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6년 8월 말
방법: E-mail
질문: 최민우
정리: 김태서, 최민우

고트 앤 멍키(Goat And monkey)의 데뷔작 [Mommy I Concrete With My Dad]는 올해의 음반은 아니다. 그러기에 이 음반에는 몇몇 단점들이 있다. 그러나 이 음반은 아마 올해의 가장 정직한 일렉트로닉 음반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말은 고트 앤 멍키가 자신의 (물질적, 음악적) 한계를 감추거나 피하려 하지 않고 그 ‘한계상황’들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는 욕망을 정직하게 드러냈다는 뜻이다. 그가 자신의 작업이 ‘소년 같은 매력’을 갖길 원한다는 말은 혹시 그 욕망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소년이란 무모하고 솔직한 존재니까.

20060906012545-naked boy.wmv_000170166

[weiv]: ‘아이돌 스타’에게나 물어볼 질문 같긴 하지만, 이름을 짓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염소와 원숭이의 어떤 점이 당신의 눈길을 끌었습니까?
고트 앤 멍키(이하 GM):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떠오른 이미지였습니다. 사람이 말을 타듯 원숭이가 염소를 타고 가는 이미지가 갑자기 떠올랐고, 그게 뭔가 스스로는 죄어드는 이미지이면서, 남들에겐 말하기 쑥스러운(좀 촌스러운) 네이밍 센스 같았고, 무엇보다도 우화적인 이미지 등 여러 요소들이 맘에 들었습니다. ‘악마’ 같은 종교적인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weiv]: 이 음반이 공식적인 첫 번째 결과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테스트’를 거칠 생각은 해 보지 않았는지요? 싱글이나 EP와 같은 형태로…
GM: 처음에는 6곡 정도의 싱글 혹은 EP로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작업을 진행시키다 보니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들도 크게 바뀌어 갔고, 뭔가 앨범 패키지에 더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국내는 싱글이 싱글답게 나올 음반시장은 아니라고 봅니다(부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weiv]: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종류의 음악을 만든다고 하면 ‘목적의식’이랄까, 처음부터 이런 종류의 음악을 하겠다는 각오가 뚜렷할 것 같다는 편견이 개인적으로는 있습니다. 고트 앤 멍키의 경우엔 어땠습니까.
GM: 본격적인 음악 활동은 지금이 데뷔작으로서 시작입니다. 그 전에는 제 영상물의 배경음이나 음악, 효과음을 만들거나. 개인적인 용도의 음악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정도의 일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작업물로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정식 소프트웨어 시퀀서를 산 작년 말부터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weiv]: 기본적인 작업 패턴이 궁금합니다. 무엇을 가장 먼저 시작하고, 무엇을 가장 나중에 처리하는지, 소스들을 어떤 식으로 배열하는지, 등등의 패턴들 말입니다.
GM: 예를 들자면 영상과 음악을 같이 녹화·녹음해서 영상편집도 음악작업이 되고 음악작업이 영상편집이 되는 듯한, 다소 이상한 방식으로 작업을 자주 했었습니다. 굉장히 비효율적이지만 음악작업도 그림처럼 ‘삽질’하는 와중에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대체적으로 음악을 이미지를 다루듯이 다루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이 제가 음악을 다루는데 있어서 (자신을) 좀 더 자유롭게 해주는 듯합니다. 믹싱의 경우에는 밸런스나 공간감, 소리의 보완 등을 실외의 시끄러운 곳으로 가 모니터링을 하면서 검토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해보고 또 나가서 들어보고… 이 역시 비효율이지만 헤드폰과 소프트웨어 하나로 앨범 전체를 작업하려니 이 방법 외에는 신뢰가 가지 않더군요.

[weiv]: 곡들의 제목은 어떻게 붙였습니까? 저는 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 자기 작업물에 어떻게 이름을 붙이는지 궁금했습니다.
GM: 어떤 곡은 제목을 곡과 맞춰 고심하기도 했습니다. “Titanic Fear”란 곡은 제가 당시의 심경을 잘 나타낼 말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알고 당하는, 수렴적인 공포’라는 의미로 지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온라인상의 80% 정도 되는 사이트에서 “Titanic Fever”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습니다. 한 때는 정말 안구에 습기차더군요. 지금은 그러려니 합니다.
반면에 매우 간단하게 지어버리는 곡도 많습니다. 저장했던 파일이름 그대로, 키보드를 두드렸는데 나온 글씨대로… 의외로 이런 식의 제목들이 실제로 많으리라 봅니다.

[weiv]: ‘앰비언트 일렉트로니카’라는 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홍보에 걸맞는 곡들이 있긴 하지만, 음반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부분은 ‘무드’보다는 ‘비트’와 ‘완급’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트 앤 멍키가 사운드의 ‘흐름’보다는 ‘구축’을 중요시하는 뮤지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GM: 아마 (음반의) 통일성에 있어서 그런 인상이 가리라 생각됩니다. 그은 선 내에서 최대한 다양하게 해보자는 것이 처음 작업 동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혹자에게는 다소 덜 익은, 날것의 상태, 베타 버젼의 느낌… 그런 분위기가 들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전 오히려 그것이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불안한 느낌은 뭔지 몰라도 ‘소년’같은 매력이 있으리라 믿거든요. 물론 작업 과정이 그렇지, 앨범이 결론적으로 소년의 느낌이 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weiv]: 앞의 질문과 연결되는 것인데, 이를테면 “P Minus”나 “Qui” 같은 곡은 ‘Goat And Monkey Extended Club Remix’처럼 ‘댄서블’한 작업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결과물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요?
GM: 얼마 전에 레이블의 누나에게서 제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클럽에서 춤을 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람이 소리에 얼마나 유연해 질 수 있는 동물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죠. 재밌을 것 같습니다. 보컬 작품도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 노래가 들어간 곡들이 꽤 있었지만, 노래방 아저씨가 녹음해 준 듯하다는 주변 반응 때문에 앨범엔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 노래도 형편없구요.

