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을 가느냐? 펜타를 가느냐?’ 사진촬영: 김민영, 사진제공: 옐로우나인 이번 여름에 록페를 가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 했을 일이다. 공교롭게도 지산 록 페스티벌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날짜가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선택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었다. 우선, 올해 지산록페는 펜타보다 화려한 규모와 출연진을 자랑했다. ‘오아시스’, ‘스타세일러’, ‘위저’, ‘베이스먼트 잭스’ 등 해외는 물론 국내 밴드의 라인업은 펜타의 라인업보다 훨씬 든든했다. 국내 록팬들은 이런 빵빵한 라인업들이 발표될 때마다 행복한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게다가 지산 록 페스티벌은 ‘Go Green Go Rock’이라는 슬로건답게 자연과 록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을 지녔다. 페스티벌 부지를 둘러싼 첩첩의 산들, 메인스테이지 근처의 푹신하고 싱싱한 잔디밭은 이번 페스티벌의 최고의 요소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지산리조트‘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지산 록 페스티벌은 부대시설과 편의시설 면에서도 기존의 페스티벌에 비해 많은 발전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5만 2천명이라는 관중 동원 면에서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가족, 외국인 관객 등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록 페스티벌이 아닌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었던 일종의 ’록 in 휴양지‘역할을 하였다. 그렇기에 자연과 함께 느끼는 록음악은 더더욱 신선했다. 재미로 보는 관객과 뮤지션 릴레이션 평점 ★★★★★: 뮤지션과 관객의 마음이 하나가 됨. ★★★★: 신나는 곡에 맞춰 관객들 모두가 하나. ★★★: 뮤지션의 흥이 관객에게 전달됨. ★★: 곡이 신나긴 하는데 뭔가 혼자 신나기엔 눈치 보임. ★: 관심 없음. 7월 24일 금요일 빅탑 스테이지: 지미 잇 월드(Jimmy Eat World),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 크라잉넛, 위저(Weezer) 그린스테이지: 커먼그라운드, 레이니썬, 스트레이트너, 스타세일러(Starsailor) 우리 일행이 지산리조트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 즈음이었다. 마침 피아(★★)의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메인스테이지에도 이제 막 도착한 관객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페스티벌의 오프닝밴드라는 장점을 지녔던 피아는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신나는 분위기의 곡으로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다들 ‘지산 록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흥분한 덕인지 피아의 공연은 나름대로 좋은 호응을 받았다. 처음 록페를 방문한 관객들이라면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빵빵한 밴드사운드에 가슴이 두근거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피아는 페스티벌을 방문한 관객들에게 앞으로 다가 올 여러 무대에 대한 환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에 등장한 크래쉬(★)는 피아에 비해 아쉬웠다. 오프닝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크래쉬의 공연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방금 막 도착한 관객들에게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와 같은 헤비메탈과 코어 사운드의 곡을 연주하며 잔뜩 겁을 주고 있었다. 게다가 크래쉬의 노래들은 대부분 강렬한 헤비메탈 곡들의 일색이었다. 대부분 노래가 똑같았다는 뜻이다. ‘이제 겨우 페스티벌이 시작했는데 첫 시작부터 강렬한 메탈이라니’ 관객들에겐 조금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 스케줄 시간을 조정하여 저녁이나 둘째 날에 공연을 했다면 크래쉬는 오히려 관객들에게 큰 감명을 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크래쉬의 강렬한 사운드에게 마치 한 대 맞은 듯이 멍 때리고 있던 상태에서 관객들은 서브스테이지인 그린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커먼그라운드(★★★)의 공연이었다. 펑키하고 경쾌한 색소폰 사운드에 관객들은 너도나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관객들에게 ‘당신들은 이미 지산 록 페스티벌 오프닝무대에 와 있다‘는 각인을 새겨주었다. 그렇게 커먼그라운드는 지산록페의 첫 무드를 뜨겁게 달궈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음 공연은 지산록페의 해외 첫 밴드인 지미 잇 월드(Jimmy Eat World)(★★)의 무대였다. 한국을 처음 찾은 지미 잇 월드는 처음으로 관객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첫 해외밴드의 공연이어서 그랬을까? 앞에서 공연 했던 국내 밴드들의 호응과는 전혀 달랐다. 