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ian Girls| Share The Joy | Polyvinyl, 2011

난 달라질 거야

비비안 걸스(Vivian Girls)의 2008년 데뷔앨범 [Vivian Girls]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화제가 되었던 것 이상으로 영향력 있는 앨범이 된 것 같다. 당장 덤 덤 걸스(Dum Dum Girls), 베스트 코스트(Best Coast), 그래스 위도우(Grass Widow) 같은 비슷한 컨셉의 ‘여성 로-파이 개러지 펑크/팝 밴드’들부터가 제 2, 제 3의 비비안 걸스라고 불리는 실정이니까. 굳이 여성 밴드가 아니라고 해도, 웨이브즈(Wavves), 재팬드로이즈(Japandroids), 메일 본딩(Male Bonding) 등의 비슷한 사운드를 가진 밴드들에게서 비비안 걸스와의 유사점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데뷔작은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앨범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Vivian Girls]의 성공은 그것이 데뷔작이라는 점에 기인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이들의 음악은 그다지 새롭거나 혁신적인 게 아니다. 다만 뛰어난 멜로디와 활기 넘치는 태도, 그리고 데뷔작 특유의 말로는 설명 못 할 아우라가 겹쳐지면서 두 번은 포착되지 않을 ‘순간’이 만들어진 것이다(전설적인 데뷔 앨범들이 다들 비슷한 식으로 태어난다). 비비안 걸스의 2집 [Everything Goes Wrong], 그리고 작년에 쏟아진 ‘인디-로파이-걸-밴드’들의 앨범이 전부 [Vivian Girls]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었는지가 대충 보일 것이다. 그리고 올해, 비비안 걸스의 3집 [Share the Joy]가 나왔다.

[Share the Joy]의 첫 곡인 “The Other Girls”에서 보컬 캐시 레이몬(Cassie Ramone)은 ‘나는 다른 여자애들처럼 되고 싶지 않아(I don’t wanna be like the other girls)’라고 노래한다. “The Other Girls”가 이제까지 비비안 걸스가 만들어온 짤막한 개러지 펑크가 아닌 6분이 넘어가는, 심지어 기타 솔로도 들어 있는 대곡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그 가사가 그냥 해보는 말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확실히 이번 앨범은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음악적 야심’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첫 곡은 앨범의 그러한 특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Share the Joy]가 많은 실패작들이 그렇듯이 야심만 밀어붙이다가 자폭하는 앨범은 아니다. ‘Epic’한 첫 트랙 이후 이어지는 곡들은 우리가 좋아해 왔던 비비안 걸스표 팝송들이다. “Dance (If You Wanna)” 같은 상큼한 트랙도 있고, 1집의 “Wild Eyes”를 떠올리게 하는 “Lake House” 같은 곡도 있다. 다만 더 이상 앨범을 가득 메웠던 기타 노이즈는 찾아볼 수 없다. 아마 노이즈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Share the Joy]에 굉장히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앨범을 듣다 보면 비비안 걸스가 노이즈에 기대지 않고도 여전히 훌륭한 선율을 뽑아낼 수 있는 멜로디 메이커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거의 모든 트랙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기타 솔로는 기교적으로 훌륭하지는 않지만 곡들의 생동감을 살리고 감칠맛을 더해 준다. “Sixteen Ways”의 강렬한 솔로, 그리고 60년대풍의 멜로디가 돋보이는 “Take It As It Comes”에서의 연주는 앨범 내에서 기타 솔로가 가장 잘 활용된 예시다.

앨범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Epic’한, 거기에다 훨씬 ‘로킹’한 6분짜리 대곡 “Light in Your Eyes”로 인상적인 마무리를 짓는다. 이렇게 앨범을 다 듣고 나면, [Share the Joy]에 담긴 ‘음악적 야심’이 단순히 대단한 걸 만들겠다는 추상적인 야심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은 야심작이지만, 동시에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음악을 어떻게 이어 나갈 것인지, 어떻게 데뷔작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 그런 점에서 [Share the Joy]는 성실한 작품이며, 동시에 미래에 좀 더 확장된 사운드 영역으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법한 작품이다. 확실히, 이 여자애들은 다른 여자애들하고는 ‘다른’ 여자애들이다. | 글 정구원 lacelet@gmail.com

ratings: 4/5

 

수록곡
1. The Other Girls
2. I Heard You Say
3. Dance (If You Wanna)
4. Lake House
5. Trying to Pretend
6. Sixteen Ways
7. Take It as It Comes
8. Vanishing of Time
9. Death
10. Light in Your Eyes

멀티미디어

Vivian Girls – Dance (If You W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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