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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즈(The Smiles) – Strawberry TV Show – 비트볼, 2007

 

 

스마일즈의 기묘한 모험

음반 리뷰를 하면서 다른 상념에 빠져드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지금까지 몇 번 그런 일이 있었고, 결과는 좋은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음반의 내용물이 마음에 들 경우는 당황하게 되고, 귀와 뇌 사이의 친분관계를 믿기 어려워진다.

이런 사태를 야기한 음반은 ‘마니아’와 ‘애호가’ 사이의 틈새를 파고드는 복고-키치적 감각을 과시해 온 비트볼 레코드가 자신들마저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극상의 고급 팝스’ 음반, 스마일즈(The Smiles)의 데뷔작이다. 1970년대 ‘소울 & 싸이키’ 그룹을 연상시키는 커버 속에서(뒷면에는 프로듀서의 추천사도 있다) 일곱 명의 멤버가 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서 있다.

음반의 내용물은 커버의 인상과 일치한다. 프로듀서의 추천사가 잘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스마일즈는 비교적 여러 스타일을 다루고 있지만 나로서는 그 중에서 ‘선샤인 팝(sunshine pop)’이라는 이름이 음반에 가장 자연스런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사운드의 특징 때문이라기보다는 음반 전체에 흐르는 낙관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샴페인처럼 터지는 첫 곡 “South Pole Sunset”, 스파이 영화 주제곡 같은 “The Minx Who Loved Me”, 파도 소리와 함께 남자 넷이 멍하니 흥얼거리는 “Windy” 같은 곡들은 어지간한 일에는 굴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음악과 바다만 있다면 말이다.

음반에서 제일 잘 된 곡은 “Love So Fine”과 “Monglong Beach”다. 손에 묻은 솜사탕을 빨 때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절박한 달콤함으로 무장한 “Love So Fine”은 예쁘(고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게 울리는 보컬 하모니, 귀엽게 뿜빠거리는 브라스, 반짝거리며 굴러가는 하프시코드로 귀를 자극한다. 홀연히 모든 것이 몽롱해지는 중반부의 코러스와 사운드 프로듀싱은 재치 있고 매혹적이며, 올 여름 내가 겪은 가장 짜릿한 음악적 경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14분에 달하는 ‘싸이키델릭한 대곡’인 “Monglong Beach”는 음반 중반부의 “Long Long Beach”와 연결된 곡으로 만화경처럼 빙글거린다. 동전 떨어뜨리는 소리를 비롯한 별의별 효과음과 퍼즈 톤을 듬뿍 먹인 기타 등이 등장하는 순간은 중기의 비틀스(The Beatles)도 떠오른다. 천국에 있는 1960년대의 팝을 향해 감사와 존경의 염을 담아 지어올린 서낭당이 떠오르는 좋은 마무리다.

음반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여기까지다. 이제는 상념을 이야기할 차례다(그러니 이 부분은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 나는 이 음반의 소리와 노래가 나뿐 아니라 이 음악을 만들고 기획한 이들조차도 가보지 못한 장소와 겪어보지 못한 공간에 대한 시절에 대한 정체 모를 향수를 자극하고 있음을 알면서 스마일즈의 음악을 듣는다. 마치 그(녀)가 찍힌 부분만 하얀 실루엣으로 남은 여름 해변의 사진을 보는 것 같은 향수. 그렇기 때문에 전곡을 영어로 부른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가사의 언어는 멜로디의 전개와 배치를 바꾼다.

이는 기묘한 경험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음악이 문자 그대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재현되고, 그것이 새로운 맥락을 찾기 위해 모험적으로 뛰어드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웨스턴 바 체인점에 일괄적으로 배포되는 옛날 헐리우드 영화 포스터를 볼 때 느끼는 이상한 향수와 닮아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그 때 그 장소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심지어는 그 시공간의 문화적 맥락에서조차도 일탈해 있기 때문에 느끼는 향수다. 즉 여기 이 곳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감정인 것이다.

그것을 그 자체로 고유한 경험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오! 부라더스의 세 번째 음반을 들었을 때 느꼈던 그 감정과 비슷하다. 다만 스마일즈는 [One & Two & Rock & Roll](2004) 당시의 오! 부라더스보다 덜 진지하며 더 자유롭다. 이들이 ‘보너스 트랙’의 한국어 노래 두 곡에서 드러나는 이질감을 다음 음반에서 절충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니 올해 여름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음반이다. 20070719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 위 리뷰는 [매거진 T](http://www.magazinet.co.kr/)에 올라간 글을 기초로 하였음.

7/10

수록곡
1. South Pole Sunset
2. Rainbow
3. Strawberry Rag
4. The Minx Who Loved Me
5. Long Long Beach
6. Theme From Strawberry TV Show
7. PBA 2000
8. Willow Forest
9. Cooky Tale
10. Love So Fine
11. Windy
12. Monglong Beach
13. 어제의 바람 (Bonus Track)
14. 내 마음 저편 (Bonus Track)

관련 영상

“Windy / Cooky Tale” (Live)

관련 사이트
스마일즈 공식 사이트
http://www.thesmiles.net/

싸이월드에 있는 비트볼 레코드 클럽
http://beatball.cy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