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ots – Game Theory – Def Jam/Universal, 2006 굳게 내린 뿌리 데뷔작 [Organix](1993)에서 통감자처럼 굵직굵직한 재지 루핑과 마리화나 잎새를 닮은 촘촘한 래핑을 탁월한 감각으로 선보인 이래, 루츠(The Roots)는 그러한 음향적 토대 위로 ‘변한 듯 변하지 않는’ 진보와 보수의 공존성을 꾸준히 재현해왔다. 새 앨범 [Game Theory](2006) 역시 다르진 않다. 게펜(Geffen)에서 데프 잼(Def Jam)으로 레이블을 옮긴 후 처음 발표한 이 음반은, 밴드에 태초부터 함유돼있던 기초 영양소를 이들이 여전히 수용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다시금 보여준다. 자유주의적 좌파 사상과 록밴드 형식의 라인업을 외부적 특징으로 갖는 루츠의 내부는 ‘맹렬함과 순박함 또는 따스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라이브 밴드’라는 식의 구태의연한 주례사식 설명 그 이상으로 묘사될 자격이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언제나 멈출 줄 모르는 발전소와 같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Do You Want More?!!!??!](1995)와 [Things Fall Apart](1999)의 강렬한 번쩍임을 깊은 기억 속에 간직하고서라도 이번 신보의 진한 맛을 음미할 줄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Game Theory] 역시, 두루뭉술한 피아노 루프와 따분하게 깔짝이기 일쑤인 하이햇 비트로 일관하는 몇몇 재즈 힙합 팀들의 나태함에 따끔한 일침을 놓을 만한 순간들을 쏟아내고 있다. 고(故) 제이 딜라(J Dilla)에게 바치는 인트로 “Dillatastic Vol Won(derful)”을 넘겨받으며 앨범의 서문을 여는 “False Media”는, 듣는 이에게 다소간의 긴장감을 불어넣듯 5/4박과 4/4박이 섞인 훅(hook)과 중저음의 래핑, 그리고 영롱한 대기감을 부각시킨다. 허나 이어지는 동명 트랙 “Game Theory”서부터 루츠 특유의 훵키(funky)하고 락킹(rocking)한 대중적 감성 코드는 전면에 드러난다. 이 곡에서 리드 엠씨 블랙 쏘트(Black Thought)가 내뱉는 물리적 단어들은 예의 적당한 요철의 평지를 만들어내고, 그 위로 때로는 견고한 바위 덩어리를, 때론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유연한 물줄기를 얹어놓는다. 말릭 비(Malik B)가 맡은 마지막 소절도 블랙 쏘트의 엠씽에 뒤지지 않는다. 첫 싱글 “Don’t Feel Right”은 그러한 블랙 쏘트의 숨 쉴 틈 없는 래핑과 유세프(Maimouna Youssef)의 그루비한 코러스 멜로디로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 만한 곡이며, “In The Music”은 루츠 특유의 ‘긴장이 감도는 루프’가 유독 강조되는, 때문에 다소 불안정한 태세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 곡의 그러한 기운은 퀘스트러브(?uestlove)의 건조한 드러밍 주법으로 인해 더욱 극단적으로 끌어올려지며 앨범 내에서 “Here I Come”과 함께 가장 개성 강한 스릴러 넘버가 된다. 한편 베이스 기타의 리드미컬한 연주가 핵심을 이루는 “Baby”나 비교적 화려한 스케일의 훵크 넘버 “Long Time”은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and The Family Stone)의 21세기 버전으로도 들릴 만큼 광범한 알앤비(R&B) 트랙인데, 둘 다 기타 리프의 단순미를 잘 살린 곡이다. 또한 앨범의 맨 뒤에 배치된 두 트랙 역시 색다르다. 먼저 “Atonement”는 라디오헤드(Radiohead) [Amnesiac](2001)의 수록곡 “You And Whose Army”를 샘플링한 기본 루프에 잭 데이비(Jack Davey)의 보컬을 입혀 또 다른 느낌으로 빚어낸 수작이다. 마지막 “Can’t Stop This”는 제이 딜라의 [Donuts](2006) 앨범에 실린 짧은 원곡을 늘여 보컬을 입힌 곡으로, 이처럼 딜라에 대한 루츠의 애정은 앨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부분은 루츠의 ‘의식’에 관해서다. 일찍이 배포된 “Don’t Feel Right”의 M/V 클립에는 ‘수감자의 65%가 소수 인종(흑인)’이라는 표어가 등장한다. 이렇듯 루츠는 강한 어조로 ‘현실’에 대해 노래한다. 한 인터뷰에서 밴드의 리더 퀘스트러브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앙 이후 미국 정부와 주류 사회가 뉴올리언스 빈민층에게 보인 냉대와 흑인들의 힘겨운 삶에 기대어 앨범 전반의 주제를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일자리가 없다면 나는 강도짓을 하게 될 거야. 나와 내 아이들은 굶주리고 헐벗고 있으니까'(“False Media”)라는 토로와 ‘감옥에서 소환장이 날아오고 사람들이 우리 집에 방문하길 꺼려하는 이유'(“Don’t Feel Right”)의 언급이 직설 화법으로 루츠의 가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평소 태도와 관련해 수긍되는 부분이다. 관점에 따라 불만이 들어설 여지도 물론 있다. 대표적으로 “Clock With No Hands”는 그들의 여느 소품들보다 메인스트림 넘버에 근접한, 지난 모든 작업물들을 통틀어 가장 말쑥한 때깔과 구조를 가진 곡인데, 밴드음악답지 않은 키보드 및 리듬 파트의 색채와 블랙 쏘트의 말랑말랑한 창법은 조금 생소하게까지 느껴진다. 대개의 청자들이 루츠에게 원하는 것이 이런 점들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나 언제든 뮤지션의 정체성은 유동하는 법이고, 중요한 점은 그 변화의 납득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제이 지(Jay-Z)가 이끄는 데프 잼(Def Jam)의 간판주자들(DMX, Method Man, Juelz Santana 등) 사이에서, 어찌됐든 루츠의 현재 행보는 다수의 팬들을 어렵잖게 납득시킬 만한 뿌리(roots)의 억셈을 보여주고 있다. 20060922 | 김영진 young_gean@hotmail.com 8/10 수록곡 1. Dilltastic Vol Won(derful) 2. False Media 3. Game Theory (feat. Malik B.) 4. Don’t Feel Right (feat. Maimouna Youssef) 5. In The Music (feat. Malik B. / Porn) 6. Take It There (feat. Wadud Ahmad) 7. Baby (feat. John John) 8. Here I Come (feat. Dice Raw) 9. Long Time (feat. Peedi Peedi / Bunny Sigler) 10. Livin’ In A New World (feat. John John) 11. Clock With No Hands (feat. Mercedes Martinez) 12. Atonement (feat. Jack Davey) 13. Can’t Stop This 관련 글 The Roots [Phrenology] 리뷰 – vol.5/no.3 [20030201] 관련 사이트 The Roots 공식 사이트 http://www.theroots.com Def Jam 공식 사이트 http://www.defj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