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너마저 – 앵콜요청금지(EP) – 붕가붕가 레코드, 2007 그래도 앵콜요청 평론가의 꿈 중 하나는 아무도 모를 것 같은 밴드 혹은 뮤지션을 지목해서 ‘여기 진정 새로운 재능이 있다!’고 선언한 뒤 그 밴드의 성장을 지켜보며 자신의 귀가 옳았음을 증명받는 것이다. 어느 드라마 등장인물은 ‘누구나 가슴속에 삼천원 하나쯤은 있다’고 했지만 평론가의 가슴에 있는 것은 삼천원이 아니라 존 랜도(John Landau) 하나씩인 것이다. 브로콜리 너마저가 평론가에게 그런 밴드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 그들은 지나치게 유명해진 것 같다. 어느 정도로 유명해졌냐 하면, 네이버 검색창에 ‘브로콜리’를 쳤을 때 검색어 자동완성 리스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해졌다(바로 밑에 있는 것은 ‘브로콜리 데치기’다). 그러니 이제 와서 메이저 언론사 기자도 아닌 인디 웹진의 필자가 새삼 호들갑을 떨기는 많이 늦은 셈이다. 계기가 된 것은 이 EP의 타이틀곡인 “앵콜요청금지”다. 이 곡은 최근의 인디 씬에서 나온 노래들 중 가장 ‘유창한’ 멜로디를 가진 곡이다. 연주는 단순하고, 녹음은 데모 수준이다. 그렇다. 당신이 지금 상상하고 있는바로 그 촌스러운 사운드다. 하지만 4분이 금방 간다. 끝난 사랑의 정서를 건조한 톤으로 곱씹는 이 곡은 21세기 대한민국의 20대가 2007년에 만들 수 있는 가장 ‘짠한’ 노래, 혹은 인디 씬의 언어로 번역된 “사랑밖에 난 몰라”처럼 들린다. 그 나머지는? 좋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유들유들하게 흘러가는 “말”은 뭔가를 방해하는(혹은 시비를 거는) 것처럼 깐죽거리는 기타 플레이가 인상적이고, 스트레이트하게 꿈틀거리는 “끝”도 듣기 즐겁다. 하지만 “앵콜요청금지” 이상의 인상을 남기는 곡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며, 앞의 세 곡과 뒤의 세 곡 사이의 편차가 크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EP의 곡들이 예쁜 멜로디와 입에 잘 달라붙는 가사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그냥 그런 곡에서도 예쁘게 반짝거리는 순간이 종종 들린다. 다만 그 순간이 부리는 마법이 깨지는 부분에서는 녹음과 연주가 계속 귀와 마음에 걸린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 어쨌든 결론은 이런 이야기들을 정규 음반에서 꼭 다시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 밴드의 음악을 들은 이들도 모두 기꺼이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끝으로 음악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하고는 싶은 이야기를 덧붙이며 맺고 싶다.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밴드 이름이나 “앵콜요청금지”라는 곡 제목이나 모두 ‘학생다운 위트’다. 이는 이 밴드의 소속 레이블인 붕가붕가 레코드의 다른 음반, 혹은 눈뜨고 코베인 같은 ‘관련 밴드’에게서 드러나는 감성이기도 하다. 이런 감성에 대한 판단이 듣는 쪽 문제이기는 하다. 다만 나로서는 이런 ‘센스’가 주는 인상이 음악보다 커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이 음반에서도 수록곡이 따분해지던 순간에는 (녹음과 연주와 마찬가지로) 밴드의 그 ‘센스’가 음악을 잡아먹는 일이 계속 벌어졌다. 하긴, 그건 이 밴드 뿐 아니라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싶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경우 그 좌표란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다) 모두의 문제이기는 하다. 20080125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6/10 수록곡 1. 말 2. 끝 3. 앵콜요청 금지 4. 마침표 5. 청춘열차 6. 안녕 관련 영상 “앵콜요청 금지” Live 관련 사이트 브로콜리 너마저 홈페이지 http://broccoliyoutoo.com/ 붕가붕가 레코드 공식 홈페이지 http://www.bgb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