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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아이드 걸스(Brown Eyed Girls) – Sound G – 엠넷미디어, 2009

 

사장님의 근심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신보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대충 두 가지다. 첫째는 지누(‘Hitchhiker’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다), 세인트바이너리, 하임, East4A 등의 참여다. 한국에서 전자음을 제일 잘 다루는 이들에 속하는 이 뮤지션들의 참여가 음반을 통상적인 일렉트로닉 댄스 팝 이상의 물건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오토튠을 썼건 안 썼건 말이다.

음반의 핵심은 “Abracadabra”와 “Candy Man”이다. 두 곡 모두 인상적인데, 특히 쉼 없이 ‘밟아대는(stomping)’ 비트로 곡 전체를 팽팽하게 조이는 “Candy Man”이 돋보인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건조하고 저릿저릿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인상적인 “Abracadabra”다. 이 곡의 초반 30초는 코러스보다 더 강렬한 훅을 선보인다. 오토튠으로 기묘하게 변조된 손가인의 읊조림이 곡이 갖고 있는 인공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낯간지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예를 들면 “Abracadabra” 브릿지 부분의 랩) 이 두 곡은 현재 한국 댄스음악이 만들 수 있는 가장 깔끔한 순간 중 하나다. 섹시하게 출렁이는 “Moody Night”, 보글거리는 비트로 촘촘하게 둘러친 “이상한 일”도 좋은 곡이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는 CD2의 리믹스들도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이 유연하던 흐름이 ‘사장님의 근심’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한 음반 후반부의 세 곡으로 완전히 박살나는 것은 당황스럽다기보다는 흥미롭다. 애초에 음반의 일관성에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이 바닥의 관행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앞의 여섯 곡과 뒤의 세 곡은 기묘할 정도로 동떨어져 있다. 현저하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또한 앞의 여섯 곡과 비교했을 때 마치 다른 음반을 본드로 붙여놓은 것 같은 이 세 곡의 뽕발라드는 스타일상에서 급격한 변화가 두드러지는 현 가요시장의 속내를 의미심장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앞서가는 감각을 따라잡기 위한 초조함(요즘은 이게 유행이라던데)과 너무 나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그런데 행사 가서는 뭘 부르지?) 사이에서 움직이는 감정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음반에 대한 일부의 반응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어떤 웹진에서는(그렇다. 굳이 숨길 게 뭐 있나. IZM이다) 이 음반을 퉁명스럽게 대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스타일의 음악에서 남용되는 오토튠이 대중음악계를 병들게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질문. 특정한 테크놀로지를 썼다는 것이 왜 그렇게 화가 날까? 그 테크놀로지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 뭐가 그리 불만스러울까? 그걸로 상업적 이득을 누리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리도 통탄할 일일까? 무엇보다, 정말로 현재 음악은 병들었는가? 죽어가는가? 그럼 음악이 건강했던 적은 언제인가? 음악에 건강함과 병듦이라는 기준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는가?

오토튠을 사용한 어떤 곡이 형편없을 수는 있다(사실은 많은 곡들이 그렇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그 곡이 박멸되어야 할 곡일까? (미학적) 효과와 (윤리적) 가치라는 서로 다른 범주를 하나로 결합하는 이런 오류는 ‘못생긴 사람은 악한 사람이다’라는 주장과 아무 차이가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진정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행이라는 게 종종 짜증을 유발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나도 누가 옆에서 “영계백숙!”이라고 노래하면 귀를 막고 싶었는데도 입으로는 “오오오오”라고 받아치곤 했고, 그럴 때마다 뒷맛이 찜찜했으니까. 그렇다고 이렇게 잘 빠진 음반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간다면, 그리고 그 근거라는 게 음악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하고 있는 행동인 ‘성공을 위한 자극과 충동으로 점철’된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면, 이건 좀 아깝지 않은가? 20090817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7/10

수록곡
CD1
1. Glam Girl
2. Abracadabra
3. 중독
4. Candy Man
5. Moody Night
6. 이상한 일
7. 못 가
8. 여자가 있어도
9. 잘할게요
10. Abracadabra (Instrumental)
11. Candy Man (Instrumental)
12. 잘할게요 (Instrumental)

CD2
1. DJ Cloud translates L.O.V.E (Cloud Remix)
2. Haihm translates SECOND (haihm rebuild)
3. east4A translates YOU (east4A Soulsome Mix)
4. Hitchhiker translates 어쩌다 (Hitchhiker(Jinu) Dynamic Mix)
5. Saintbinary translates HOLD THE LINE (Saintbinary Sweet Purple remix)
6. junjaman translates MY STYLE (junjaman wet dream remix)
7. Fraktal translates OASIS (Fraktal desert is land m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