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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아티스트 – 빵 컴필레이션 3: History Of Bbang – B-Record/파고뮤직, 2007

 

 

기록과 음반 사이에서

4년 전, 이제는 햇수로 5년 전, 나는 클럽 빵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두 번째 컴필레이션 음반이었던 [Lawn Star]에 대해 쓰며 이렇게 글을 맺었다. “의미를 만들 수 있는 음반이라기보다는 의미에 대한 예가 될 공산이 큰 음반이라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드는 생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때도 어지간히 난척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같은 말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는 것.

그동안 빵의 주변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우선 빵은 거처를 신촌에서 홍대로 옮겼다. 여전히 어둡고 여전히 좁지만 그때만큼 어둡고 그때만큼 좁지는 않다. 인디 씬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확장되었으며, 더 이상 외국 스타일이나 뮤지션의 영향을 운운하는 것으로 리뷰를 때우기는 어렵게 됐다. 이 음반 역시 그런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듣다 보면 복고, 싸이키델릭, 일렉트로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그 와중에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모던 록과 포크로 대표될 수 있는 ‘전통적 인디 스타일’은 이 음반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어느새 빵의 정체성이 된 내향적 기운도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음반에 참여했던 뮤지션들 중 다시 한 번 이름을 올린 뮤지션도 있다. 다른 것을 다 떠나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제 질문을 던질 차례다. 확장된 외연과 여전한 무드 속에서 울적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 곡들은 과연 현재의 인디 씬의 유행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청자에게 줄 수 있는가? 곡이 끝까지 완성되었다는 것 말고는 의의를 찾을 수 없는 음악들이 ‘어디에도 없는 예쁜 감성’ 운운하는 홍보 문구와 함께 화장빨로 승부하는 음반이 되고, 위악과 솔직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순수함의 증거로 여겨지며, 높아 가는 예술적 자의식에 반비례하는 음악적 결과물이 이상한 영웅담으로 포장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때 처음이니까, 인디니까, 라는 식의 팬클럽적 변호가 불가능한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음악들이 얼마나 되는가?

나로서는 ‘아주 많지는 않다’고 답해야 할 것 같다. 이 음반에는 좋은 곡도 있고 별로인 곡도 있으며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한 곡도 있다. 잘 만들었는데 지루한 곡이 있는가 하면 대충 만든 것 같은데도 마음에 남는 곡이 있다. 뮤지션의 경력에 맞는 곡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곡도 있다. 이는 어떤 컴필레이션 음반이라도 겪는 운명이며 따라서 질문에 대한 다소 시큰둥한 대답은 그 때문이 아니다.

이유는 보다 현실적이다. 이 음반에는 반복 청취할만한 곡이 그렇지 않은 곡보다 적은데, 반복 청취할만한 곡 중에서 친구에게 소개할 곡을 고를 수 없기 때문이다. 리뷰에서 뮤지션의 이름과 곡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이 음반은 지난 컴필레이션보다 변호할 여지가 줄어들었다. 외적인 분량이 두 배로 늘어났음에도 이런 얘기로 맺는 것은 역설적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렇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음반은 현 인디 씬에 대한 가장 정직한 지도다. 좋은 뜻에서건 그렇지 않은 뜻에서건. 20080102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P.S….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추천곡을 언급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는 직무유기다. 그래서 수록곡 옆에 (*) 표시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들 때문에 이 음반이 ‘기록’으로 떨어지는 일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누군가는 여기서 진짜 보물을 찾기 바란다.

6/10

수록곡
CD 1
1. 소히(Sorri) – 물음표 그리고
2. 어른아이 – 감기 (since 2000) (*)
3. 골든팝스(Golden Pops) – Body Pops
4. 올드피쉬(Oldfish) – 청춘로맨스(靑春ロマンス)
5. 데이드림(Daydream) – 병신같이
6. 무중력소년 – 산 (*)
7. 이장혁 – 조
8. 시와 – 화양연화 (*)
9. 로로스(Loro’s) – 성장통
10. 페일슈(Pale Shoe) – Wait
11. 도경만 – 환관희 블루스
12. 프렌지(Frenzy) – Apollo 11
13. 말없는 라디오(Silent Radio) – 상상할 수
14. 나비(Nabi) – Nobody Knows
15. 이영훈 – 돌아보니 청춘이었구나 (*)

CD 2
1. 플라스틱 피플(Plastic People) – Morning After (Alternate Version)
2. 굴소년단 – 들꽃
3. 전자양 – ControlTowerLover (*)
4. 피카 – Open Your Eyes (*)
5. 빅데이커민(Big Day Comin’) – She’s My High
6. 미내리(Mineri) – Rock’n Roll Time
7. 아마도이자람밴드 – 파란 얼굴
8. 흐른 – Mellville St.
9. 연영석 – 현실
10. 어베러투모로우 – 관심법
11. 피들밤비(Fiddle Bombi) – Religion
12. DJ안과장 – 왜 내 여자랑
13. 아마츄어증폭기 – DJ Highrise Killed Monday Robot (DJ Highrise remix)
14. green tobacco – real story
15.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지어낸 얘기 (*)
16. 그림자궁전 – I’m Nobody

관련 글
배리어스 아티스트 [빵 컴필레이션 vol.1] 리뷰 – vol.1/no.4 [19991001]
배리어스 아티스트 [Lawn Star] 리뷰 – vol.5/no.15 [20030801]

관련 사이트
다음에 있는 빵 카페
http://cafe.daum.net/cafebbang/
싸이월드에 있는 빵 클럽
http://cafebbang.cy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