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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 In Rainbows | XL/TBD, 2007

 

허공의 성

전작 [Hail to the Thief](2003) 이후 4년 만에 발표되는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신작 [In Rainbows]는 발표 방식에서부터 화제를 몰고 왔다. 음원을 웹사이트에 사전 공개하고 팬들에게 가격을 매기게 한 파격적인 방식은 매우 영리하면서도 절묘하다. 모두들 회피, 혹은 묵인하거나, 대안 없이 분노해왔던 공짜 음원 문제에 대한 발상의 전환도 그렇거니와, 음악적 참신성의 한계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형식적 실험으로 시선을 분산시킨 톰 요크(Thom Yorke)의 전략가적 판단도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이에 대해서는 아래에 링크된 글을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실험적이지도, 극단적이지도 않은 비교적 평범한 브릿 팝을 들고 등장했던 밴드는 결성 시점을 기준으로 벌써 20년 가까이 활동을 해왔다. 이러한 롱런의 비결은 소모적이고 자기만족적인 다작을 피하고(밴드의 활동기간에 비해 정규 앨범은 7장에 불과하다), 많은 수의 EP/싱글 앨범, 라이브 앨범, 편집 앨범 등을 통해 팬들의 귀를 만족시키고 음악적 변신을 꾀했다는 점이 있겠지만, 이와 같은 영리한 차별화 전략을 이행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음악적으로는 극단적 실험주의와 통속적 대중성 양 극단에서 절묘하게 고급스러운 록 사운드를 만들어낸 재능과 감각을 지적할 수 있다. [OK Computer](1997) 이후 동시대적이면서도 차세대적인 그들의 음악은 욕하고 싶어도 허점을 보이지 않는 안정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사운드로 채워졌던 것이다.

[In Rainbows]의 음악적 내용을 총평하자면 록 밴드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던 과거로의 회귀도, 새로운 음향실험의 제시도 아닌, 밴드의 전환 시점인 [OK Computer](1997) 이후 자신들이 해왔던 음악에 대한 꼼꼼한 정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연주 방식은 일렉트릭 기타보다는 어쿠스틱 기타와 다양한 신디사이저 음향, 스트링 연주를 조합하여 보다 본격적인 앰비언트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다. [Hail to the Thief]에서 “2+2=5″나 “Go To Sleep” 등에 남아있던 기타 록의 흔적은 거의 지워져 있다.

“15 Step”의 기계적 비트와 공간감 있는 음향 실험 후에 등장하는 “Bodysnatchers”는 전반적인 곡조와 기타 리프가 [Kid A](2000)에 수록된 “Optimistic”의 헤비 버전 같은 느낌인데, 비교적 거친 기타 톤을 내세운 유일한 기타 록 넘버이다. “Nice Dream”, “No Surprises”, “I Will” 등 라디오헤드 표 발라드의 계보를 잇는 “Nude”는 스산한 미감을 발하고 있으며, “Weird Fishes/Arpeggi”에서는 매쓰 록(math rock)의 방법론과 같이 정교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음산한 저음의 전자음으로 시작해 오르간의 불협화음과 같은 폭발적인 건반 연주가 절정부를 장식하는 “All I Need”의 구성도 독특하다. 가장 완벽한 곡이라 생각되는 “Reckoner”는 톰 요크의 팔세토 창법과 유려한 스트링 연주가 가세해 아름다운 활강을 펼치는 앨범의 백미이다. 한편 EP 형식으로 발표된 CD 2에서 돋보이는 곡은 처연하고 아름다운 발라드 “Last Flowers”와 거라지 록 같은 거침 질감을 가진 업 비트의 록 넘버 “Bangers & Mash” 등인데 전반적으로 CD 1보다는 대중성이 있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여전히 혁신적이고 완벽하게 들린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최근 그들의 음악이 안정되어 있긴 하지만 점점 고립된 영역에 갇히고 있다는 점이다. 실험성과 음악적 완벽주의가 쌓아올린 공고한 성벽은 허공에 홀로 떠다니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제기하는 ‘과연 라디오헤드가 더 이상 무엇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은 이 앨범을 통해 더욱 공감을 얻을 듯하다. 아니 좀 더 무성의하게 말하자면 쾌락과 이데올로기, 록 비트와 디스토션이 거세된 차갑고 현란한 이들의 음악은 재미와 감동을 잃어버렸다. 물론 이러한 딜레마 역시 그들 특유의 전략과 시도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들의 다음 행보에 한국 공연도 포함되기를 빌어 본다. | 장육 jyook@hitel.net

 

Rating: 7/10

 

수록곡
CD 1
1. 15 Step
2. Bodysnatchers
3. Nude
4. Weird Fishes/Arpeggi
5. All I Need
6. Faust Arp
7. Reckoner
8. House Of Cards
9. Jigsaw Falling Into Place
10. Videotape

CD 2
1. Mk 1
2. Down Is The New Up
3. Go Slowly
4. Mk 2
5. Last Flowers
6. Up On The Ladder
7. Bangers & Mash
8. 4 Minute W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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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Radiohead 공식 사이트
http://www.radiohead.com

 


“Reckoner” (Scotch Mist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