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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ott Smith – Either/Or – Kill Rock Stars, 1997

 

 

앙상한 아름다움

한 남자가 있다. 등을 돌린 채 외로이 서 있는 사람. 생을 너무 사랑했기에 고통받았던 남자. 행복과 기쁨 대신 고독과 슬픔을 노래했던 한 사람. 엘리엇 스미스.

[Either/Or](1997)는 엘리엇 스미스의 앨범 중 가장 양식적으로 안정된 음반이다. 그의 음악적 성격은 축소지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형식의 완성을 보여주는 것이 이 음반이다. 깨질듯한 목소리, 단촐한 악기구성, 단순한 멜로디와 리듬을 반복하는 악곡구성, 세부적인 곡보다 전체적인 음반에 집중하게 하는 연속적 흐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긴장감이 그의 음악의 특징이다.

기존의 로-파이(lo-fi) 사운드가 ‘태도’나 ‘여건’ 때문에 선택된 측면이 짙었다면, 엘리엇 스미스의 경우엔 그것이 일종의 형식미로써 기여하고 있다. 현대음악이 소리의 겹침을 통해 형성한 두터운 음의 텍스처를 가진. 지나치게 채우는 음악이라면, 그의 음악은 채우기보다 비우는, 여백이 돋보이는 음악이다. 훌륭한 멜로디임에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고 소박하게 풀어내는 까닭에 더 집중하게 하고 빠져들게 한다. 처량하고 약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음악. 필 스펙터(Phil Spector) 이래, 현대 대중음악이 풍성해진 소리로 점점 사운드를 확장시켰지만 응집력은 잃어버린 반면, 엘리엇 스미스는 앙상하지만 단단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Either/Or]는 그만의 음악적 특성이 잘 구현된 음반이다. 스산하고 투명하기에 더욱 마음에 스며드는 그런, 음악이 담긴 음반. 특히 “Between The Bars”-“Pictures Of Me”-“No Name No.5″로 이어지는 부분은 앙상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매혹적이다. 때로 어설픈 위안보다 고통을 사랑하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이 음반은 그것을 증명한다. 아픔을 외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 의미가 없다고 노래한 바 있지만(Everything Means Nothing To Me, [Figure 8]) 우리에겐 그가 의미 있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나의, 그리고 당신의 삶은 더 쓸쓸하고 외로웠을 테니까. 더이상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을 때 나는 그를 추억할 것이다. 당신이 그렇듯이. 20070708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10/10

수록곡
1. Speed Trials
2. Alameda
3. Ballad Of Big Nothing
4. Between The Bars
5. Pictures Of Me
6. No Name No.5
7. Rose Parade
8. Punch And Judy
9. Angeles
10. Cupid’s Trick
11. 2:45 AM
12. Say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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