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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너마저 – 보편적인 노래 – Luova Music, 2008

 

 

‘정말로’ 보편적인 노래들

올해 초 나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EP에 대해 썼다. 그리고 올해가 며칠 안 남은 지금 브로콜리 너마저의 첫 번째 정규작에 대해 쓰고 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다들 잘 알고 있다. 밴드의 음악은 블로그를 중심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거의 입소문만으로 인디 씬의 총아가 되었다. 마침내 정규 음반이 나왔지만 밴드는 한 번의 쇼케이스를 연 뒤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했다. 그 쇼케이스마저 ‘의무적’으로 보였던 것은 결과론적인 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밴드가 언제 다시 활동할지는 불분명하다.

그때 뭐라고 썼더라? 찾아 읽기 귀찮은 이들을 위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반 정도는 좋고 반 정도는 별로다. 그런데 좋은 건, 그 중에서도 “앵콜요청금지”는 정말 좋다. 녹음과 연주가 더 나아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언어’가 ‘음악’을 잡아먹지 않길 바란다. 이 정도였다.

지금 여기서 그때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해야 한다면 이 글을 쓸 이유가 있을까? 브로콜리 너마저의 정규 음반은 EP와 거의 똑같은 인상을 준다. 차이가 있다면 곡이 더 많아졌고 녹음이 더 좋아졌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그 길이와 그 녹음을 지탱할 수 있는 응집력은 EP 때와 다를 게 없다. 음반이 맥없이 들린다면, 그리고 산만하게 들린다면 그 때문이다. 열 두 곡에 50분 남짓한 음반의 체감시간이 길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음반에서 가장 탁월한 곡이 음반에서 가장 길고 ‘언어’가 주는 인상이 가장 강한 곡이라는 것이다. 즉 음반 제목과 동명의 수록곡인 “보편적인 노래”다. 특별할 것 없는 멜로디와 특별할 것 없는 전개의 곡을 이렇게 매혹적으로 만들어놓기란 어렵다. 이 곡을 통해 재차 확인하게 되는 것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강점이 ‘짠한 노래’라는 것이다. 어째서 짠한가, 라고 묻는다면 밴드가 머뭇거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브로콜리는 감정의 둘레와 추억의 언저리를 잘 머뭇거리고 능숙하게 서성인다. 그게 들어맞을 경우 밴드의 폭발력은 강력하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는 “춤”이 놀라운 호소력을 갖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나머지다. 음반의 노래들은 모두 예쁘고 단정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수록곡들은 “보편적인 노래”의 가사에 그대로 들어맞는 노래들이다. “보편적인 노래를 주고 싶어 / 이건 너무나 평범해서 더 뻔한 노래.” 노래를 아름답게 만드는 보편과 특수의 변증법적 과정에서 밴드는 보편(듣기 쉬운 팝송)을 강조하나 거기서 특수(청자를 예민하게 건드리는 어떤 것)를 산출하는 데는 실패한다. 그래서 들을 때는 좋은 것 같긴 한데 듣고 나서는 다 그게 그거 같다. 특히 EP에서 재녹음한 두 곡(“말”, “앵콜요청금지”)은 재앙이다. 원곡의 (아마도 의도치 않았을) 촌스러움과 절박함이 사라지자 밴드의 ‘촌스러움’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아울러 그럼으로써 밴드의 뿌리와 계열이 폭로되는 일도 벌어진다. “2009년의 우리들”에서 015B를 연상하는 게 무리일까?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가 라이너스의 담요가 1980년대에 활동했다면 나왔을 곡 같다고, “속좁은 여학생”이 스웨터의 어떤 곡을 연상시킨다고, “편지”가 유재하처럼 편곡한 토이의 노래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서 그걸 억지라 할 수 있을까? 문제는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닮았다는 것이 감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습작이나 다름없는 것처럼 들리는 몇몇 곡, 예를 들면 초기 싱글인 “봄이 오면” 같은 곡이 실려 있다는 것이 밴드가 미련이 많아 보인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그러니까 다섯 문단에 걸쳐 불평을 늘어놓았는데도 [보편적인 노래]를 나쁜 음반이라거나 못 만든 음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이 브로콜리 너마저의 마지막 아이러니다. 왜냐하면 이 음반에는 빛나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이 음반의 다른 결점들을 상쇄시켜도 상관없을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빛이 마치 가로등 같다는 것도 지적해야 한다. 빛이 비치는 곳 이외의 부분은 오히려 더 어두운 것이다. 어쨌든 밴드는 다시 한 번 그런 식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세 번째는 어떨까? 두 번 있는 일은 세 번 있다는 속담에만 의지할 수는 없지 않을까? 20081225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5/10

수록곡
1. 춤
2.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3. 봄이 오면
4. 두근두근
5. 속좁은 여학생
6. 2009년의 우리들
7. 말
8. 안녕
9. 편지
10. 앵콜요청금지
11. 보편적인 노래
12. 유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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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너마저 [앵콜요청금지] 리뷰 – vol.10/no.3 [20080201]

관련 사이트
브로콜리 너마저 홈페이지
http://broccoliyou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