수는 인터뷰가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인터뷰’라고 나오는 글들의 대부분이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주제를 가지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라는 인터뷰의 정의에서 벗어나있다는 말이다. 인터뷰 질문을 레이블에 넘겨서 후에 답을 받는다던가, 레이블에서 행한 인터뷰를 그대로 받아쓴다던가 하는 식이다. 다른 분야의 인터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음악분야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다. 문제는 제대로 인터뷰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영향력있는 매체 플랫폼이 없고, 강력한 매체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 그래서 많은 인터뷰 기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 은 제대로 된 음악 인터뷰를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별로 없다.

그리하여, [weiv]와 스캐터;브레인(http://www.scatterbrain.co.kr)이 야심차게 준비한 “Breakthrough Skype Interview” 시리즈가 탄생했다. 말 그대로, “지금 뜨고 있는 아티스트”를 “스카이프”로 “인터뷰”하는 시리즈 되겠다. (단, 여기서 “인터뷰”란 제대로 된 인터뷰를 말한다.) 이 시리즈는 인터뷰를 제대로 한 번 해보고자 하는 의욕과 최대한 자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아티스트의 필요가 정보기술의 발달과 만나 탄생한 작품이다. (이 시리즈의 목적과 인터뷰의 목적에 대한 더 자세한 얘기는 스캐터;브레인(http://cafe.naver.com/scatterbrain/951)에 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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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through Skype Interview”의 영광스러운 첫 주자는 데로리안(Delorean)이다. 데로리안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최근에 발매한 4곡 짜리 EP인 [Ayrton Senna EP](아일톤 세나(Ayrton Senna)는 1994년 경기도중 사망한 브라질 출신 포뮬러 원 선수이름이다)가 피치포크의 ‘베스트 뉴 뮤직’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매체의 좋은 반응을 얻으며 블로고스피어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일렉트로닉 밴드다. 인터넷 입소문을 통해 로켓처럼 스타덤에 올랐다가 혜성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아티스트들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 시대에 이런 이야기는 또 다른 미디어 하이프 스토리인 것 같지만, 이 친구들, 여러모로 흥미로운 점이 많다. 1) 사실 이들은 이미 스튜디오 앨범을 3장이나 발매한 중견밴드라는 점. 2) 이전 스튜디오 앨범 3장과 이번 EP사이에 꽤 큰 음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3) 이번 EP가 정말로 멋지다는 점.

이런 사전정보를 깔고 봤을 때, 몇 가지 자연스러운 질문이 떠오른다: 이전 스튜디오 앨범들은 어떤 음악이었는가? 어떻게 이런 음악적 변화를 겪게 되었는가? 미디어 하이프를 타게 된 기분이 어떤가? 밴드의 앞으로의 진로는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질문, 아르헨티나 피자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리하여, 데로리안이 이번 인터뷰의 첫 주자로 선정되었다. 인터뷰는 아주 예상했던 그대로 진행되어, 아르헨티나 피자 이야기로 시작, 밴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떠냐는 본인의 제안과 에크히의 단기 기억상실증상을 거쳐, 사실 이번 EP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으며 다음 앨범으로 세계정복을 하겠다는 에크히의 고백으로 끝이 났다.

인터뷰어: 김종윤(이하 김)
인터뷰이: 에크히 로페테지(Ekhi Lopetegi) (이하 로)

데로리안의 보컬이자 베이시스트인 에크히 로페테지와의 인터뷰는 10월 13일 화요일 스페인 현지시각으로 오후 5시(한국시간으로 자정)부터 30분간 이루어졌다. 원래는 인터뷰를 4시반에 시작하기로 되어있었으나, 그가 배가 고프다며 점심을 먹고 오겠다고 하는 바람에 30분 늦춰졌다(‘4시반’과 ‘점심’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란). 에크히는 다음 앨범을 작업 중인 스튜디오에서 아이폰을 통해, 필자는 스카이프를 통해 대화를 나눴다.

: 점심은 어땠나?
: 맛있었다. 다같이 레스토랑에서 아르헨티나식 피자를 먹었다. 바르셀로나에는 아르헨티나인들이 상당히 많다. 아르헨티나 음식들은 정말 맛있다.

