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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 of the Pier – Fantasy Black Channel – EMI, 2009

 

 

뉴웨이브와 일렉트로닉의 경계를 넘보다

래이트 오브 더 피어(Late of The Pier)는 영국 잉글랜드 캐슬도밍톤 출신의 4인조 일렉트로닉 밴드이다. 런던 전역의 클럽 공연들을 통하여 자신들의 음악적 개성을 확고히 어필한 이들은 메이저 레이블인 파를르폰(Parlophone)과 계약, 2008년 8월 데뷔앨범인 [Fantasy Black Channel]을 발표하며 빠르게 입지를 굳혔다. 이 신인 그룹의 출현에 대해 본국인 영국에서는 대부분 예상 외의 호평을 내리며 주목하고 있다. 가디언 誌는 별 다섯과 함께 ‘발명의 정신(Spirit of Invention)’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도대체 이들의 데뷔가 이렇게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앨범은 흥미롭다. 이들의 음악은 록음악과 팝, 일렉트로닉의 조화를 충분히 살림으로써 신선한 자극을 준다. 첫 수록곡인 “Hot Tent Blues”는 귀에 착착 감기는 기계음을 시작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어지는 곡 “Broken”과 “VW”는 디스토션 기타사운드와 일렉트로닉 특유의 기계적 비트를 가미하지만, 자칫 지루할 수 있을 일정한 댄스 비트를 변칙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흥겹게 전체적인 곡 분위기를 유지한다. “Focker”와 “Whitesnake”는 일명 ‘뿅뿅 사운드’를 무기로 앞세운 독특한 신시사이저 멜로디를 마음껏 선보이는 댄스 펑크곡이다. 리프의 반복 뒤에 곧바로 이어지는 기계적인 비트가 가져다주는 그루브는 신난다. “The Bears are Coming”과 “The Enemy Are The Future”에서는 래이트 오브 더 피어의 궁극적인 음악적 성향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곡으로 일렉트로닉과 포스트 펑크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기다렸다는 듯이 숨겨둔 기량을 마음껏 뽐낸 이 신인들은 도화지에 자기들만의 개성이란 색으로 사정없이 붓질을 해대는 것 같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주목받는 건 아니란 얘기다. [Fantasy Black Channel]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적 개성과 창의적인 음악성이 있다. 이렇게 이들이 개성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뉴 웨이브 시대의 재현’이라는 목적의식 때문이다. 이 음반의 수록곡은 주로 신서사이저 중심의 연주에 불규칙한 비트와 기계적인 멜로디를 가진 댄서블한 음악들이다. 특히 “Heartbeat”의 도입부가 그렇다. 이 사실은 이들이 휴먼리그(Human League)나 프린스(Prince)로 대표되는 1980년대 뉴웨이브 음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뉴웨이브의 이상을 지나치게 갈망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양한 시도가 어딘지 모르게 ‘이것저것 마구 섞어놓은 잡탕’같은 느낌도 있다. 멜로디나 곡 구성에 있어서도 세련된 기교를 선보이지만 한결같지 않은 이들의 모호한 음악성에 금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마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연산을 처리하다가 과부하 걸린 컴퓨터 같다.

신인이라 처음부터 과시하고 싶었던 욕심이 컸던 탓이겠지만, 이 앨범은 래이트 오브 더 피어가 앞으로 확고한 음악성을 바탕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키는 데에는 충분하다. 새로운 것에 다가가려는 그들의 실험적인 자세와 개성 넘치고 흥겨운 곡들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이들은 록 음악과 전자음악의 절충을 시도했던 선배들, 디페시 모드(Depeche Mode)나 프로디지(Prodigy)와는 다른 기대감을 준다. 다소 진지하고 맹렬하게 몰아붙이는 분위기와 대조되는 코믹함이 바로 그것이다. 20090524 | 김민영 cutthecord@nate.com

7/10

수록곡
1. Hot Tent Blues
2. Broken
3. Space and the woods
4. The Bears Are Coming
5. Random Firl
6. Heartbeat
7. White Snake
8. VW
9. Pocker
10. The Enemy Are the Future
11. Mad Dogs and Englishmen
12. Bathroom Gurgle

관련 사이트
래이트 오브 더 피어, 공식 사이트
http://www.lateofthepier.com/
래이트 오브 더 피어, 마이스페이스
http://www.myspace.com/lateofthep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