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n Timberlake │ FutureSex/LoveSounds │ Jive, 2006 달과 6펜스 돈으로 만사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안 되는 일도 있다. 최정상의 프로듀서, 매끈한 멜로디를 뽑아내는 작곡가, 감각적인 안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뮤직 비디오 감독이 모였다고 해서 올해의 음반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없이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FutureSex/LoveSounds] 같은 음반이 나올 수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음반은 들인 돈 값을 한다. 만든 쪽에게나 사는 쪽에게나. 팀버레이크의 솔로 데뷔작 [Justified](2002)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보다 더 마이클 잭슨 같은 짝퉁’이라는 비아냥과 ‘마이클 잭슨이 만들었어야 할 바로 그런 음반’이라는 호평 사이에서 7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팀벌랜드(Timbaland)와 넵튠스(The Neptunes)라는 당대 최고의 대중적 비트 메이커 둘을 한꺼번에 기용해서 만든 이 음반은 팀버레이크의 ‘짝퉁스런’ 보컬에 대한 거부감과 아이돌 그룹 출신 뮤지션의 솔로 데뷔에 따르게 마련인 곱지 않은 시선을 걷어낸다면 그 해의 가장 뛰어난 댄스 팝 음반 중 하나였다. 특히 “Cry Me A River”는 그로테스크할 만큼 초현실적인 힙합 비트와 유려한 R&B 팝 멜로디가 충격적으로 조우한 압도적인 싱글이었다. 다시 한 번 팀벌랜드를 데려오고, 안 끼는 데가 없는 것 같은 릭 루빈(Rick Rubin)도 모셔오고, 프로듀싱과 작사작곡에 참여한 팀버레이크의 야심은 전작에 이어 ‘포스트-마이클 잭슨(과 프린스(Prince))’에게 기울어 있는 듯 보인다. 잭슨(과 프린스)이 소울·훵크의 어법과 감각에 백인 팝·록의 멜로디와 감수성을 담아냄으로써 성공했다면 팀버레이크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는 얼마 전 더블 앨범을 발매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의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길레라가 전설적 비트 메이커 DJ 프리미어(DJ Premier)의 힘을 빌어 [Back To Basics](2006)의 첫 번째 디스크를 재즈와 올드 스쿨 힙합을 재조합한 복고적 사운드로 채웠다면 팀버레이크는 키치적 SF 이미지와 유로댄스의 휘황찬란함으로 빚은 팀벌랜드식 클럽힙합/R&B 사운드에 기댄 ‘미래지향적’이고 ‘기술만능주의적’인 사운드를 선보인다. 디스코와 신서 팝을 ‘인더스트리얼’하고 ‘로보틱(robotic)’하게 연결한 첫 곡 “FutureSex/LoveSound”는 팀버레이크가 갈 방향을 요약한다. 뒤를 잇는 음반의 첫 싱글인, 프린스 스타일의 미니멀한 일렉트로-훵크(electro-funk) 넘버 “SexyBack”은 중독적이다. 보글거리는 리듬 루프, 네온사인처럼 번쩍거리고 네온사인처럼 지직거리며 훵키하게 치고 빠지는 싱코페이션 리듬의 신서사이저 펀치, “Yeah-Ah!” 하는 추임새를 뼈대로 하여 긴밀하게 움직이는 이 곡은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둔다. 빌보드 차트 동향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얼마 전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역시 팀벌랜드가 함께 한) 넬리 퍼타도(Nelly Furtado)의 “Promiscuous”와 “SexyBack”을 비교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부진했(다)던 팀벌랜드는 이 두 곡으로 다시 상승세를 타게 된 셈이다. “SexyBack”은, 그러나, (역시 그가 손을 댔던) 전작의 “Cry Me A River”에 비견할 만한 곡은 아니다. “Cry Me A River”가 그리운 이들은 서던 힙합의 새로운 ‘제왕’ T.I.와 함께 한 “My Love”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들이대고 물러서는 팀벌랜드식 SF-유로댄스 신서사이저 사운드를 중심으로 딱딱하게 내리 꽂는 드럼, 둥글둥글한 베이스 라인, 칙칙거리고 ‘가글’거리는 비트박스, T.I.의 랩이 한데 모여 ‘미래주의적(futuristic)인 R&B 싱글’이라는 목표(와 카메론 디아즈(Cameron Diaz))를 향해 달려간다. 다른 곡들은? “LoveStoned/I Think She Knows Interlude” 앞에서는 많은 이들이 “Billy Jean”을 연상할 것 같다. 물론 팀버레이크에게 잭슨이나 프린스의 폭발적인 가창력 같은 건 없다. 그러나 이 곡이 거부할 수 없는 훅과 비트를 갖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음반 내에서 강한 비트의 곡들이 주는 인상은 전반적으로 강렬하고, 이런 곡들은 잘 짜여진 비트 메이킹을 들려준다. 한 곡 내에서 ‘프렐류드’와 ‘인터루드’를 반(半) 유기적으로 이어놓는 아이디어도 귀엽다. 이에 비해 발라드 곡들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구색 맞추기라고까지 말할 생각은 없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이는 이러한 곡들이 지나치게 관습적인 멜로디와 진행과 편곡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팀버레이크의 (여전히) 빈약한 목소리 때문이기도 하다. 윌 아이 앰(Will.I.Am)과 함께 한 훵크 넘버 “Damn Girl”이나 정말 잘 만든 R&B인 “What Goes Around…/…Comes Around Interlude”에서 그가 피로하는 새된 팔세토가 순간순간 부담스러운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음반의 후반부가 불만족스러운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반부와 중반부의 압도적인 결과가 그런 불만을 가라앉힌다. ‘LoveSounds’에 대한 ‘FutureSex’의 승리라고나 할까. 처음으로 돌아가자. 돈으로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팝 뮤지션이 ‘아티스틱’하다는 것은 자신에게 잘 맞는 프로듀서와 작곡가를 고르는 안목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팀버레이크에게는 안목이 있고, 쇼맨쉽도, 재능도 있다. [FutureSex/LoveSounds]는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담고 있는 탁월한 팝 음반이다. 이러한 순간들 때문에 심지어는 팀버레이크의 존재마저 가끔 잊게 되는데, 이는 그가 잭슨이나 프린스는 아니더라도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나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의 위치까지는 올라갔다는 뜻이다. 자신이 이용하는 산업과 산업이 이용하는 자신 사이의 균형을 잠깐씩(만) 잃어버리는 위치 말이다. 그러나 그는 잘 하고 있다. 잘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잘 하고 있다는 것 역시 잘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잘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잘 하는 것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20060915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8/10 수록곡 1. FutureSex/LoveSound 2. SexyBack (feat. Timbaland) 3. Sexy Ladies/Let Me Talk To You Prelude 4. My Love (feat. T.I.) 5. LoveStoned/I Think She Knows Interlude 6. What Goes Around…/…Comes Around Interlude 7. Chop Me Up (feat. Three 6 Mafia, Timbaland) 8. Damn Girl (feat. Will.I.Am) 9. Summer Love/Set The Mood Prelude 10. Until The End Of Time (feat. Benjamin Orchestra Wright) 11. Losing My Way 12. (Another Song) All Over Again 관련 사이트 저스틴 팀버레이크 공식 사이트 http://www.justintimberlake.com/ “Let Me Talk To You/My Love (Feat. 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