: 아르헨티나 피자는 이탈리아 피자와 어떻게 다른가?
: 아르헨티나 피자에는 토핑이 더 많이 들어가고, 더 쫀득쫀득하며, 기름을 더 많이 사용한다. 아르헨티나식으로 어떤 피자든 다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 피자처럼 얇지 않고, 빵이 두꺼운 편이다. 그래서 더 맛있다. 한국 피자는 어떤가?

(이 질문에 답을 하려는 순간, 기술적인 문제로 전화가 끊겼다. 다시 연결하는데 5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 미안하다. 여기 라우터에 문제가 좀 있었다.
: 이제 문제가 해결된 건가?
: 그렇다. 이제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다. 라우터를 다시 껐다 켰다.

: 잘됐다. 아까 피자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웃음)
: 맞다. (웃음) 내가 아르헨티나 피자가 얼마나 멋진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한국 피자는 어떤지 물어봤었다. 그 때 연결이 끊겼다.

: 한국 피자도 유럽스타일 피자와 다르다. 한 번 먹어봐라. 외국인들도 꽤 좋아하더라.
: 확실치는 않은데, 우리 밴드 드러머(이고르 에스쿠데로(Igor Escudero))가 한국에 가봤을 거다. 그는 중국, 일본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을 돌아다녔다. 한 때 일본에 있었는데 비자를 재발급 받아야 해서 일본에서 잠깐 나와 있어야 했다. 그 때 한국에서 몇 주 동안 있었다고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를 100% 믿지는 마라. 난 기억력이 매우 나쁘다. (웃음) 하여튼 대충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에크히의 기억상실 증세는 후에 다시 반복된다.

: 자, 이제 밴드 이야기를 좀 해보자. 데로리안은 상당히 오랫동안 음악을 만들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데로리안의 역사에 대한 간단히 말해줄 수 있나?
: 우리는 7~8년 전에 처음 밴드를 시작했다. 그 때 우리는 10대였고, 모두 스페인 북쪽의 어느 동네에 살고 있었다. 공연을 엄청 많이 보러 다녔는데, 대부분 펑크나 하드코어류 밴드의 공연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친해졌고, 뭔가 다르게 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밴드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활동해온 7년의 대부분 동안 밴드 멤버들은 바르셀로나와 바스크 지역(Basque Country)에 흩어져 있었는데, 3년 전에 전부 바르셀로나로 옮겨왔기 때문에 지금은 바르셀로나 기반 밴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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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내가 들어본 데로리안의 음악은 최근에 발매된 EP인 [Ayrton Senna EP]밖에 없다. 그 전의 데로리안은 지미 잇 월드(Jimmy Eat World)와 엘리엇 스미스(Elliot Smith)를 섞은 듯한 음악을 하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 (서둘러 부정하며) 꼭 그런 건 아니었다. 우리가 만든 첫 앨범, 앨범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어쨌든, 그 앨범에는 팝적인 요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바르셀로나의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3장의 앨범은 일렉트로닉 성향의 하드코어 펑크를 기반으로 했다. 뉴 오더(New Order)나 큐어(The Cure) 같은 80년대의 어두운 느낌을 펑크에 섞은 것 같은 음악이었다. 테크노적인 느낌도 많이 들어갔었다. 지난 앨범인 [Into The Plateau]가 특히 그랬다. 그게 2006년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아무것도 발매하지 않고 작업만 계속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사운드가 많이 바뀌었고, 데로리안은 어둡고, 테크노 느낌이 강한 음악에서 더 밝고 팝적인 사운드로 변화했다. 그건 음악적인 측면에서 밴드가 진화한 것이었다.

원래는 이전 음악에 대한 언급을 통해 지난 스튜디오 앨범과 이번 EP사이의 음악적 변화에 대해 질문하려고 했지만, 그들의 예전 음악이 지미 잇 월드와 엘리엇 스미스의 결합이라는 말이 나오자 바로 반론이 들어왔다. 확실히, 몇몇 매체가 적어놓은 지미 잇 월드 + 엘리엇 스미스와 에크히가 말한 뉴 오더 + 큐어 사이에는 넓은 간극이 있다.

: 그 3장의 스튜디오 앨범과 이번 EP사이에 음악적으로 큰 변화가 있나?
: 그렇다. 확실한 차이가 있다. 물론 공통점도 존재하지만, 다른 사운드다.