그러나 지미 잇 월드에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선곡의 문제였다. ‘Bleed American’과 같은 즉흥적인 곡이 첫 곡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반응은 좀처럼 거세지지 못했다. ‘Let It Happen’이나 ‘Pain’처럼 그나마 신나는 곡들이 나올 때에도 관객들은 조금씩 움칠거릴 뿐, 반응은 거기까지였다. 지미 잇 월드의 간판곡인 ’Sweetness’를 엔딩곡이 아닌 초반에 넣었다면 공연의 분위기는 아마 달라졌을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충분히 어필했다. 적어도 ‘지미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말이 주변에서 오갔으니까. 지미 잇 월드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두 개의 파로 나뉘었다. 서브무대에서 국내 밴드의 공연을 보면서 천천히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인디 공연이 있든 말든 푹신한 잔디밭 위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이어지는 공연을 보러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잔디밭에 크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메인스테이지 주변은 돗자리를 깔며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관객들뿐이었다. 30분 후,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열광했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지닌 팀 인만큼 관객들의 기대도 매우 컸다. 그러나 엄연히 폴 아웃 보이는 록 밴드이기 보다는 거의 팝에 가까운 음악을 하는 팀이지 않은가? 어찌됐든 그들은 ‘This Ain’t A Scene, It’s An Arms Race’, ‘I don’t care’ 등의 팝 음악들을 무기삼아 객들을 흥분시켰다. 특히 ‘Thnks Fr Th Mmrs’를 연주하던 중 조 트로우먼의 퍼포먼스는 거의 서커스에 가까웠다. 족히 1미터 이상의 점프를 하거나 마치 태권도의 제기차기를 보는듯한 플레잉 쇼를 보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무대에 드러누워 배를 세우고 연주하다가 엉덩이 골을 드러내는 등 여성들의 절규 섞인 외침을 이끌어냈다. 폴 아웃 보이는 ‘Saturday’를 끝으로 자기들과 같은 미국 밴드인 지미 잇 월드와 위저(Weezer)를 계속 언급하며 이들에게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그린스테이지의 레이니썬의 무대 후에는 크라잉 넛(★★★★)의 공연이 있었다. 페스티벌 첫날의 해가 저물어 가면서 관객들의 반응은 점점 뜨거워졌다. 국내 밴드의 공연에는 시큰둥하고 있던 외국 관객들까지 잔디밭을 박치고 나와 달려 나왔다. 첫 곡인 ‘서커스 매직 유랑단’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몸을 움직이며 흥분하였다. “어차피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라는 노래가사가 많은 이들을 자극시켰던 것일까? 크라잉 넛과 관객들이 입 모아 외치는 가사는 마치 일종의 투쟁 구호처럼 느껴졌다. 이어서 ‘룩셈부르크’, ‘좋지 아니한가’, ‘말 달리자’등 대중적인 곡들을 앞세워 크라잉 넛은 40분이라는 짧은 공연 시간을 알차게 채웠다. 그러나 아쉽게도 크라잉 넛의 공연 마감시간 20분 전부터 사람들은 스타세일러를 보기위해 메인스테이지를 떠나고 있었다. ‘다 죽자’, ‘밤이 깊었네’등 놓치면 아쉬울 공연을 포기할 정도로 많은 이들은 이미 다음주자인 스타세일러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 기대는 기대 이상의 감동으로 보답 받게 되었다. 스타세일러(Starsailor)(★★★★★) 장소: 그린스테이지 (서브스테이지) 시간: 20시 15분~21시 20분 지산록페를 3일간 다녀온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오아시스 빼고 이번 페스티벌 중에 가장 짱이었던 팀은 누구?’라고 물어보면 바로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내가 스타세일러의 팬이라서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정말로 사실이 그랬다.) 이유는? 페스티벌이 끝나고 나서도 회상했을 때, 가장 머릿속에 남는 공연이었으니까. 국내에서는 (뮤즈와 비슷할 정도 혹은 그 이상으로) 이미 예전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던 스타세일러였다. 그런데 이런 슈퍼스타가 메인도 아닌 서브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다니? 고개를 갸우뚱 할 일이지 않는가? 뭐, 곧바로 이어질 위저(Weezer)의 공연 세팅 때문에 스타세일러가 비록 서브스테이지로 밀려났다고 치자. 그래도 솔직히 위저보다 헤드라이너 역할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스타세일러는 오프닝 ‘Tie Up My Mind’로 공연을 시작한지 단 3분 만에 크라잉 넛에게 달아올랐던 관중들의 분위기를 금방 서정적인 무드로 탈바꿈 시켰다. 보컬인 제임스 월쉬의 목소리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리게 만들 것만 같은 피아노의 멜로디는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In The Crossfire’, ‘All The Plans’등 나오는 곡마다 사람들은 한 곡도 빠짐없이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특히 제임스가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부르자 관객들은 감동의 절규를 외쳤다. 