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On The Radio – Return To Cookie Mountain – Interscope/4AD, 2006 극단적 절충 여러분은 ‘어려운’ 대중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중음악에서 어려운 음악이라는 말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만약 우리가 대중을 알기 쉽고 다루기 쉬운, 이리저리 써먹기 좋지만 자기 자신은 거기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달리 말해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박테리아 파지 정도쯤으로 여긴다면 어려운 대중음악이라는 말은 말이 되질 않는다. 그건 어려운 ‘대중’음악이 아니라 그냥 어려운 음악인 것이다. 더불어 그런 식으로 음악에 대해 생각할 때 언제나 옳은(혹은 항상 우둔한) 대중과 자기만 잘난 줄 아는(혹은 고고한 예술혼을 키우는) 비(非)-대중이라는 아둔한 이분법 또한 해결되지 않는다. 자신을 평자라고 생각하는 이들 중 어떤 사람들은 이 이분법을 따르며, 이들 사이에는 자신은 비-대중이지만 대중을 위해 봉사하고 있(거나 봉사해야 한)다는 한심한 착각이 대중적으로 퍼져 있다. 평론은 대중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전등 스위치처럼 ‘멍청’과 ‘현명’이라는 두 개의 옵션밖에 없는 ‘대중’을 위한 것은 아니다. 평론은 자신이 평론의 대상으로 하는 바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을 원하는 그 사람이 평론이 만나는 대중이다. 그는 대중의 일부이지만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인간이기도 하다. 평론가는 대중에게 글을 쓰지만 결국에는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이다. 그 외의 것이라면, 즉 정체불명의 ‘대중’을 위한 것이라면 굳이 자신을 평론가라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이 나설 이유가 없다. 누가 치즈 와퍼에 대한 리뷰를 쓰는가?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TV 온 더 라디오(이하 TVOTR)의 신작 [Return To Cookie Mountain]은 어려운 대중음악이다. 살짝 뒤틀린 혼 섹션 루프, 드럼 머신에 맞춰 징징거리는 시타(sitar), 글리치 스타일의 일렉트로닉 음향과 두왑을 흉내내는 팔세토 보컬이 같은 극끼리 마주보는 자석마냥 빙글빙글 돌면서 서로를 밀어내는 “I Was A Lover” 같은 곡을 오프닝으로 배치한 음반이 쉽고 편안하고 감동적으로 들릴 수는 없다. 청자는 듣는 동시에 생각(‘내가 이걸 왜 듣고 있을까’)을 하기 시작하며, 그것은 이 음반이 ‘듣기에-불편하지만-칭찬을-해야-할-것-같은-생각이-드는-실험적-음반’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징조다. 그러나 징조는 징조로 끝난다. 즉 생각만큼 듣기 불편하지도 않고, 과장 없이 칭찬해도 된다. 흑인이 주도하는 멤버 구성이지만 훵카델릭(Funkadelic), 리빙 컬러(Living Colour), N.E.R.D. 등의 블랙 록과는 거리를 두는 TVOTR의 음악은 현 영미권 (백인) 인디 록의 추세인 ‘극단적 절충주의’의 21세기형 모델을 선보인다. 이들의 극단적 절충주의에서는 힙합, 재즈, IDM에서 건져 올린 음향 조각들이 두텁고 저릿저릿한 기타 노이즈와 뒤엉킨다. 이렇게만 끝나면 못 들어줄 것 같은데 거라지-포스트 펑크에서 집어 온 앙칼진 리듬감과 1980년대 부근에서 배워 온 듯한 멜로디를 고루고루 섞어 넣는다. 전작 [Desperate Youth, Blood Thirsty Babes]는 정말로 ‘듣기에-…-실험적-음반’이었다. [Return To Cookie Mountain]은 전작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음반에서 가장 인상깊은 곡은 “I Was A Lover”지만 가장 뛰어난 곡은 “Playhouse”와 “Wolf Like Me”, “A Method” 등이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을 연상시키는 노이즈의 ‘대양(ocean)’과 드럼 앤 베이스처럼 배배꼬인 드럼 라인이 절묘하게 호흡을 교환하는 “Playhouse”는 대담하다. 완급 조절이 탁월한 직선적인 포스트 펑크 넘버 “Wolf Like Me”는 올해의 싱글 중 하나다. 휑한 휘파람으로 시작하여 퍼커션과 보컬이 지하감옥에서 울려 펴지는 듯한 소리를 내는 “A Method”는 일종의 ‘고딕 두왑’이라 할 만하다. 이 음반이 마음에 드는 이들이라면 음반의 다른 부분에서도 충분한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TVOTR의 열렬한 팬이라는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가 목소리를 기증한, 유연한 멜로디와 코러스 부분에서 파열하는 기타 노이즈가 인상적인 “Province”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둔탁한 인더스트리얼 비트와 시타가 싸이키델릭하게 휘몰아치는 끝곡 “Wash The Day”는 음반에 수미쌍관적인 흐름을 부여한다. 아무리 (우리 [weiv]를 포함한) 많은 음악매체에서 올해의 베스트로 뽑고 그 밑에 입에 발린 말을 늘어놓았다지만, [Return To Cookie Mountain]은 근본적으로 모두를 위한 음반이 아니다. 대중을 위한(다고 생각하는) 비-대중적 ‘평론가’들은 이 음반을 허영심으로 가득 찬 음반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런 이들에게 이 음반에 들어 있는 노래들은 전주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고 간주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애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시에, 이는 이 음반이 어떤 이들에게는 이 음반을 사랑한다고(혹은 증오한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Return To Cookie Mountain]은 그들 중 어느 쪽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건 이 리뷰도 마찬가지다. 20070102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9/10 수록곡 1. I Was A Lover 2. Hours 3. Province 4. Playhouses 5. Wolf Like Me 6. A Method 7. Let The Devil In 8. Dirty Whirl 9. Blues From Down Here 10. Tonight 11. Wash The Day 관련 영상 “Wolf Like Me” ([The Late Show] 중) 관련 글 TV On The Radio [Desperate Youth, Blood Thirsty Babes] 리뷰 – vol.6/no.23 [20041201] 관련 사이트 TV On The Radio 공식 사이트 http://www.tvonthera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