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 HOT (EP) – YG Entertainment, 2008 잘 노는 데뷔 최근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흥미로운 순간들은 ‘잘 노는 음악’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이효리가 그렇고, 엄정화가 그렇고, 빅뱅이 그렇다. 흥미롭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저 말이 기분 좋게 들릴 수도, 기묘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흥미롭다’는 말을 ‘설득력이 강하다’고 받아들여도 상관없을 듯 싶다. 외국의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여 나름 변형하는 것이 ‘여전히 변방’의 숙명이라면 그걸 ‘들을 만하게’ 만드는 것은 표절이나 모방과는 좀 다른 문제다. 표절과 모방 얘기가 들을 만하다는 얘기 다음에 나오기 시작한다면(잘 알겠지만 이 논쟁은 절대 피할 수 없다) 그건 설득력이 있는 것이라 봐도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라면 태양의 데뷔는 설득력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건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잘 빠진 흑인음악이다. 달리 말하면 ‘모방’과 ‘재현’의 지루한 논쟁 대신 ‘들을 만하다’는 설득력이 앞서는 음악이라는 소리도 된다. 여기 들어 있는 것은 YG의 프로듀서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실히 쌓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소리들이며,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 음반의 진짜 주인공은 태양이 아니라 YG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태양의 보컬이 솜씨 있게 잘 섞이기는 하지만 음반의 사운드를 온전히 장악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상은 더욱 그렇다. 물론 노하우니 뭐니 해도 결국 이것이 ‘본토 주류’의 ‘거물들’을 깔끔하게 뿌리쳤다고 보는 건 당연히 과대평가다. “나만 바라봐”가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것은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꼭 집어서) “My Love”다. 도플러 효과처럼 흔들리는 신서사이저 사운드가 들리는 순간 빼도 박도 못한다. 더티 사우스 풍의 번쩍거리는 비트가 확 귀에 들어오는 “기도”도 몇 번 돌려듣다 보면 당연히 ‘본토의 거물’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여기 들어 있는 노래들은 ‘이걸 듣느니 본토의 거물들을 듣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이건 중요한 차이다. 이 차이가 다음 음반에서는 좀 더 뚜렷이 드러나길 바란다. 20080731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덧. 음반 매장의 분류는 ‘미니 앨범’이라고 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저 말이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EP라고 분류할 생각이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미니 앨범’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6/10 수록곡 1. Intro_Hot 2. 기도 (feat. Teddy) 3. 나만 바라봐 4. 죄인 5. Baby I’m Sorry 6. Make Love 관련 영상 “나만 바라봐” 관련 사이트 YG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http://www.ygfam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