관객의 이런 열광적인 마음이 통했는지 공연 내내 제임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미소는 감동받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행복함의 증거처럼 보였다. 신나는 곡이 나올 때마다 관중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공연만이 최고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만의 색이 짙게 배어있는 노래들을 어떻게 관객들에게 어필하느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스타세일러는 훌륭한 공연을 만들어 냈다. 공연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뮤지션과 관객은 이내 하나가 된 듯 보였다. 서브스테이지라는 불리한 조건도 관객들의 떼창을 더욱 더 울려 퍼지게 만드는 장치가 되었다. 만약 라이브 버전과 앨범과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충분히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통기타의 울림과 제임스 월쉬의 감성적인 목소리, 그리고 은은하게 비춰주는 무대의 조명. 이 모든 것들이 결합된 공연은 듣는 것 이상의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점점 위저의 공연 시간이 가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좀처럼 서브스테이지에서 발길을 돌릴 생각을 안했다. ‘Good Souls’가 끝나고 스타세일러가 무대를 뜨려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앙코르’대신 그들의 곡인 ‘Tell Me It’s Not Over’를 외쳤다. 원래 그렇게 하기로 되어 있었는지, 정말로 관객들의 외침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스타세일러는 두 번의 앙코르 곡을 연주했다. ‘Four To The Floor’의 오리지널 버전과 리믹스 버전이다. 본래의 곡에서 드럼과 베이스의 비트를 빠르게 하면서 리믹스 버전의 댄스 뽕짝(?)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관객들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춤을 추며 뛰기 시작했다. 앙코르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앙코르 곡이 끝나자 제임스 월쉬는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꺼내고는 자신들에게 대호응해 준 관객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귀엽게도 한 번 더 찍겠다고 검지의 제스처를 보냈다. 이에 관객들은 너도나도 팔을 흔들며 잽싸게 포즈를 취했다. 글쎄, 공연 내내 싱글벙글한 제임스의 얼굴을 보면서 모두가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왠지 스타세일러가 다시 내한을 올 것 같다‘는 그런 확신 말이다. Starsailor : Set List 1. Tie Up My Mind 2. In The Crossfire 3. All The Plans 4. Fidelity 5. Poor Misguied Fool 6. Boy In Waiting 7. Bring My Love 8. Alcoholic 9. Neon Sky 10. Keep Us Together 11. Silence Is Easy 12. Tell Me It’s Not Over 13. Four To The Floor 14. Good Souls * 스페셜 연주 Jealous Guy / Can’t Help Falling in Love 위저(Weezer) (★★★★) 장소: 빅 탑 스테이지(메인스테이지) 시간: 21시 30분~23시 00분 “지금 몇 시에요? “ “Yes. It’s time to ROCK!”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한국말은 오아시스도 스타세일러도 할 수 있었던 아주 간단한 공연 중 멘트였다. 물론, 이런 깜짝 멘트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하지만 위저는 예외였다. 그것도 특별 케이스로! 위저의 무대는 쇼킹한 이벤트, 그 자체였다. 스타세일러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곧바로 위저가 있는 빅 탑 스테이지로 뛰어갔다. 마침 ‘Seven nation army’가 오프닝 곡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어서 ‘Seven Nation Army’, ‘The Girl Got Hot’,’Hash pipe‘가 이어졌다. 곡이 끝날 때마다 한 마디씩 던지는 리버스 쿼머의 한국어 멘트에 관객들은 신기해하였다. 이어서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벨의 솔로 공연이 이뤄졌다. ‘Photograph’를 부르다가 갑자기 블러(Blur)의 ‘Song 2’를 이어서 부르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리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신나게 따라 불렀다. 다시 무대에 튀어나온 쿼머는 관객들에게 재밌는 것을 보여 주겠다며 관객들을 긴장시켰다. 갑자기 드럼에 올라가더니 한 박자를 퉁퉁 친다. 그러더니 탬버린 한 박자, 베이스 기타를 집어 들더니 다시 한 박자, 통기타 한 박자를 순서대로 쳤다. 관객들은 그의 발랄한 움직임에 눈을 따라가느라 정신없었다. 뭘 하나 했더니 엔지니어의 도움을 빌려 이 모든 것들을 겹쳐 하나의 곡을 완성해냈다. 그 곡은 ‘Island In The Sun’이었다. 이 날 위저의 공연 중에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이 있었다면 바로 리버스 쿼머의 익살적인 행동이었다. 쿼머가 어눌한 한국말로 ‘지금 몇 시에요?’라고 관객들에게 물었다. 