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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miths – Strangeways, Here We Come – Rough Trade, 1987

 

 

에필로그

[Strangeways Here We Come](1987)은 스미쓰(The Smiths)의 4번째 앨범이자 짧지만 굵었던 밴드 역사의 마지막에 위치하는 앨범이다. 모리씨(Morrissey)는 자니 마(Johnny Marr)가 스미쓰를 해산시켜버린 것을 아직도 탓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미 스미쓰는 이 앨범에서 이들만의 것이라 할 특질들을 상당부분 잃어버렸다. 편집반에 실려 공개된 적이 있는 “You Just Haven’t Earned It Yet Baby”에서 느낄 수 있는,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쾌청한 팝 정서를 통해서도 예시되긴 했지만 전작 [The Queen Is Dead](1986)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던 신서사이서와 스트링은 이 앨범 안에서는 매우 폭넓게 사용되었고, 때문에 기존 스미스의 팝 사운드와는 다르게 그 자체의 의미로 충실한 순도 높은 팝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기타사운드에 매진하다 나중에 신서사이서를 도입하는 일이 당시의 밴드들에게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스미쓰의 음악 중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축소되면서 그들의 사운드가 당시 주류 팝의 형태로 완전히 흡수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물론 잼(The Jam)처럼 밴드의 영혼이 댄스비트와 함께 사라져버린 정도는 아니었다. [The Queen Is Dead]의 성공 이후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스미쓰는 더 이상 어소시에이츠(Associates)의 빌리 맥캔지(Billy Mackenzie)나 더 폴(The Fall)의 마크 E. 스미쓰(Mark E. Smith)같은 비주류 인사들에게 냉소를 듣는 밴드가 아니었다. 보노(Bono)같은 ‘정치음악인’에게 찬사를 받는 밴드가 된 것이다. 성공한 밴드에게 던지는 의례적인 인사였겠지만.

다른 한 편, 이 앨범의 사운드는 비오는 날의 축축함이 눌러 붙어있는 골방사운드에서 상큼하리만치 파퓰러하게 변했기 때문에 비(非)스미쓰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사운드의 변화에도 이 앨범을 여전히 ‘스미쓰이게’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모리씨의 목소리와 그의 가사이다. 자니 마는 모리씨의 목소리를 보조하기 위한 기타만을 치고 있고 스미쓰 해산 이후로도 그런 행보를 걸어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앨범에서 보여준 그의 ‘목소리를 낮춘’ 기타사운드가 단순히 스미쓰를 계속 하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만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자니 마가 만들어 내는 곡들은 여전히 좋다. 첫 곡인 “A Rush And A Push And The Land Is Ours”를 듣고 난 후 남는 기타의 이미지나 “Stop Me If You Think You’ve Heard This One Before”에서 ‘쟁글쟁글’거리기보다는 구체적인 멜로디를 부각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타사운드는, 스미쓰가 해산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을까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싱글로 먼저 발표되어 주목 받은 “Girlfriend In A Coma”는 앨범 내에서 가장 순도 높은 팝 사운드를 들려준다. “Unhappy Birthday”에서 모리씨의 후렴구는 ‘캐치’하다기보다는 하드보일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냉정하다. 앨범 내에서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I Started Something I Couldn’t Finish”는 이전의 “What Difference Does It Make?”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이 앨범의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은 “Last Night I Dreamt That Somebody Loved Me”로 이것은 리얼리즘 영화에 등장한 희극배우를 그려낸 듯한 전작과는 달리 ‘스미쓰로서 스미쓰에 도취된’ 감상주의를 보여준다.

이 앨범은 그 자체로 매우 완성도 있는 팝 음반이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러나 스미쓰의 미래가 보편적인 사운드를 전달하기 위한 것 뿐이었다면, 그것은 모리씨의 솔로 음반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게다가 그들의 앨범 중 가장 동떨어지고 희망적인 이 앨범에서 들려오는 음악은, 마치 ‘스미쓰’라는 청년의 불안한 사춘기를 그린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등장인물들의 그 이후를 행복하게 소개할 때 배경음악으로 깔릴 법한 음악이다. 영화 상영 내내 그렇게 스스로를 못견뎌하다 결말에 이르러 거의 죽어가던 그 청년이 어딘가에서 단란한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아직 예전의 요절복통하던 버릇은 조금 남아있다는 내용이라도 된 듯 말이다. 관객을 웃기는 그 에필로그는 갑작스런 반전을 선사해버리기 때문에 영화에 깊이 공감하고 있던 관객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만들지만, 그때는 스미쓰이기 때문에 그것마저 반겼던 것 같다. 그 에필로그가 35분이나 되는 데도 말이다. 20060620 | 프시초 enola0000@naver.com

7/10

수록곡
1. A Rush And A Push And The Land Is Ours
2. I Started Something I Couldn’t Finish
3. Death Of A Disco Dancer
4. Girlfriend In A Coma
5. Stop Me If You Think You’ve Heard This One Before
6. Last Night I Dreamt That Somebody Loved Me
7. Unhappy Birthday
8. Paint A Vulgar Picture
9. Death At One’s Elbow
10. I Won’t Sh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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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friend In A 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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