: 이러한 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된 것인가?
: 2006년에 발매된 [Into The Plateau] 에 “As Time Breaks Off”라는 트랙이 있었다. 그 트랙의 느낌은 [앨범의 다른 트랙보다] 팝적이고, 밝고, 에너지가 넘쳤는데, 그게 우리가 음악적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냥 어두운 테크노 음악에 싫증이 났다. (웃음) 그래서 좀 더 멜로딕한 음악을 많이 듣기 시작했다. 지금도 어두운 음악이든, 테크노든, 클럽 음악이든, 멜로딕 팝이든 가리지 않고 듣긴 하지만, 팝적인 느낌을 내고 들으면 바로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지겨워졌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다시 정한 거다.

: 지난 앨범을 ‘어두운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번 EP와는 분위기가 정말 달랐겠다. 이번 EP의 음악이 지난 앨범의 음악과 그렇게 다르다면, 밴드 이름을 바꾸고 새로 시작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지 않았나. 그렇게 스스로를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밴드”로 포장했으면 사람들이 “와! 얘네들이 이제 뜰 대박밴드다!”라고 했을 텐데. (웃음) 지금 EP를 들은 사람들이 데로리안 찾아보고 벌써 앨범이 3장이나 있는 걸 알면 “에이… 벌써 오래된 밴드네”하면서 실망할 수도 있지 않은가.
: (웃음) 우리는 거기에 대해서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가끔 농담을 하긴 한다. 데로리안이 아니라 다른 이름의 다른 밴드였다면, 사람들이 좀 더 열정적인 반응을 보냈을 것 같다고. (웃음) 밴드가 이미 오래 활동한 밴드라는 걸 알면 별로 신선하게 느끼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거의 앨범들 역시 우리가 만든 음악이었다. 그래서 같은 이름으로 이어가는 것이 더 정직하다고 생각했다. 기타리스트 한 명만 빼고는 같은 사람들이 만드는 음악이었기 때문에, 굳이 이름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만약에 그랬다면, 지나치게 대중에 영합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 EP나 곧 나올 새 앨범의 음악들이 충분히 좋다면, 사람들은 음악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 다르게 생각하면, 이러한 변화과정을 겪어왔다는 게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 그럴 수도 있다. 별로 자연스러운 디스코그라피가 아니니까. 우리는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왔고, 항상 변해왔다. 사람들은 종종 우리 음악이 왜 이렇게 빨리 바뀌느냐고 묻곤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지겨운 걸 못 견디는 것 같다. 어떤 일을 한 번해보면, 똑같은 일을 반복할 이유가 뭐 있겠나. 한 번 해보고, 어떻게 하는 지 알았으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자연스럽다.

: 이번 EP를 통해 처음 데로리안을 접한 사람들이 많을텐데, 데로리안의 지난 음악들 중에서 한 곡이나 한 앨범만 추천한다면 무엇을 골라주겠나?
: 한 곡만 고르라면 “As Time Breaks Off”일 것 같다. 아니면 첫 앨범. 그래도 “As Time Breaks Off”가 제일 괜찮을 것이다. 다른 한 앨범은 2003년에 나왔는지, 2004년에 나왔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 (웃음) 자신이 낸 앨범이 언제 나왔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나?
: 그게 노래를 언제 만들었고, 언제 녹음했고, 언제 앨범이 나왔는지가 항상 헷갈린다. (웃음) 하여튼 2003년, 2004년 그 무렵이었는데, 그 앨범은 다른 앨범들에 비해 좀 더 개인적으로 감정이 많이 서려있는 앨범이다라 애정이 간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자랑스러운 곡은 “As Time Breaks Off”다.

인터뷰 후에 에크히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As Time Breaks Off”를 들어봤다. 좋다.