황당한 사람들은 당연히 ‘11시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그는 잽싸게 “Yes, It’s time to Rock!”으로 재치 있게 대답하였고 이에 관객들의 열광했다. 뿐만 아니라 쿼머는 공연 도중마다 ‘따라하쎄요우~’, ‘참 잘해써요우~’등의 유창한 한국어구사로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붉은 악마의 상징인 ‘Be The Reds’문구와 태극기가 그려진 그의 기타디자인! 참으로 빨간 기타가 인상적이었다. 한국 관객들을 위한 위저의 팬 서비스는 계속 이어졌다. 아마 ‘세계최초’같은 일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쿼머가 2002년 월드컵을 언급하더니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짝. 짝. 짝. 짝짝. 대~한 민국!’ ‘!!!!!!!!!!!!!!!!! 대~한 민국!’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저 버전의 ‘오 필승 코리아’가 연주 되었다. 순간, 우리 모두는 마치 7년 전, 한국의 월드컵 4강 시절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을 받았다. 한국인들도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을 위저가 일깨워준 것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고작 ‘캄사합니다’ 한 마디 이후, 계속 알아듣기 어려운 영국 발음으로 관객석을 싸늘하게 만들었던 갤러그 형제와는 실로 비교되는 광경이었다. ‘Keep fishing’ 의 1절이 끝나자 갑자기 어디서 많이 들었던 가사가 들렸다. 뭔가 했더니 바로 레이디가가(Lady Gaga)의 ’Poker Face’였다. 관객들은 다시 쿼머의 초절정 애교에 ‘아으! 귀여워~’를 연발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지막으로 위저의 간판곡인 ‘Beverly hills’와 ‘Pork and beans’를 끝으로 리버스 쿼머의 재롱잔치는 막을 내렸다. 과연 어느 페스티벌에 이렇게 센스 넘치고 즐거운 공연이 있을까? 그것은 오직 지산록페, 위저의 공연에서만 가능했다. “또 불러주세요우! 언제든 달려~갈께요우!” Weezer :Set List 1. Undone (the sweater song) 2. The girl got hot 3. Hash pipe 4. Troublemaker 5. My name is Jonas 6. Say it ain’t so 7. Perfect situation 8. Can’t stop partying 9. The good life 10. Photograph / song 2 11. Island in the sun 12. I’m your daddy 13. Beverly hills 14. Pork and beans 15. Keep fishing’ medley (Lady GaGa ‘Porker Face’, 오 필승 코리아) 16. Buddy holly 7월 25일 토요일 빅탑 스테이지: 이한철과 런런런어웨이즈, 휴먼 인스팅트(Human Instinct), 델리스파이스, 김창완 밴드,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 그린 스테이지: 윈디시티 페스티벌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비가 오기는 했지만, 공연 이외의 시간에 잠깐 여우비가 내렸을 뿐이다. 게다가 햇볕 쨍쨍한 무더운 날씨보다는 적당히 따스하고 선선했던 날씨의 연속이었다. (정말이지 하늘도 도와주는 페스티벌이다.) 그리고 이러한 날씨 덕분에 하루 종일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들, 무대 위의 뮤지션 모두가 득을 얻었다. 이한철과 런런런어웨이즈(★★)도 이런 날씨의 덕을 본 케이스의 예이다. 불독맨션 ‘Destiny’의 펑키한 사운드는 화창한 날씨에 안성맞춤이니까. 잔디밭 위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던 사람들도, 맥주를 마시며 쉬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메인스테이지로 뛰어왔다. 토요일 낮의 여유로운 분위기, 이것이 진짜 페스티벌이 아닐까? 이어서 등장한 휴먼 인스팅트(Human Instinct)(★)도 사람들이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한철밴드에 비해서는 확연히 다른 광경이었다. 다음 헤드라이너인 델리스파이스의 공연을 기다리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아직 하루반이나 더 남은 페스티벌 기간 동안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비축하기 위해서였을까? 정작 많은 사람들은 휴먼 인스팅트 공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 일행은 모처럼 골드 서클(스테이지 바로 앞부분에 쳐진 바리게이트)에 들어가 무대 바로 가운데에서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이들의 공연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휴먼 인스팅트의 공연은 생각 외로 괜찮았다. 그들은 록앤롤의 향이 물씬 베인 ‘Midnight sun’, ‘Rockn lockn baby’ 등을 선보였다. 역시 이 노장 3인방은 노련한 솜씨로 자신들을 찾아온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특히 기타리스트인 필 프리처드의 훌륭한 연주기교는 보는 이의 눈을 황홀케 만들었다. 드럼을 치면서 노래까지 소화한 모리스 그리어는 노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파워풀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모리스 할아버지의 금발 단발머리는 깜찍했다.) 휴먼 인스팅트의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는 희한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어지는 서브스테이지의 바세린의 무대를 보러가는 사람들보다 빅탑 스테이지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말이다. 