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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na Aguilera – Back To Basics – RCA/BMG, 2006

 

 

아이돌의 괜찮은 복귀 전략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가 1999년 데뷔 후 한국의 한 음악순위 TV프로에서 “Genie In A Bottle”을 뻘쭘하게 부르던 장면을 여태껏 기억하는 이는 흔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의 세 번째 앨범 [Back To Basics](2006)에 대한 세간의 후한 평이 별나지 않게 다가오는 청자들에겐 더더욱 그럴 게다. 올랜도 모 방송국의 한 스타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경력을 쌓기 시작한 아길레라는, ‘성공한 백인 여가수’의 공식 트렌드를 현명하게 짚어가며 바비 인형 그 이상의 임팩트를 기대하는 미국 매스컴과 대중의 입맛을 그런대로 만족시켜왔다. 물론 여기서 지난 세기의 신디 루퍼(Cyndi Lauper), 폴라 압둘(Paula Abdul), 마돈나(Madonna) 류의 디바들에 비해 그녀가 못하다거나 혹은 더 잘하고 있다는 식의 기계적 평가는 필요 없을 것이다. 단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제시카 심슨(Jessica Simpson), 힐러리 더프(Hilary Duff) 등의 틴에이지 스타들과 함께 서로 ‘남는 장사’를 위한 경쟁 구도를 유지하며 제 갈 길을 걷고 있다는 설명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첫 정규 앨범 [Christina Aguilera](1999)가 RCA를 통해 제작되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그녀는, 라틴 팝이 차트에서 강세였던 2000년에는 [Mi Reflejo]라는 스페인어 앨범을 발매했고, 팝시장에서의 중요한 홍보 수순이기도 한 크리스마스 앨범 [My Kind of Christmas](2000)도 냈으며, 2001년엔 영화 [물랑 루즈(Moulin Rouge)](2001)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다. 또한 정식 데뷔 전에 녹음했던 곡들을 모아 만든 서비스 앨범 [Just Be Free](2001)를 기획하고 꾸준히 싱글 음반을 발표하며 댄스팝 스타로서 뒤질 데 없는 야심을 보이던 아길레라는, 2002년도에 20곡을 담아낸 두 번째 앨범 [Stripped]를 발표한다. 그리고 당시 그녀는 첫 앨범의 성공 이후 둘째 앨범이 피해가기 어려운 징크스에 잠시 시달리는 듯 했지만 기획사의 숙련된 마케팅을 바탕으로 대중적 지지 기반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런 아길레라(와 기획사)에게 이번 3집 [Back To Basics]는 회심의 카드였음이 분명하다. 먼저 외부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앨범에서 ‘한 개의 디스크에 스무 곡’이라는 수록 형태가 다소 지루한 감을 안겨주었다는 여론을 감안해서인지 이번엔 더블 앨범으로 가져갔다. 둘째, 홍보 문구와 그럴듯한 소재 거리 제공에 국한되는 감이 크긴 하지만, 어쨌거나 앨범의 컨셉은 ‘복고’다. 구체적으론 1930, 1940년대 미국 백인 사회의 댄스홀을 불붙였던 핫 재즈(hot jazz), 즉 스윙의 자극성과 역동성으로 한껏 들끓던 경제 호황 시기의 음악적 조류라 할 수 있다.

DJ 프리미어(DJ Premier)가 주도적으로 프로듀싱한 첫 번째 디스크는 린다 페리(Linda Perry)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두 번째 디스크에 비해 작곡이나 사운드 상의 신선도가 높다. 특히 첫 싱글 “Ain’t No Other Man”은 음반 내에서 단연 엄지를 들어 올릴 만큼 잘 만들어진 팝넘버다. 텅텅거리는 브라스 성향의 신디음, 리듬 기타의 훵키한 전개, 그리고 프리모의 색채가 비교적 잘 드러나는 비트 속에서 아길레라의 내지르는 보컬은 그것들에 한 치도 지지 않으려는 듯 화력을 발한다. 또한 그 뒤를 잇는 “Understand”는 1960년대 소울 여가수 베티 해리스(Betty Harris)의 “Nearer to You”의 샘플을 절묘하게 배치하여 만든 범작인데, 이러한 곡을 아길레라의 앨범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그녀의 평판과 입지를 대중에게 한 단계 높은 곳에서 각인시킬 수 있는 요소다.

매혹적인 건반 샘플의 운용이 돋보이는 “On Our Way”나 2집의 파워풀한 히트곡 “Dirrty”의 속편격인 “Still Dirrty”는 프리모의 감각과 아길레라의 발전된 보컬이 평등하게 어우러진 트랙이고, 팬클럽에 수신된 각종 음성 메시지들을 잘라 붙인 “Thank You (Dedication to Fans…)”는 ‘팬 관리’를 잊지 않는 팝스타로서의 센스를 보여주는 아이돌 버전이다. 린다 페리의 지휘 아래 있는 두 번째 디스크도 나쁘진 않다. 청자의 귀를 달구기 위한 빅밴드 분위기 연출에 힘쓰는 “Candyman”이 가장 지루하지 않게 들리긴 하지만, “Beautiful”이나 “I Turn To You” 같은 그녀의 예전 러브송을 좋아했던 이라면 CD2의 다른 곡들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길레라의 이번 새 앨범을 긍정하는 방식은 이 음반이 적어도 음향적 ‘충실함’의 측면에선 그녀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낫다는 데에 동의하는 것이다. 물론 부정하는 방법도 그만큼 어렵진 않다. 이를테면 큰 비용을 들여 만든 상품으로서의 ‘반듯함’에 부친다면 최근 발매된 패리스 힐튼(Paris Hilton)의 데뷔작 [Paris](2006)도 그 못지않은 완숙미를 갖추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티나가 이번에 내딛은 한 걸음이 그녀에게나 팬들에게나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질 것임은 확연하다. 마치 고등학교 졸업반을 이제 막 마친 이의 후련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안은 듯 약간은 억지스럽기도 한 [Back To Basics]는, 그래도 초심의 의지를 밝히며 괜찮은 편곡물들을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딱히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며 춤추기에 좋은 클럽 음악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윽하게 음미하며 듣기에 적당한 음반도 아니지만, 아길레라의 진로와 발전 가능성이 심심찮게 드러나는 순간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와 목적은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20060922 | 김영진 young_gean@hotmail.com

7/10

수록곡
CD 1
1. Intro (Back To Basics)
2. Makes Me Wanna Pray
3. Back In The Day
4. Ain’t No Other Man
5. Understand
6. Slow Down Baby
7. Oh Mother
8. F.U.S.S.
9. On Our Way
10. Without You
11. Still Dirrty
12. Here To Stay
13. Thank You (Dedication To Fans…)

CD 2
1. Enter The Circus
2. Welcome
3. Candyman
4. Nasty Naughty Boy
5. I Got Trouble
6. Hurt
7. Mercy On Me
8. Save Me From Myself
9. The Right Man
10. Back To Basics (Bonus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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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na Aguilera [Stripped] 리뷰 – vol.4/no.24 [20021216]

관련 사이트
Christina Aguilera 공식 사이트
http://www.christinaaguile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