: 개인적으로 [Ayrton Senna EP]는 멋진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은 지금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그렇게 세계적으로 관심을 얻게 된 기분이 어떤가?
: 당연히 기분이 매우 좋다. (웃음) 왜냐하면 그만큼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EP의] 곡들에 대해서 그렇게 자신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 곡들은 1년반 전에 녹음했던 것이고, 원래 2008년 11월에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그게 2009년 5월까지 연기가 된 거다. 우리는 이게 좀 더 빨리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망도 했었다. 우리가 만든 음악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심지어 발매도 제대로 안됐으니까. 그래서 엄청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반응을 얻으니 정말 기분이 좋다. 사실 이 곡들에 대해 별로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번 EP가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100% 자신있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이후에 녹음한 노래들이 [Ayrton Senna EP]를 녹음할 때 원래 우리가 하고 싶었던 방식으로 만들어진 노래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는 건 항상 기쁜 일이고, 지금 만들고 있는 음악은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됐다. 커다란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 당신은 이 EP가 그저 “나쁘지 않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내가 듣기에는 아주 좋았다.
: 나도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여준다는 게 너무 기쁘다.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정확히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결과물 아니었다. 신곡들이 우리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음악에 가깝다. 이 EP를 녹음할 때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결과물을 낼만한 기술이나 내공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많은 소프트웨어와 사운드 프로세싱 기술을 익혔고, 지금은 사운드를 어떻게 잡는지, 보컬을 어떻게 잘라내고 변형시키는지 잘 안다. 그 때는 그런 걸 잘 몰랐지만 어쨌든 결과는 괜찮았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니까 좋다. 그렇지만 혼자서는 ‘다음 앨범이 훨씬 더 좋다’라고 되뇌이곤 한다. (웃음)

인터뷰에서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에크히(그리고 아마도 다른 멤버들도)가 EP를 그렇게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앞으로 나올 새 앨범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보통 아티스트는 어떤 음악을 만들게 되면 그 직후에는 그 곡이 음악 역사상 최고라고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자신감이 차츰 감소하는 것이 보통이다. 1년반밖에 되지 않은 음악에 그렇게 자신감이 감소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데로리안이 EP를 만든 이후, 그 곡들이 별로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빠르게 변화 혹은 성장했다는 것을 말한다. 새 앨범에 대한 기대를 배가시키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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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새 앨범에 대해 얘기해보자. 이번 EP처럼 일렉트로닉 성향이 강한 음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이번 EP로 사람들을 꾄 다음에 울트라 하드코어 펑크 앨범으로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릴 것인가? (웃음)
: (웃음) 기본적으로 이번 EP와 같은 방향이다. [Ayrton Senna EP]에서는 사운드와 프로덕션에 팝록의 느낌이 들어가 있었다. 새 앨범에서는 그러한 팝록느낌을 프로덕션에서 제거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는 EP와 같은 아이디어다. 밝고, 기분 좋은 팝이고 멋진 멜로디들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나 노래가 EP의 곡들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EP의 곡들의 너무 깨끗하고, 심플한 느낌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다층적인 구조와 다양한 사운드를 통해 너무 뻔하게 드러나지 않고, 좀 더 복잡한 노래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편성을 사용했고, 보컬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한 마디로 모든 측면에서 더 다듬어졌다. 그런 측면에서 기본적인 방향은 같지만, 그 음악을 그 한계까지 발전시킨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 내가 EP에서 가장 멋진 곡이라고 생각하는 “Seasun” 같은 노래는 방금 당신이 말한 것처럼 심플하기는 하지만, 그런 측면이 곡의 직선적인 매력과 팝적인 감각을 만들어 내는 거 아닌가?
: EP와 새 앨범을 연결시키는 곡이 있다면 바로 “Seasun”일 것이다. 우리가 EP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도 그 곡이다. 하지만 그 곡을 우리가 지금 다시 녹음한다면, 그 곡은 더 많은 어레인지먼트를 사용하여 더 복잡해졌을 것이다. 또한 리버브나 딜레이 같은 효과를 더 활용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 곡이 우리가 제일 마음에 든 트랙이고, 앞으로 나올 음악들에 대한 힌트를 담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이런 말을 듣고 “Seasun”을 다시 들으니 에크히 말한 “너무 깨끗하고, 심플한 느낌”이 전보다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아마 이 부분이 새 앨범에서 보완될 부분이리라고 예상된다. 물론, 여전히 “Seasun”은 정말 멋진 곡이긴 하다.

