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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The Mongoose) – The Mongoose – 비트볼, 2007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로큰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몽구스의 새 음반에 대한 홍보 문구를 쓴 여러 사람 중 한 명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이 글을 읽기 위해서는 내가 그 문구를 작성할 때 진지한 마음가짐을 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어줘야 한다.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그때 적은 말을 여기 옮긴다. “비범하고 자극적인, 댄스 플로어를 위한 로큰롤 음반. 새로움에 대한 열망과 옛 것에 대한 향수가 흥미진진하게 뒤엉켜 있다.”

사실 저 말은 말의 진의와 상관없이 지나치게 멋을 부린 문장이다. 홍보 문구의 목적에 충실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한 문장인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는 평론가처럼 쉽게쉽게 말해 보자. 몽구스의 세 번째 음반은 그들의 음반 중 가장 ‘접근하기 쉬운(accessible)’ 음반이다. 이들의 데뷔 음반은 이유야 어쨌건 간에 불친절한 음반이었으며, 두 번째 음반은 몽구스 스타일(거칠고 성긴 사운드, 롤라장 댄스 그루브, 약간 초현실적인 느낌의 소심한 가사)을 확립한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음반이었다. 신보에서 밴드는 대중을 본격적으로 의식하고 있으며, 대담하게 번쩍거리는 사운드와 예쁜 후렴구, 상쾌한 화음에서 자기들의 욕심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런지, 나로서는 전작이 기타 없는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었다면 신작은 기타 없는 뉴 오더(New Order)처럼 들린다(특히 “Pintos”와 “88”). 음반의 중반부로 넘어가기 직전에 있는 두 곡, “Pink Piano Punk Star”와 “Pintos”, 후반부의 “Rain Dance”, “Alaska”와 같은 플로어 지향성 로큰롤들은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그루브를 통통 울리며 음반을 환히 비춘다. 축 처져 있지만 울적하다기보다는 수줍은 중반부의 곡들(“나는 알아요”, “초록빛 휘파람”)은 숨고르기 이상의 완성도를 가지며, 싸이키델릭하게 몰아치는 “Tonight”은 좋은 마무리다. 전작들에 비해 사운드의 초점이 현격히 명확해졌다는 점 역시(이는 프로듀서 김성수의 공이다) 음반의 완성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 [weiv]의 장육 에디터가 적절히 지적한 바, 한국에서는 ‘록 같은 가요’는 광고에도 쓰이고 응원에도 쓰이고 아이돌 그룹의 ‘음악적 성숙’에도 쓰이면서 이리저리 잘 팔리는데 정작 (가요 안 같은) 로큰롤은 별 인기가 없다. 그저 관습적인 멜로디와 사운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매니아를 위한 음악’으로 취급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런 음반을 낸 밴드에게 모욕적인 일이 될지 모른다. 이 음반의 성패는 한국 (인디) 로큰롤의 의미 있는 시도, 즉 ‘국제적 추세의 성공적인 국지적 접근'(다 알다시피 21세기 로큰롤의 화두는 복고다)이 과연 어느 정도의 반응을 얻을지에 대한 시금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만약 이 시도가 일정 수준 이상 성공한다면 한국의 인디 씬은 ‘다른 청중’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클래지콰이나 마이 앤트 메리, 코코어와 허클베리 핀의 청중과는 다른 종류의 청중을 말이다.

그래서 몽구스의 세 번째 음반은 양철지붕 위의 그루브지만, 지붕이 좀 뜨겁다. 많은 사람들이 몽구스를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이어야 하는’ 밴드로 꼽아 왔다. 이번 음반을 통해 ‘이어야 하는’을 떼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지붕에서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홍보가 아니며, 나는 여전히 진지한 마음가짐을 취하고 있다. 20070314 |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8/10

수록곡
1. U.F.O.
2. 나비캐롤
3. Pink Piano Punk Star
4. Pintos
5. 나는 알아요
6. 초록빛 휘파람
7. Rain Dance
8. 88
9. Alaska
10. 바람이 우리를
11. To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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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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