글쎄, 이어서 등장할 헤드라이너의 무대에서 좋은 관람 위치를 차지하기위해 메인스테이지에 남아있는 사람들이야 당연하게 공감한다. 그러나 육안으로도 느껴질 만큼 다음 헤드라이너인 델리스파이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골드 서클에 들어가기 위한 끝없는 긴 줄은 그 다음날 오아시스의 공연 30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시 50분, 드디어 델리스파이스(★★★★)가 빅탑 스테이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보컬 김민규의 모습이 핼쑥해 보인다는 속닥대는 말이 주위에서 들렸다. 뭐, 언제는 델리스파이스 멤버들이 잘 생겨서 좋아했을까? 팬들이 원하는 모습, 원하는 노래만 들려주면 그만이다. ‘항상 엔진을 켜둘게’를 첫 곡으로 델리스파이스는 잠자고 있었던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해내기 시작했다. ‘달려라 자전거’, ‘가면’, ‘워터멜론’부터 산울림을 위한 헌정 곡까지 다양한 곡들을 불렀다. 심지어 이들은 하루 전, 폴 아웃 보이가 미처 들려주지 못했던 ‘그 곡’을 불러주었다. 바로 마이클 잭슨의 ‘Beat It’였다. ‘Beat It’의 리메이크 싱글을 냈던 폴 아웃 보이가 별 반응 없이 공연을 마친 이유였을까? ‘Beat It’이 더욱 더 반갑게 들렸다. 이어서 ’Black or White’도 불러주니 모두의 아쉬운 마음도 어느 정도는 위로가 되었다. 관객 모두가 기다렸던 델리의 ‘고백’과 ‘차우차우’가 나오자 모두가 일동으로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 김민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떼창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한 시간의 공연이 너무도 짧게 느껴졌다. 뭔가가 계속 아쉬웠다. 하지만 괜찮았다. 우리에겐 김창완 밴드(★★★★)가 있었으니까. 김창완 밴드의 공연에 관객들은 ‘과연 어떤 공연이 될까?’라는 ‘기대 반 궁금증 반’으로 들떠있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외국인 관객들이야 ‘이 밴드가 도대체 뭐 길래 한국 사람들이 저렇게 날뛰는 거지?’라고 기이하게 여길 수도 있겠다.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그것이 김창완 밴드의 차별화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만약 비틀즈가 지금까지 생존해서 설령 내한을 온 다해도 김창완 밴드와 같은 흥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우리는 한국인이다. 한국의 음악에 감정 이입을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발산하는 흥은 어떻게 보면 ‘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제발제발’이 나오자 사람들은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춤추며 날뛰었다. 그 열기는 ‘가지 마오’, ‘아니 벌써’가 나올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사람들은 ‘역시 김창완 밴드! ‘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선 마치 롤러코스터 한 대를 타고 온 것 같은 그런 흥분이 엿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윈디시티(★★)는 메인스테이지에서 한 바탕 신바람을 맞고 온 관객들의 흥분을 오히려 느긋하게 만들었다. ‘Elnino Prodigo’가 나오자 금방이라도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이어진 김반장의 연이은 캠페인 성 멘트에 또다시 열광했다. 그러나 이런 김반장의 멘트가 점점 혼잣말 혹은 잔소리처럼 느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무튼 윈디시티는 자신들만의 매력을 발산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를 지속시켰다.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 (★★★★) 장소: 빅탑 스테이지 시간: 21시 30분~23시 00분 ‘베이스먼트 잭스 데뷔 10주년 추카추카’ 베이스먼트 잭스의 공연세팅 중, 그러니까 한창 서브스테이지에서 윈디시티의 공연이 진행 중이었을 때부터였다. 이들의 공연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전광판에는 이들의 데뷔 1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떴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대로 페스티벌의 다음 날을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김창완 밴드에서 미친 듯이 쏟아 부은 탓에 체력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그렇다. 다들 지쳐 보이는 기색들이 역력했다. 우리일행도 거의 실신 지경이었다. ‘무대를 보아하니 일렉트로닉 그룹인데도 저 빵빵한 세션악기 세팅은 다 무엇이란 말이냐?!?!’ 단지 공연 스케일만으로도 겁을 주는 밴드, 그것이 베이스먼트 잭스였다. 일렉트로니카 공연에 익숙지 않은 한국 관객들도 있겠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 베이스먼트 잭스의 공연을 보고 그냥 몸 가는대로 따르면 그것으로 오케이니까. 첫 곡은 오노 요코가 피처링 한 것으로 유명한 ‘Scars’로 공연의 거대한 시작을 알렸다. 베이스먼트 잭스는 처음부터 강력한 비트와 기계사운드로 관객을 압도해나갔다. 