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입술이 달빛 – Pastel Music, 2006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고양이다운, 고양이다운, 꾹꾹꾹”(“고양이 소야곡”)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원인이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원인을 만든다고 한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데뷔 음반에 실린 “S”라는 곡에 대해 이 음반을 리뷰한 [weiv]의 필자는 ‘셔플 리듬의 인상적인 기타 연주가 자극적인, 음반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곡이라고 썼다. 그러나 밴드의 두 번째 음반이 나온 이상 이 곡을 그들의 두 번째 음반의 ‘원인’이라 불러도 별 문제가 없겠다. 뽕짝 리듬이 다소곳하게 넘실거리는 기묘한 포크 송들이 들어 있는 바로 이 음반 말이다. 포크는 일반적으로 ‘직접적’이라 여겨지는 스타일이다. 동요나 민요, 뽕짝(내지는 트로트 내지는 전통가요) 역시 포크만큼이나 직접적이라 간주된다. 그러나 캠프파이어 무대를 제외한 곳에서 이것들을 뒤섞으려는 시도 중 이 음반처럼 크고 검은 눈동자를 가진 음반은 없었던 것 같다. 한영애의 [Behind Time: A Memory Left At An Alley](2003)가 뽕짝에 대한 본격적인 해체와 재구성을 감행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본적으로 리메이크 음반이었다. 하지만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시도가 과연 드문 일인가? 황신혜 밴드나 볼빨간이나 어어부 프로젝트는 어떤가? 언급한 뮤지션들의 업적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인디 씬에서 ‘우리의 소리’를 사용하는 방식은 종종 키치 혹은 풍자의 수단으로 그것을 ‘빌려오는’ 것이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그것을 노래를 만드는 재료 중 하나로 ‘끄집어낸다.’ 이 차이는 크다. 재료를 빌려오지 않고 끄집어낼 때 내용과 형식의 관계는 후라이드 치킨에서 살과 껍질이 맺는 관계와 비슷해진다. 떼어내서 먹을 수는 있지만, 당신이 웰빙/다이어트 신자가 아닌 이상 맛은 보장 못한다. 그 방식이 파격적이거나 실험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 음반의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면일 것이다.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아홉 곡의 수록곡 중 여섯 곡이 ‘쿵 짝 쿵 짝 쿵 짜라 쿵 짝’의 ‘송대관식 네 박자’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 그럼에도 사실 통상적인 의미의 ‘뽕짝’이라고 할 만한 것이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또 돌아보고” 뿐이라는 점 같은 것은 그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접근법에는 망설임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개량한복을 고집하거나 국악에 맞춰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사람을 볼 때 느끼는 그런 망설임 말이다. 그 결과 음반은 지금 여기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형태의 음악을 담는다. 동시에 전작과의 연속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옛 용어를 사용하자면 ‘작가적 일관성’을 확보한 음악을 들려준다. 하모니카와 아코디언의 이중주가 구슬프게 흐르는 “고양이 소야곡”, 화성을 흐트러뜨리며 좁은 음폭 사이를 경쾌하게 흐르는 “입술이 달빛”, 돌림노래의 효과를 활용하는 “두꺼비”는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음반의 곡들 중에서도 특별히 귀에 밟히는 순간들을 들려준다. 김소월을 응용한 “슬픈 사랑 노래”나 동요를 살짝 바꾼 “두꺼비”를 비롯하여, 음반의 가사들은 인디 씬 특유의 ‘부드러운 상처들’을 다루지만 현명한 작사가들이 응당 그래야 하듯 상처를 존재의 조건으로 삼지는 않는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두 번째 음반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Time Table](2004)이 딛은 바 있는 영역, 전통을 전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전통의 영역에 들어선 음반이다. 다만 음반의 ‘음향적 접근(sonic approach)’이 지나칠 만큼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음반이 진짜 탁월한 음반인지에 대한 판단을 마지막에 가서는 잠시 미룰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이 있다. 연말 베스트를 뽑을 때까지 이 음반이 내 MP3 플레이어에서 지워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쯤엔 더 들을만한 음반이 될 것 같다. 20061001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8/10 수록곡 1. 고양이 소야곡 2. 슬픈 사랑 노래 3. 오직 지금은 너만 4. 입술이 달빛 5. 사랑 6. 또 돌아보고 7. 겁쟁이 8. 두꺼비 9. 파티 Bonus Tracks 10. 사랑을 하다 11. 사랑 (with Chorus) 12. 두꺼비 (Acoustic Ver.) 13. 입술이 달빛 (Acoustic Ver.) 14. 내 사랑 그대여 관련 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Sogyumo Acasia Band] 리뷰 – vol.7/no.9 [20050501] 한영애 [Behind Time: A Memory Left At An Alley] 리뷰 – vol.5/no.14 [20030716] 3호선 버터플라이 [Time Table] 리뷰 – vol.6/no.1 [20040101] 관련 사이트 파스텔 뮤직 공식 사이트 http://www.pastel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