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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shing Pumpkins – Zeitgeist – Reprise / Wea, 2006

 

 

펌킨스가 되고 싶다.

몇 년 전 빌리 코건(Billy Corgan)은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이하 ‘펌킨스’)의 해체가 제임스 이하(James Iha)와의 불화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당시 코건의 솔로 활동은 펌킨스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래서 코건의 뒤늦은 폭로(?)는 ‘전부 다 너 때문이야’와 같은, 한풀이를 위한 뒷담화 뉘앙스를 풍겼다. 그쯤 되자 펌킨스의 재결성은 불가능하리라는 것이 세간에 굳어진 생각이었다.

펌킨스가 재결합하는 데에 제임스 이하는 필수요소였다. 그저 홍일점으로 밴드에 있었던 다아시(D’Arcy)나 가장 전성기일 때에는 밴드에서 방출된 상태였던 지미 챔벌린(Jimmy Chamberlin)은 없더라도 펌킨스가 다시 활동하려면 이하가 있어야 했다. 이하가 얼마나 펌킨스의 음악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몰라도, 그는 록시 뮤직(Roxy Music)의 필 만자네라(Phil Manzanera)와 같았다. 필 만자네라가 없이도 브라이언 페리(Bryan Ferry)는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필 만자네라 없는 브라이언 페리의 활동은 그냥 솔로 활동일 뿐이다. 시도도 안 해 봤을 테지만, 설령 코건이 이하에게 전화를 건다고 하더라도 그는 전화 벨소리를 들으며 코건이 몇 초나 통화대기음을 참아낼 수 있나 세어 봤을 것이다. 그런데 빌리 코건은 펌킨스의 원 멤버로는 지미 챔벌린만 데리고서 재결합 앨범 [Zeitgeist](2007)를 발표했다.

물론 펌킨스 초기 3장의 앨범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Zeitgeist]는 그리 나쁜 앨범은 아니다. 강렬한 기타사운드의 저돌적인 곡과 부드러운 감성의 곡이 골고루 들어있는 새 앨범은, 허공에 혼자 발을 차대는 것 같았던 코건의 솔로 프로젝트보다 나은 내용물을 담고 있다. 그리고 빌리 코건이 신서팝으로 마스터베이션을 하지 않으리라 마음만 먹으면 극적인 기타사운드 앨범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그가 할 수 있다’는 그것 까지만을 알 수(들을 수) 있다.

첫 곡인 “Doomsday Clock”에서부터 빌리 코건은 외친다. ‘펌킨스가 돌아왔고, 내가 바로 펌킨스다’라고. 그러나 “That’s the Way (My Love Is)”가 즈완(Zwan)과 후기 펌킨스의 잡종교배일 뿐이고 “Neverlost”가 그저 코건의 신서팝에 기타사운드를 입혔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Starz”와 “United States”에서 잠깐 이들 특유의 사운드를 떠올리게 되지만, 그것이 그저 흉내내기에 그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팬들은 말 할 것이다. “그럼 이제 펌킨스의 음악을 들려주세요”라고.

이 앨범이 펌킨스의 새 앨범이 되지 못하고, ‘기타를 다시 손에 든 코건의 두 번째 솔로 앨범’에 그쳐버리는 이유는 펌킨스가 단순히 꽉 찬 사운드 하나만 믿고 질러대는 로큰롤 밴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펌킨스 음악의 가능성들은 빌리 코건의 다양한 음악적 바탕에서 나오는 아트록의 미학적 성향과 노이즈 기타사운드를 팝으로 표현해내는 감각, 잔혹함 마저 느껴지는 지성미와 사춘기 감성 등에 있었다. 이러한 복합적 요소들이 어우러지며 펌킨스는 청자들에게 자신들 음악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유도해 냈었다. 그리고 내성적인 펌킨스는 다분히 ‘자아도취적’인 음악을 했지만, 절대로 스스로 그 단어를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빌리 코건이 밴드를 다시 결성하며 만든 이 앨범에서, 펌킨스 해산 이후에 자신의 음악활동을 기타사운드를 입혀 12곡으로 요약/정리한 것 같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첨가 되지 않았다. 만약 이 앨범이 빌리 코건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이었다면 코건 혼자서도 펌킨스 사운드(만)를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에 팬들에게 찬사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빌리 코건이 발표한 ‘펌킨스스러운’ 앨범이 정말로 ‘펌킨스의 앨범’이라는 점에 있다.

펌킨스의 재결합 앨범은 빌리 코건의 솔로 활동이 너무나 미진하게 돌아가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결과임에 틀림없다. 물론 빌리 코건은 펌킨스의 핵심이고, 그는 밴드를 마음대로 할 자격이 있다.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1995) 시절에 퇴출당한 사람이 챔벌인이 아니라 이하였다고 해도, 당시의 코건은 혼자서도 좋은 음반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자니 로튼(Johnny Rotten)은 섹스 피스톨스(The Sex Pistols)의 성공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모든 멤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그 분위기를 이해해야 한다”고. 빌리 코건은 좀 더 궁리해 보았어야 했다. 20070830 | 프시초 enola0000@naver.com

5/10

수록곡
1. Doomsday Clock
2. 7 Shades of Black
3. Bleeding the Orchid
4. That’s the Way (My Love is)
5. Tarantula
6. Starz
7. United States
8. Neverlost
9. Bring the Light
10. (Come on) Let’s Go!
11. For God and Country
12. Pomp and Circumst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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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ant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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