[weiv]: 리뷰에도 적었지만, 솔직히 말해 음반을 들었을 때 ‘신인다운 진부함’이 들리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부분적으로는 작업 환경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고, 부분적으로는 특정 뮤지션을 의식한(혹은 의식하지 않으려 한) 부분도 있어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을 지나치게 돌리고 있는데… 실은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구인지 묻고 싶어서 이러고 있습니다.^^
GM: 진부함의 기준이 참으로 다양해서 제가 제대로 답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됩니다. 어쨌든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청자의 접근성의 방식’에서 오는 쟁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로 유출되는 음반보다, 소위 세련된 사운드가 유입되는 곳에 속한 입장의 경우일수록 대부분의 청자가 그럴 겁니다. 그렇게 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문제시되지는 않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창조성에 있어서 방법론에 의해 거절당하는 죄책감은 창작자에게 있어 매우 터부시 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전자음악의 소위 아이콘이 되어버린 몇몇 천재들의 악기나 샘플 파트 등이 정말 멋지다고 해도 비슷하게 들릴까봐 감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국내엔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의식돼서 못하겠다면 현 시점의 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장르에서 과연 자신의 앨범에 4곡을 넘게 수록할 수 있는 뮤지션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방법론’과 ‘도구의 선택’은 분명 다른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제 자신이 몇몇 사람만 죽자고 듣기 때문일 수도 있겠군요. (가끔 남들과 이야기 해보면 정말 아는 뮤지션이 없더군요^^) 취향과도 같이 묘하게 생체적으로 배어나거나 자신에게 달라붙는 테마 코드 등은 정말 뗄래야 뗄 수가 없더군요. 어쨌든 핑계가 될 수밖에 없는 답변일까요.^^ 좋아하는 사람은, 예상하셨겠지만,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과 스퀘어 푸셔(Squarepusher)를 좋아합니다. ^^

[weiv]: “Bee Soup” 같은 곡의 멜로디는 단순하고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일반적인 의미의 ‘곡’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요?
GM: 잘 만든 대중적인 곡을 존경하고, 또 좋아하기도 합니다. 최근의 마돈나(Madonna)가 무용복을 입고 부르는 뮤직비디오(“Hung Up”)의 멜로디가 인상에 남습니다. 청자와 창작자에게 동시에 큰 만족을 주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자기만족에 담을 쌓고 우월감을 느끼는 음악은 더 이상 전 감당하기 힘들겠더라고요. 그런 소통의 문제 때문에 가끔 너무 스스로 헛갈려 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도 성공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과거보다는 ‘공유’에 있어서 나아졌다고 봅니다. 다른 대답이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매력적인 끈을 가진 노래라면 장르 구분 없이 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힘이 아직은 너무 바닥이군요. 분명 실험적이고 비대중적이고 자극적인 곡이어도 또 듣고 싶은 곡들이 무척 많습니다. 창작자 또한 진지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멋진 곡이라 생각합니다.

[weiv]: 많은 IDM이 그렇듯 고트 앤 멍키의 작업물도 내성적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데 그 무언가가 무언지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려운’ 어떤 상태의 긴장을 머금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시각적 이미지나 직접 제작한 비디오들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요? 아니면 그것은 그 자체로 음악과 나란히 가는, 대등한 또 하나의 작업인지요?
GM: 일단 가사를 버리고 시작한다면 분명한 분위기가 있더라도 ‘얘가 이런 음악을 깔아놓고서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것은 알겠지만, 뭘 말하려는 지는 여전히 모르겠다…’일 것입니다. 다소 웃기고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일단 까놓고 무관계성의 정당함을 즐기는 난해한 뮤지션들이 생각보다 이 장르에 많다고 봅니다. 물론 저도 논거를 댈 자신은 없습니다. 개념 없이 굴지만 않는다면 앞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창작자에게 편하다는 가정 하에서 말입니다.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든다, 그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영상물도 비슷하게 보시면 됩니다. 어떻게 보면 영상, 곡, 제목 다 따로 놀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셋 다 멋지게 맞아떨어집니다. 그 때부턴 계속 인상이 남는 것이죠.

[weiv]: 두 번째 음반의 수록곡도 이미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GM: 앨범을 내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는데, 나름대로 자신이 생기는 소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좀 더 알고 만드는 작업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도 어쩌면 공격을 많이 받을 수 도 있겠네요^^ 한 가지 아쉬우면서 재밌는 점이라면, 작업환경이 여전히 또∼옥 같군요.

[weiv]: 끝으로 [weiv]의 독자들에게 간단한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GM: 정말 재밌는 웹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멋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오고 가는 곳이어서 더 매력적인 곳입니다. 이런 곳이 있는지 정말 몇 달 전에야 알게 되었는데, 상당히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한 동안 계속 글들을 읽어봤습니다. 인터넷의 피드백을 받는다는 느낌보다 옆에 누군가를 두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듯 한 점이 좋게 느껴집니다. 저도 인터뷰를 받고 상당히 재밌어졌습니다. 물론 지금은 약간 걱정되지만… 20060905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관련 글
고트 앤 멍키(Goat And Monkey) [Mommy I Concrete With My Dad] 리뷰 – vol.8/no.14 [20060716]

관련 사이트
타일뮤직 공식 사이트
http://www.ty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