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rassic 5 – Feedback – Interscope/Universal, 2006 잡히지 않는 그것 음악은 눈에 잡히지 않는다. 음악은 인간의 ‘활동’이며 그것이 만들어내는 ‘어떤 것’이지, 사물은 아니니까. 그러나 우리는 때로 음악을 즐김에 있어 ‘잡히는 것’, ‘보이는 것’을 부수적으로 갈구하기도 한다. 물론 이 말이 가리키는 것은 음반사나 방송사의 상업적 의도에 의해 청중의 이목을 잡아끌 목적으로 고안된 각종 포장물들이 아니다. 그럼 어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 주라식 파이브(Jurassic 5)의 음악에서 짙게 풍겨 나오던 일종의 스타일, 일련의 구수한 제스처들, 직접적으로 시각에 호소하는 형상은 아니지만 왠지 듣고 있노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마치 손에 닿을 것만 같은 무형의 음향적 프로토타입들. 내가 주라식 파이브의 셀프타이틀 EP(1997)와 [Quality Control](2000)을 통해 후줄근한 골목길 한 구석에서 노랠 부르고 춤을 추는 흑인 청년들을 ‘보았던’ 것은 바로 그러한 것들이었다. 그들이 들려주던 ‘천연 그루브’는 그토록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강한 이미지를 뿜어내고 있었고, 이 점은 지난 앨범 [Power In Numbers](2002)에서도 미지근하게나마 지속되고 있었다. 천박함에 기울지 않는 대중성을 고수하면서도 주라식 파이브만의 수수함과 자유분방함은 어렵잖게 드러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솔로 활동을 위한 DJ 컷 캐미스트(DJ Cut Chemist)의 이탈 이후 5인 체제로서 처음 발표한 앨범 [Feedback](2006)은 예전의 주라식 파이브에서 볼 수 있던 많은 것들이 희미해져 있다. 그리고 그 주된 이유로는 의심할 바 없이 그들의 ‘소리 조율자’였던 컷 캐미스트의 부재가 결정적일 것이고, 한편으론 외부 참여진의 강렬한 색감과 멤버들 간의 느슨한 궁합에서도 찾아볼 수 있음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트랙 “Back 4 You”는 전작 [Power In Numbers]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놓여있다. 싱코페이션 리듬이 투박하게 먹은 베이스드럼과 스케일 큰 고음 건반의 루핑은 예의 태평스러운 여유감을 조성한다. 아킬(Akil)과 찰리 튜나(Charlie 2Na) 등의 창조적 래핑도 그에 조응한다. 하지만 2번, 3번 트랙을 지나면서 설마 했던 우려는 스물 스물 기어나온다. 지난 시절에 대한 회상을 가벼운 문체로 풀어놓는 “Radio”의 사운드는 확실히 예전의 그것이 아니다. 플룻이나 어쿠스틱 건반, 여과 없는 리듬기타 정도를 기반으로 제작되던 로파이 루프의 질감과 온도는 크게 하락했다. 아웃캐스트(Outkast)나 냅튠즈(Naptunes) 식의 찌릿찌릿한 사운드와 비교될 정도는 아닐지라도, “Radio”나 “Turn It Out” 등에서 주도적으로 드러나는 기계음 및 버즈(buzz)음의 전면적 사용은 그들 음악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 데이브 매튜스 밴드(Dave Matthews Band)와 함께 한 “Work It Out”은 이러한 변모한 사운드를 가장 명료하게 전달하는 트랙 중 하나다. 살랑거리는 리듬 파트의 터치와 달착지근한 코드 진행이 지배적인 이 곡의 비트는 DJ 누-마크가 만들었다. 하지만 황색 4호, 적색 2호류의 색소 첨가물이 잔뜩 첨가된 지팡이 사탕을 연상시키는 이 곡의 매끈한 훅(hook)은, 여전히 적응 안 되는 기존의 팬들을 더 투덜거리도록 만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캇 스토치(Scott Storch)가 주도적으로 프로듀싱한 “Brown Girl”은 더욱 충격적이다. 곡 자체는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Latin Girl”에 비견할 만한 섹시함을 발하는 곡이지만, 역시나 자키르(Zaakir)와 아킬(Akil)보단 윌 아이 엠(Will.I.Am)이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그 자리에서 노래하는 게 나을 거란 ‘편견’을 거부하긴 어렵다. 그나마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의 고전을 샘플링하여 윤기를 더하는 “Gotta Understand”나 “Red Hot”, “Back 4 You” 정도가 네 명의 엠씨가 내뱉는 흠치르르한 래핑과 오밀조밀한 라임 맞추기의 재미를 흐릿하게 환기시킬 뿐이다. 주라식 파이브의 이번 음반은 여전히 훵키하고 그루브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이들의 음악적 제스처들이 꽤 많이 증발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것이 올드 스쿨이건 베이 에리어표 음색이건 무엇으로 칭해지던 간에 말이다. 올드 스쿨의 감각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을지언정 가장 중요한 잣대는 현재적 사운드가 어떻게 결합되었으며 그것의 결과가 청자들에게 어떤 모양새로 다가가는가에 총평의 초점은 맞춰져야 할 테니. 퀴퀴한 길거리 냄새가 날아가 버린 곳에 남은 건 외려 역설적이게도 시대에 뒤쳐진 듯한 인상의 주라식 파이브다. 이들의 행보가 앞으로 어딜 향하게 될 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Feedback]만으로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나 런 디엠씨(Run DMC), 그리고 LA 해안의 푸근한 저녁 풍경을 연상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20060902 | 김영진 young_gean@hotmail.com 5/10 수록곡 1. Back 4 U 2. Radio 3. Brown Girl 4. Gotta Understand 5. In the House 6. Baby Please 7. Work It Out 8. Where We At 9. Get It Together 10. Future Sound 11. J Resume (Skit) 12. Red Hot 13. Turn It Out 14. End Up Like This 15. Canto de Ossanha 관련 글 Jurassic 5 [EP] 리뷰 – vol.2/no.19 [20001001] Jurassic 5 [Quality Control] 리뷰 – vol.2/no.19 [20001001] Jurassic 5[Power In Numbers] 리뷰 – vol.4/no.24 [20021216] Jurassic 5 in NewYork – vol.2/no.21 [20001101] DJ Shadow와 Cut Chemist 뉴욕 공연: ‘Product Placement’ – vol.3/no.21 [20011101] DJ Shadow와 Cut Chemist의 [Brainfreeze] 이야기 – vol.3/no.3 [20010201] 베이 에리어 힙합 추천 앨범 (2) – 턴테이블리즘을 중심으로 2 – vol.2/no.19 [20001001] ‘Battle Sounds’: 턴테이블리스트의 정체성 찾기 – vol.3/no.14 [20010716] 관련 사이트 Jurassic 5 공식 사이트 http://www.jurassic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