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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c Youth – Rather Ripped – Geffen, 2006

 

 

다방커피도 다방커피 나름

록과 노익장은 그다지 ‘매치’가 되지 않는 단어다. 대부분의 록 팬들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로 되지도 않는 샤우팅을 하는 믹 재거(Mick Jagger)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는 대신 혐오감을 느낀다. 이것은 할머니가 낸 누드집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끔찍한 일이다. 혈기와 방종의 음악을 할아버지가 돼서도 하면 주책 밖에 되지 않으니까.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가 아직도 섹시하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경우는 용돈벌이용 공연 투어 정도다.

그런데 소닉 유스(Sonic Youth)는 아직도 앨범을 낸다. 라이브 음반도 아니고 정규 음반이다. 결과물도 좋다. [Murray Street]는 신선한 질감의 소리와 록 컨벤션의 적절한 변주를 담고 있던 앨범이었다. 그리고 [Sonic Nurse]는 블랙커피처럼 쓰지만 부드러운 노이즈를 담고 있었다.

[Rather Ripped]는 소닉 유스의 경력 중에서도 당도가 가장 높은 음반이다. 경쾌하고 명징한 기타 톤과 생동감 있는 리듬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쾌활하면서 느끼하지 않고 시끄러우면서도 깔끔하다. 전작이 블랙커피 같은 음반이었다면 이 음반은 밀크커피다. [Sonic Nurse]가 노이즈와 리듬의 화학작용을 노렸던 앨범이라면 [Rather Ripped]는 멜로디와 리듬의 시너지 효과를 의도하고 있다. 이렇게 이 음반에는 활기차게 과장하는 록큰롤 컨벤션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절제하며 흥분하지 않는 소닉 유스의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른바 록 컨벤션이 뜨거움을 기조로 하고 있다면, 소닉 유스는 활력은 취하면서도 성적 뉘앙스는 배제하고 있다. 아울러 그들은 너바나(Nirvana)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면서도 자조와 자학에 빠지지 않는다. 극단의 표현 대신 중립적 절제의 필터를 통과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Rather Ripped]는 현재 록 씬의 흐름을 의식하면서도 그것에 휩쓸리지 않는 소닉 유스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거라지 록이 사운드의 볼륨과 날 것의 느낌을 강조하느라 단조로운 자기반복에 쉽게 빠지는 반면 소닉 유스는 노이즈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소리들을 들려준다. 진부한 연애담과 ‘이쁜 척’이 담긴 말랑말랑한 소리가 아니라 삶의 생채기를 새긴 채 외치는 달콤씁쓸한 만가를 말이다. 물론 이 음반에 설탕이 너무 많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아방가르드 록은 불온한 정서를 비균질적인 리프와 사운드를 통해 표현해야한다는 강령을 근거로 엉덩이를 때릴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어른이 꼰대인건 아닌 것처럼 꼭 설탕이 당뇨병을 낳는 것은 아니다. 꼰대의 가장 큰 특징이 과거가 곧 현재이며 미래라고 착각하는 것이라면 소닉 유스는 꼰대가 아니다. 과거에 안주하는 작품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신도 에스프레소가 다방커피보다 낫다는 허영심 정도는 버려도 괜찮다. 한번쯤은 그냥 즐겨라. 아마도 그들이 바라는 것 또한 그 이상은 아닐 것이다. 20060802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8/10

수록곡
1. Reena
2. Incinerate
3. Do You Believe In Rapture?
4. Sleepin’ Around
5. What A Waste
6. Jams Run Free
7. Rats
8. Turquoise Boy
9. Lights Out
10. The Neutral
11. Pink Steam
12. 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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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Sonic Youth 공식 사이트
http://www.sonicyou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