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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Soundsystem – Sound Of Silver – DFA/EMI Korea, 2007

 

 

여전히 너절한 금속성 그루브

빠르다. 그렇지 않은가? 제임스 머피(James Murphy)는 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는 2005년 1월에 LCD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의 이름으로 그 동안 발표했던 싱글과 신곡들을 묶은 셀프 타이틀 데뷔 음반을 발매했다. 이 음반은 우리 [weiv]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후한 평가를 얻었고,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2006년에도 그는 두 종류의 성공적인 음반을 내놓았다. 하나는 레이블이자 프로젝트 팀이기도 한 DFA의 이름으로 발매한 두 장의 리믹스 음반이다(이는 DFA의 또 다른 반쪽인, 엉클(U.N.K.L.E) 출신의 팀 골드워시(Tim Goldsworthy)와 함께한 것이다). 최면적인 그루브로 르 티그르(Le Tigre),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곡들을 매만진 이 음반들은 DFA가 현재 일렉트로닉 씬에서 가장 창조적인 리믹스 DJ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45:33] 싱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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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LCD 사운드시스템의 이름으로 만든, 아이튠스(iTunes)의 나이키 뮤직 스토어(Nike Music Store)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45:33]이다(한국에서는 아이튠스 서비스가 운영되지 않지만, 뭐, 그래도, 들어볼 사람은 다 들어봤을 것이다). 제목 그대로 45분 33초 동안 매끄러운 그루브가 쉼 없이 흐르는 이 디지틀 음반은 조깅용 음반을 만들어 달라는 나이키 사(社)의 의뢰 덕에 나온 결과물이다. 정작 머피 본인은 자신이 조깅 같은 건 하지 않으며, 이 음반을 만든 까닭은 마누엘 괴트싱(Manuel Gottsching)의 걸작인 [E2-E4](1984) 같은 음반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라고 말하긴 했지만 말이다(개인적으로는 오히려 [Music For Airports]의 러닝머신 버전 같은 음반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신보, [Sound Of Silver]다.

사실 LCD 사운드시스템의 신보에 대해 실질적으로 할 말은 그리 많지 않다. 전작의 리뷰를 쓴 사람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할 말이 없다는 것이 별로라는 뜻은 아니다. 그 반대다. 첫 곡 “Get Innocuous”는 “Losing My Edge”의 추억을 떠올리며 시작한다. 뒤뚱거리는 키보드와 탄력적인 베이스, ‘엉성한’ 보컬이 뒤엉킨 “Time To Get Away”는 전형적인 ‘LCD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예의 그 너절하고 ‘메탈릭’한 그루브 말이다. 중독적인 훅을 내장한 첫 싱글 “North American Scum”과 “Watch The Tapes”는 음반에서 펑크 록의 어법에 가장 근접한 곡이다. 음반에서 가장 멋진 곡은 차츰차츰 소리의 벽을 쌓아가며 싸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유도하는 “Us V Them”과 ‘서사적 기타 록’인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변화의 양상’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weiv]의 리뷰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Sound Of Silver]는 전작에 비해 세련된 팝적 감각을 과시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멜로디에 신경을 쓰고, 쓴 만큼 성과도 거둔다. 철금이 반짝거리고 신서 베이스가 웅웅거리는 가운데 ‘노래’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Someone Great”, 스텝이 엉킨 것처럼 비틀거리는 피아노 루프에 맞춰 노래하는 “All My Friends”, 흑인 코러스의 멜로디가 매력적인 “Sound Of Silver”, 머피 나름의 고향 찬가인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에서 이들의 새로운 측면이 잘 드러난다. 특히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은 이들이 이런 음악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했던’ 것이라는 데 대한 좋은 증거다.

LCD 사운드시스템의 신보(와 그들의 음악세계)를 요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은 이미 음반 속에 들어 있다. 그 말은 ‘North American Scum’이다. 하마터면 [사인펠드(Seinfeld)]에 출연할 뻔도 했던 이 괴짜(같은 외양을 하고 있는 남자)가 만드는 음악은 아무 때나 듣다가 아무 때나 집어 던져도 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게 대중음악이다. 그렇지 않은가? 20070310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8/10

* 이 리뷰는 라이선스 해설지의 내용을 일부 가져왔습니다.

수록곡
1. Get Innocuous
2. Time To Get Away
3. North American Scum
4. Someone Great
5. All My Friends
6. Us V Them
7. Watch The Tapes
8. Sound Of Silver
9.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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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LCD Soundsystem “North American Scum”

관련 사이트
LCD 사운드시스템 공식 사이트
http://www.lcdsoundsystem.com/

DFA 공식 사이트
http://www.dfa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