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net-The Simple Life- Hermetix Records/파고뮤직, 2007/2008 혼자 먹기 아까운 북극해산 코스요리 이 사운드는 한마디로 자극적이다. 하지만 온갖 향신료로 맛을 낸 육류 음식이 아니라 씹으면 씹을수록 풍부한 맛이 입안을 채우는 해산물 요리 같다. 팝과 일렉트로니카, 포크와 록의 어떤 경계에 서 있는 마그넷(Magnet)의 2007년 앨범 [The Simple Life]는 북극해로부터 한국 음악팬들에게 특급으로 날아온 코스요리다. 마그넷은 에번 요한센(Even Johansen)의 1인 프로젝트다. 노르웨이 서해안에 인접한 도시 베르겐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손드르 레르케(Sondre Lerche), 로익솝(Royksopp)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노르웨이 출신 음악가들처럼) 베르겐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다. 스윙 재즈 댄스 밴드의 멤버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마일즈 데이비스와 찰리 파커의 음악을 들으며 유년기를 보낸 에번 요한센은 밥 말리와 클래쉬를 들으며 십대를 보냈다는 바이오그라피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마그넷의 음악은 앞서 언급한 장르의 이질성을 수용하며 팝 음악의 카테고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새 앨범 [The Simple Life]는 발매와 동시에 노르웨이에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올해의 앨범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사실 그의 레시피는 얼핏 들으면 단순하다. 21세기가 시작되며 세계적으로 불어온 어덜트-컨템포퍼리의 인상적인 트렌드에 맞게 로-파이를 지향하는 어쿠스틱 사운드와 신서사이저와 샘플러가 혼용되는 방법론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무화시킨다. [The Simple Life]의 전작인 2005년의 [The Tourniquet] 뿐 아니라 마그넷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표한 2003년 앨범 [On Your Side]도, 자신의 본명으로 발표한 2001년 데뷔앨범 [Quiet & Still]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음악가는 해가 바뀌는 동안 자신의 방법론을 심화시켰고, [The Tourniquet]으로 독자적인 감수성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The Simple Life]는 그 정점에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The Simple Life”는 휴양지의 배경음악처럼 나른하게 퍼지는 현악기 사이에 하와이안 기타(통칭 랩스틸 기타)의 아르페지오가 흐른다. 틈틈이 혼성 허밍이 코러스로 깔리는 이 곡은 제목이 의미하는 그대로 ‘단순한 삶’을 사운드로 드러낸다. 멀게는 50년대 미국영화 [남태평양]을 떠올리게까지 하는 이지리스닝이지만 사운드의 공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 사운드를 다듬는 각종 효과들이다. 첫 곡 “The Gospel Song”은 굵직한 바리톤의 허밍과 박수, 우쿠룰레 같은 어감의 랩스틸 기타가 주고받는(call & response) 가운데 마그넷의 나른한 보컬이 흐른다. 중간에는 하모니카까지 등장하는 이 곡은 가스펠, 컨트리, 오케스트레이션 팝에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있다. 경쾌한 하모니카와 가벼운 휘파람, 현악 중심의 오케스트레이션과 묵직한 드럼이 전반적인 사운드의 질량을 덜어내는 가운데 기타 팝, 컨트리, 레게와 브라스 세션까지 등장하는 “Lonely No More”, “Count”, “She’s Gone”(이 곡은 밥 말리의 커버곡이다), 그리고 “Slice Of Heaven”, “Lucid”같은 곡들은 장르복합적인 마그넷의 사운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 중에서도 그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은 “Navigator”와 “Slice Of Heaven”, “Lucid”다. 이 곡들은 데뷔앨범으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가 묘사해온 공감각적인 사운드의 풍경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Navigator”는 지금까지 선보이지 않았던 과감한 브라스 세션과 무게감 있는 사운드를 선보이고, “Slice Of Heaven”은 노르웨이에서의 성공을 안겨주며 세계 시장으로 뛰어들 발판이 되기 했던 [On Your Side]의 “The Last Day Of Summer”를 연상시키며 “Lucid”는 마치 그런 감수성의 마침표, 혹은 말줄임표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마그넷의 새 앨범은 하지만, 앨범 자체보다는 최근 몇 년 간 한국의 음악 시장, 그 중에서도 특히 수입 음반의 트렌드의 변화를 짐작하게 만든다. 영미 주류 시장과 평단에서 호평을 받은 것과는 무관하게 한국에서 마그넷의 데뷔앨범은 미국드라마 [로스웰]에 삽입된 “Where Happiness Lives”를 통해 소개되었고, [O.C.]와 [식스 핏 언더], [미스터&미세스 스미스]같은 작품들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광범위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O.C.]나 [그레이 아나토미], [가십걸] 같은 작품들이 영미를 비롯해 유럽지역의 인디 음악을 주로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하는 일련의 경향은 작품의 성공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던(이른바 매니악한) 음악을 한국에 소개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이를테면 마그넷의 2007년 앨범이 라이센스로 발매되는 것은 90년대 후반부터 2004년 정도까지 한동안 한국의 음악 트렌드를 좌우하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방송 등이 아니라 최근 몇 년 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형성된 거대한 감수성의 공동체라는 것을 단적으로 시사한다. 그들은 미국드라마의 지지층일 수도 있고, 유튜브를 통해 찾은 음악을 소개하는 개인 블로거들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것은 최근 대중음악의 취향이 대중매체의 발달과 같은 맥락에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일이고, 같은 맥락으로 마그넷의 새 앨범에 대한 대중적 호응을 기대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정도로 괜찮은 코스요리를 혼자서 해치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080416 | 차우진 nar75@naver.com 7/10 수록곡 1. The Gospel Song 2. You Got Me 3. Lonely No More 4. Count 5. She’s Gone 6. A Little Happier 7. Navigator 8. The Simple Life 9. Slice Of Heaven 10. Volatile 11. Lucid 관련 사이트 마그넷 공식 홈페이지 http://www.homeofmag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