그들은 팝, 재즈, 힙합, 록을 일렉트로닉에 접목시킨 ‘Twerk’, ‘Oh My Gosh’, ‘She’s No Good‘ 등을 앞세우며 뜨거운 밤을 노래했다. 음악은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으며 뜨거웠다. 현란한 레이저, 전자음과 드럼소리 이 모든 것이 음악과 함께 녹아들었다. 9월에 발표할 신보 수록곡이기도 한 싱글 ‘Raindrops’와 연주버전으로 이뤄진 ‘Daft Pumpkin DJ Bit’, ‘Nifty’는 육중한 비트로 모든 관객을 들뜨게 만들었다. 특히, 컴퓨터로 변형한 사이먼의 기계적인 목소리는 신기하다 못해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그의 ‘Hello~ Koreaaa~’멘트를 들으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까. 그것 뿐 만이 아니다. ‘Where’s Your Head At?’을 끝으로 무대가 끝나는가 싶더니 관객의 ‘앙코르’부름에 곧바로 2곡이나 불러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춤추다가 실신해도 좋을 만큼 있는 힘을 쥐어짜 마구 몸을 흔들었던 것 같다. 관객들은 남아있던 모든 기력을 짜내어 그들의 무대에 열정적으로 호응했다. 사이먼 래트클리프와 펠릭스 벅스톤의 디제잉도 멋졌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3인조 빅걸들의 퍼포먼스와 뛰어난 가창력이었다. 그녀들은 육중한 몸매임에도 날렵한 춤사위를 보여주었다. 시원시원한 가창력 또한 멋졌다. 총 12명의 최다 인원을 동원했던 이들의 파워풀한 공연은 무대를 꽉 채우는 효과까지 보여주었다. 베이스먼트 잭스는 쫀득쫀득한 신시사이저 멜로디와 무게감 있는 비트를 무기로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이날도 역시나 많은 이들의 뜨거운 가슴은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도 제 할 일을 다 한 둘째 날의 주자는 다음 날에게 최후의 바통을 넘겼다. Basement Jaxx : Set List 1. Scars (Instrumental) 2. Good Luck 3. Twerk 4. Arab Money 5. Oh My Gosh 6. Hot ‘N’ Cold 7. Wheel ‘N’ Stop 8. She’s No Good 9. Red Alert 10. Oiz on the Fire (Instrumental) 11. Raindrops 12. Plug it In 13. Romeo (Acoustic) 14. Jump ‘N’ Shout 15. Onyx 16. Do Your Thing 17. Daft Pumpkin DJ Bit (Instrumental) 18. Nifty (Instrumental) 19. Where’s Your Head At? 20. (Encore) Rendez Vu 21. (Encore) Bingo Bingo 7월 26일 일요일 빅탑 스테이지: 장기하와 얼굴들,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패티 스미스(Patti Smith), 젯(Jet), 오아시스(Oasis) 그린 스테이지: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요조, 언니네 이발관 이틀 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페스티벌도 어느덧 마지막 축제를 남기고 있었다. 사람들은 텐트에서 어기적어기적 나와 이제는 자연스레 그린스테이지로 향했다. 마침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이 셋째 날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활동 4년 만에 올해 첫 음반을 발표한 불쏘클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적 스타일로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다들 ‘엥? 이 우스꽝스런 노래는 도대체 뭐지?’라고 의아해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몸은 리듬을 타고 있지 않은가? ‘조 까를로스’, ‘후르츠 김’, ‘까르푸 황’, ‘김간지’ 이름만 들어도 ‘완전히’ 이 밴드는 코믹하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만의 색깔을 정확히 간파하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멋지게 어필하고 있었다. 비록 30분 만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이들의 곡의 하나씩 울려 퍼지는 순간, 사람들은 폭소했다. 우선 관객들을 즐겁게 만든 면에선 대성공이었다. ‘악어 떼가 나온다, 악어떼!’ 관객 모두의 기억 속에 파묻혀 있었던 동요 ‘악어떼’를 재밌게 재구성한 불쏘클 표 ‘악어떼’는 코믹 그 자체였다. 민족 가요인 육각수의 ’흥부가 기가 막혀’의 후속 작을 노린 ‘석봉아’도 마찬가지였다. “너는 글을 쓰고 나는 떡을 썰고 석봉아~ 석봉아~ 석봉아~ 석봉아~” 자칫 웃다가 침이 튀어나올 정도의 이 가사는 이들에게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마저 귀를 고정시키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불쏘클에게 붕가붕가레코드의 한솥밥 밴드인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큰 기대만큼 미치지 못했다. 장기하의 딱딱하고 어딘가 능청스러운 개인적인 이미지 탓일까? 이것이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일종의 ‘건방짐’이란 느낌도 들었다. ‘달이 차오른다’, ‘그 남자 왜’, ‘별일 없이 산다’가 나오자 관객들을 고민 없이 뛰었다. 그러나 이들의 노래에 진지한 표정의 장기하만큼 감정 이입을 하기란 좀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미미시스터즈의 등장이 그 원인 이었다. ‘달이 차오른다’에서는 까만 한복을 맞춰 입고 있던 미미들이 ‘그 남자 왜’가 나오자 한복을 벗어 던지는 게 아닌가? 