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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스(Loro’s) – Dream(s) (EP) – 튠테이블, 2009

 

 

도미니카를 향하여

어떤 밴드의 음반에서 녹음이 정말 이상할 때 이에 대한 반박은 보통 셋 중 하나다: (a) 라이브가 죽인다. 공연 보러 와라. (b) 미학적 전략이다. (c) 네 귀가 문제다. (a)는 실질적으로 공연을 볼 수 없는 처지의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다. 그런데 대부분의 청자는 공연을 보기 어렵다. 그리고 리뷰어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글을 써야 한다. (b)는 언뜻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모과이(Mogwai) 풍의 난폭한 전개부에서 기타 소리가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때도 그걸 미학적 전략이라 해야 할까? 하려면야 하겠지만. (c)의 경우 필요한 건 말이나 글이 아니라 귀이개다.

나는 더 이상 로로스의 연관 검색어를 시규어 로스(Sigur Ros)로 설정할 생각이 없다. 여전히 밴드는 영롱한 멜로디와 광폭한 기타 노이즈로 빚은 몽상 같은 사운드의 틈새를 헤집어 다니고, 보컬은 시간 나는 대로 불분명한 발음으로 웅얼거린다. 이것은 시규어 로스의 세계다. 그러나 쉼 없이 연결되는 세 곡을 통틀어 대략 30분 남짓한 이 ‘작품’은 매혹적이며, 분석의 욕구보다는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누가 봐도 대곡 지향적이지만 소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빛나는 매력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Dream(s) 1”의 6분 이후부터 펼쳐지는 화려한 포스트 록 서커스는 그 중에서도 백미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밸런스가 망가진 것처럼 들리는 녹음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혹은 귓속에 반년 동안 파내지 않은 귓밥이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야 한다.

물론 알고 있다. 한국의 록 음반, 특히 인디 록에서 녹음과 관련된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장은 어렵다는 걸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음반을 마다가스카르나 도미니카 공화국에 사는 포스트 록 팬이 들을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럴 자격이 충분한 음악이라면 말이다. 나는 이 음반의 녹음 상태를 미학적 전략이라고 간주할 수 없고, 따라서 로로스의 새 EP가 아름다운 음반이지만 바로 그만큼이나 실패한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 20090525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5/10

수록곡
1. Dream(s) 1
2. Dream(s) 2
3. Dream(s) 3

관련 사이트
로로스, 마이스페이스
http://www.myspace.com/bandlo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