: 새 앨범은 언제쯤 나올 예정인가?
: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2010년 1~2월쯤 나올 예정이다. 아직 2곡 정도 믹싱 작업이 남았다. 아키텍쳐 인 헬싱키(Architecture in Helsinki), !!!(chk chk chk) 등의 믹싱을 맡았던 크리스 코디(Chris Coady)가 엔지니어를 맡았고, 앨범은 몬트리올 스튜디오의 한스 크루거(Hans Kruger)와 함께 이번 여름에 녹음했다. 몬트리올 스튜디오는 이름은 몬트리올인데 캐나다가 아니라 스페인에 있다. (웃음)

: 한국의 음악시장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앨범이 한국에서 라이센스되거나 수입되려면 꽤 멋진 앨범이어야 한다. 그럴 자신있나?
: 흠… (웃음) 그러길 바란다. 아까도 말했듯이, EP보다 새 앨범의 곡들이 훨씬 더 좋고, EP를 작업했을 때 보다 지금 분위기나 환경도 훨씬 낫다. 일단 앨범이 나오면 우리는 최대한 많은 곳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 한국에 가는 것도 정말 멋진 일일 것이다.

이러한 새 앨범에 대한 자신감이 음악을 만든 직후의 착시현상인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멋진 것인지는 앨범이 나올 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만약 새 앨범이 정말로 EP보다 훨씬 더 좋으면,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는 가능성이 꽤 있을 것으로 본다. (웃음)
: “EP보다 훨씬 낫다”라고 해서 거만한 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지만, (웃음) 우리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어쩌면 다른 걸 기대했을 수도 있겠지만, 난 더 멋진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심혈을 기울였고, 더 많은 노력을 쏟았다.

: 그 말을 들으니까 더 기대가 된다. 틴에이져스(The Teenagers), 빅 핑크(The Big Pink), 미스터리 젯(Mystery Jets)의 리믹스 작업을 많이 했는데, 수많은 리믹스 작업들은 어떻게 하게 된건가?
: 기본적으로 다 마이스페이스에서 이루어졌다. 처음에 이메일로 틴에이져스로 부터 리믹스 요청을 받았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리믹스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되는 건지 잘 몰랐다. 테크노 리믹스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직접 해본 적은 없었다. 그게 처음이었고, 그 이후에 미스터리 제트로 부터도 리믹스 요청을 받았다. 빅 핑크 같은 경우는 그들의 음악이 너무 좋아서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밀로[코델(Milo Cordell)]에게 노래 하나를 리믹스 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그가 흔쾌히 승낙했다. 가까운 친구이자 샌프란시스코 출신인 레모네이드(Lemonade)도 그들의 음악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리믹스를 하겠다고 요청했다. 그러니까 전부 어느 정도 가까운 관계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리믹스 작업은 우리에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사운드를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믹스 작업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음악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많은 리믹스 요청을 받았고, 지금도 리믹스를 하는 걸 좋아한다. 리믹스를 하면서 많이 배우기 때문이다.

: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은 질문을 다했다. 스카이프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2번째인데…
: 나도 2번째다. (웃음)

: (웃음) 스카이프로 하는 게 좀 더 자유롭고, 여유도 있어서 전화로 하는 것 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앨범이 나오면 그 때 다시 한 번 얘기를 해보자.
: 좋다. 그 때는 한국에서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에크히와의 인터뷰는 다음을 기약하며 그렇게 끝이 났다.

이 인터뷰, 상당히 재밌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방식의 인터뷰는 거의 처음인지라, 하면서도 스스로도 재밌었고, 신선했다. “다음 질문을 마지막으로 해주세요!” 하는 PR 담당자의 태클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도 좋았고. 뭔가 새로웠다. 인터뷰는 이렇게 해야 되는 거다, 하는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Breakthrough Skype Interview”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터뷰 할 아티스트 추천이나(메탈리카 이런 밴드 추천하지 마라), 피드백은 언제든 환영이다. 20091025 | 김종윤 rogscorp@gmail.com

관련 사이트
데로리안의 마이스페이스 페이지
http://www.myspace.com/deloreandanz
[Pitchfork]의 “Seasun” 다운로드 페이지
http://downloads.pitchforkmedia.com/Delorean%20-%20Seasun.mp3
데로리안이 리믹스한 The Teenagers의 “Love No (Delorean Remix)” 다운로드 페이지
http://downloads.pitchforkmedia.com/Teenagers%20-%20Love%20No%20%28Delorean%20Remix%29.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