아마 그 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미미들에게 쏠려있었다. 분홍색 원피스, 까만 선글라스, 무표정한 표정, 통통한 몸집의 미미시스터즈의 등장과 그녀들의 퍼포먼스덕분에 오히려 밴드의 노래가 묻히고 말았으니 말이다. 미미시스터즈는 장기하 밴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지금의 장기하를 조명해준 ‘싸구려 커피’의 앙코르를 외쳤으나, 이후 앙코르 곡이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그 다음에 나온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은 장기하와 얼굴들보다 상태가 나았다. 그들에게는 ‘한국에 여러 번 내한 무대를 가진 일본 밴드‘다운 여유로움마저 느껴졌다. 여전히 국내에서의 아지캉의 인기는 뜨거웠다. (신승훈의 외모와 목소리를 제법 닮은) 보컬 고토 마사후이는 마치 ’동경대 법학생‘ 같은 포스를 내뿜으며 깔끔한 공연을 선보였다. ‘Rewrite’부터 ‘Understand’, ‘Kimi to Iu Hana(君という花)’, ‘Wakusei(惑星)’까지 다양한 곡들을 불렀다. 그린스테이지에는 남성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요조(★★★)의 무대가 있었다. 그녀에 무대엔 평소 타 공연과는 사뭇 다른 므흣한(?) 웃음의 남성 관객들이 아주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조는 이런 남성 관객들의 호응을 느꼈는지 자주 당황한 기색의 얼떨떨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녀의 이런 미소에도 남성 관객들은 광분했다.) ‘My name is Yozoh’에서는 그녀의 귀여운 외모와 깜찍한 목소리가 가장 매력적으로 발산되었다. 타 공연과도 매우 달랐던 떼창이 들렸는데 그것은 마치 군대 위문공연과 같은 느낌이었다. 요조의 공연이 끝나고 메인스테이지에는 패티 스미스(Patti Smith)(★★★)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여성싱어 vs 해외 여성싱어’의 대결구도를 보는 듯 했다. 그러나 패티 스미스는 요조와는 엄연히 다른 그녀만의 포스와 연륜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록앤롤의 대모이기도 한 그녀의 공연은 국내 뮤지션에게도 놓칠 수 없는 무대였다. 미미시스터즈, 자우림, 김C가 관중하는 등 무대 외의 재밌는 해프닝도 있었다. ‘Birdland’, ‘We Three’, ‘Pissing in a River’같은 곡들이 나오자 잔디밭에 앉아있던 관객들이 하나 둘씩 메인스테이지 앞으로 다가왔다. 또한, 공연 후반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기타)’이라 외치며 평화와 환경보호 등을 언급하며 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혼잣말처럼 중얼중얼 외쳤던 김반장과는 극과 극의 모습이었다.) 어느덧 다시 해는 저물고 7시 15분 경 젯(Jet)(★★★★)이 모습을 드러냈다. 솔직히 젯의 무대에는 반드시 김창완 밴드와 같은 폭발적인 반응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역시나 적중했다. ‘Get What You Need’가 나오자 아마 사람들은 이때부터 죽기 살기로 뛰기 시작했다. 게러지 록의 매력이 묻어나는 기타사운드와 닉 체스터의 걸걸한 목소리는 무대의 흥을 배로 돋우었다. 특히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Are You Gonna Be My Girl’과 ‘Look What You Done’이 나왔을 때는 관객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젯은 곧 8월 5일에 발표되는 신보의 홍보에 앞서 싱글곡인 ’K.I.A(Kill In Action)’, ‘She’s a Genius’를 불렀다. 드디어 대망의 오아시스 무대를 1시간 남겨둔 상황이었다. 3일 동안 미친 듯이 놀아댄 탓에 사람들은 꽤나 지쳐보였다.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 당일 날 들어온 사람들도 이미 젯의 공연 덕분에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그렇다면 3일 동안 지낸 사람들은 과연 어떻겠는가?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체력고갈 초월의 단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무튼 그런 녹초의 상태에서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미 그린스테이지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언니네이발관(★★★)이 나온다고 하니 가만히 잔디밭에 앉아 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태양 없이’를 시작으로 언니네는 처음부터 빡센 무대를 열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죽어보자’라는 심정으로 사람들은 남은 에너지마저 언니네에게 기꺼이 헌납했다. 언니네 공연의 간판 곡인 ‘어제 만난 슈팅스타’, 기타 오프닝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것’까지 그들은 국내 마지막 헤드라이너다운 공연을 선보였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항상 그 끝을 염두에 두고 사랑을 하게 되더군요.” 이석원의 멘트와 이어서 발랄한 분위기의 ‘인생은 금물’이 나오자 왠지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나를 잊었나요?’를 끝으로 언니네는 오아시스에게 지산록페의 마지막 스테이지를 내주었다. 오아시스(Oasis) (★★★★★) 장소: 빅탑 스테이지 시간: 21시 30분~23시 00분 2009년 7월 26일 오후 9시 반. 