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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넛(Crying Nut) – OK 목장의 젖소 – 드럭/도레미미디어, 2006

 

 

한결같음을 향해서

크라잉 넛이 자신들의 음악 속에 녹여온 이야깃거리는 주로 애틋한 향수, 청년기의 불안과 불만, 자학적 독백, 그리고 그것들의 소실점이 되곤 하던 키치적 위트 등이었다. 한편 음악적으론 그들 특유의 조악한 잡탕식 작법과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악곡 전개 방식이 밴드의 색깔을 결정짓는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데뷔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크라잉 넛은 그렇게 여전하다. [고물라디오](2002) 이후 네 멤버의 군복무 문제로 꽤나 긴 공백기 끝에 발매된 다섯 번째 앨범 [OK 목장의 젖소](2006)를 통해 밴드의 그러한 캐릭터성은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다른 얘기는 차치하고 음반 속으로 직행해보자.

유치한 상황극과 말장난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첫 트랙 “OK 목장의 젖소”를 지나치면, 이내 그들 특유의 소리색이 귀를 간질인다. 서너 개의 코드, 명료한 멜로디와 가사, 짧은 호흡의 중독성 강한 훅으로 이루어진 달리기 넘버 “룩셈부르크”와 “부딪쳐”를 비롯해, 아코디언과 아이리쉬 휘슬로 폴카의 재기발랄함을 부각시키는 “마시자”, 생각 없이 지껄이는 어투의 노랫말이 곡조의 쾌활함을 잘 보조하는 “유언지의 밤”, 마치 델리스파이스(Delispice)식의 직선적인 모던록을 연상케 하는 가락과 창법의 “뜨거운 안녕” 등 음반의 초반부에서 크라잉 넛만의 생래적 불변함은 어렵잖게 감지된다. ‘엉뚱함’ 혹은 ‘잡식성’, 뭐 이런 키워드들과 함께.

중후반으로 넘어가도 예의 그 ‘귀여운 실험 정신’은 곳곳에 심어져 있다. 그리고 심수봉과 함께 한 “물밑의 속삭임”은 그 중 단연 튀는 트랙이다. 6박자 통기타 뽕짝 리듬을 차분하게 깔고는 보컬 박윤식과 원로 가수 심수봉이 듀엣으로 애절 무드를 연출하는 이 곡은, 타 장르의 음악인을 불러들임으로써 일말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여타 ‘흥미 유발용 피처링 곡’들과 질적 차이를 보이며 안정감 있는 곡조와 감수성을 들려준다. 김인수의 아코디언, 오르간 연주와 더불어 이 곡을 작곡한 휘루(기타리스트 이상면의 아내이자 3호선 버터플라이의 전 멤버)의 해금 연주도 두 남녀의 음색을 조화시키는데 일조한다.

클래시(Clash)의 “London Calling”을 패러디한 듯 보이는 “명동 콜링”은, 타이틀곡의 임무에 부응하듯 대중적 호소력을 얻기에 유리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부드러운 멜로디와 미드 템포의 아늑한 스카 리듬과 함께 애틋함을 자아내는 박윤식의 가식 없는 목소리는, 한때의 이 언더그라운드 펑크밴드가 지난 10년간 어떻게 대중적 지지를 양분 삼아 유지되고 성장해올 수 있었는지 말해주는 듯하다. 이렇듯, [하수연가](2001)의 “밤이 깊었네”나 [고물라디오](2002)의 “퀵서비스맨”이 담당했던 역할을 그대로 물려받고 있는 또 하나의 감성 넘버로서 “명동 콜링”은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럼 이쯤에서의 간략한 결론. 예전보다야 말쑥해지긴 했지만 크라잉 넛만의 독보적(?) 특징이라 할 수 있을 ‘능청스러움과 유치함이 어우러진 대중 지향적 로큰롤’ 컨셉에는 변함이 없다는 거. 나아가 데뷔 음반의 “뻔데기”, 2집의 “게릴라성 집중호우”, 3집의 “양귀비”, 4집의 “개가 말하네” 등 그간 꾸준히 보여 온 창작력의 탄탄함은 이번 음반의 수록곡들에도 고른 비중으로 스며들어 있다는 거. 그러니, 우리는 이들의 신보를 두고 이렇게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경록과 이상면을 중심으로 한 작곡 라인은 크라잉 넛 음악 특유의 ‘조악함’과 ‘뽕끼’를 그 창작상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 세련되게 주조시켜내고 있고, 이는 앞으로 밴드가 힘닿는 데까지 밀고나갈 ‘대중 공략용 전술’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전략이 나쁘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크라잉 넛이 이제껏 그래왔듯 ‘쉽사리 변(절)하지 않을’ 가능성 또한 크기 때문이다. 20061103 | 김영진 young_gean@hotmail.com

7/10

수록곡
1. OK 목장의 젖소
2. 룩셈부르크
3. 부딪쳐
4. 명동콜링
5. 마시자
6. 유언지의 밤
7. 뜨거운 안녕
8. 물 밑의 속삭임
9. 백수일기(白水日記)
10. 새
11. My World
12. 순이 우주로
13. 오줌싸개 Generation
14. 한 낮의 꿈
15.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16. 튼튼이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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