긴 기다림이 끝나고 오아시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벌써 세 번의 내한 무대를 갖는 오아시스였지만, 관객들은 언제나 황제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지산록페의 헤드라이너 중 ‘킹왕짱 헤드라이너’가 아니었을까 싶다. 펜타포트와의 경쟁에서 지산록페가 승리를 거둘 수 있던 것도 다 오아시스 덕이지 않은가? 우선, 관객 수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의 관객이 각각 약 15,000명인 반면, 셋째 날의 관객 수는 약 22,000명으로 추정되었다. 오아시스의 공연이 시작될 즈음엔 페스티벌의 3일 동안 전무후무했던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과연 오아시스다. 오아시스 라이브의 자타공인 오프닝 곡이 된 ‘Fuckin’ In The Bushes’가 울려 퍼졌다. 오아시스의 멤버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무대 밖 인파무리 속에서는 오아시스를 반기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고, 사람들은 연신 ‘오애시스~ 오애시스~!’를 외쳤다. 겔러거 형제는 단지 무대에 섰을 뿐인데도 무대는 꽉 차보였다. 눈부신 조명과 ‘Rock N Roll Star’의 전주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약 2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동시에 뛰어대니 땅이 울리는 듯 했다. 열광적인 관객들의 떼창은 메아리가 되어 산 속으로 퍼졌다. ‘Lyla’는 물론 ‘Morning Glory’ 등 한 곡도 예외 없이 관객들은 열렬히 따라 불렀다. 이것은 또 하나의 코러스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The Masterplan’이 나오자 관객들은 사전에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어깨동무를 하는 등 감동스런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얼마나 좋았는지 받았는지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과거의 명곡들 ‘Wonderwall’, ‘Supersonic’, ‘Live Forever’와 신보[Dig Out Your Soul]의 Shock of The Lightning’, ‘I’m Outta Time’을 배합했으나, 가장 많이 알려진 ‘Stand By Me’를 불러주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신보의 곡들을 세트리스트에서 많이 넣지 못한 점은 가장 치명적이었다. 그래도 역시 옛날 곡들이 주는 느낌은 신곡에 비해 남달랐다. ‘떼창의 원조곡‘으로 불리는 ‘Don’t Look Back In Anger’의 기타 리프가 나오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열광했다. 그리곤 첫 소절 “Slip inside the eye of your mind~”부터 마지막 소절 “At least not today”까지 한 소절도 빠짐없이 따라 불렀다. 순간,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 이 소름은 아마 소문으로만 듣던 ‘떼창’에게 받은 정신적인 황홀한 공황이었다. 오아시스 멤버들도 마찬가지였을까?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갑자기 리암이 스테이지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공연 중 사용하고 있던 탬버린을 한 관객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세상에. 마침 ‘갤러거 형제는 왜 관객들에게 아무런 이벤트도 해주지 않을까?’하고 투덜거리고 있던 찰나에 리암의 깜짝 선물 이벤트가 일어난 것이다. 이어서 ‘Champagne Supernova’와 ’I am The Walrus’를 끝으로 화려하고 웅장했던 그들의 공연도, 지산록페의 대장정도 막을 내렸다. 공연 후 리암이 트위터를 통해 이번 무대가 꽤나 흡족함을 밝혔지만, 오아시스가 언제 또 다시 한국을 방문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로큰롤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됨을 느낀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아시스를 비롯한 모든 뮤지션에게 감사를 느낀다. 집에 돌아가는 길, 다시 한 번 지산록페의 모든 공연을 회상해보았다. 갑자기 왠지 모를 뿌듯함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Oasis: Set List 1. Fuckin’ In The Bushes (Instrumental) 2. Rock N Roll Star 3. Lyla 4. Shock Of The Lightning 5. Roll With It 6. Cigarettes And Alcohol 7. Waiting For The Rapture 8. The Masterplan 9. Songbird 10. Slide Away 11. Morning Glory 12. My Big Mouth 13. Half The World Away 14. I’m Outta Time 15. Wonderwall 16. Supersonic 17. Live Forever 18. Don’t Look Back In Anger 19. Champagne Supernova 20. I Am The Walrus 20090801 | 김민영 cutthecord@nate.com 관련 글 2009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지산에서 보낸 한 철 – vol.11/no.15 [20090801] 2009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B-side 견문록 – vol.11/no.15 [200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