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ths – The Smiths – Rough Trade, 1984 찌질이에게 경배를 1980년대를 돌아볼 때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더라도– 오늘날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밴드는 스미쓰(The Smiths)이다. 비록 활동기간 동안 자국인 영국 외의 지역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지는 못했지만, 1990년대 브릿팝(BritPop)의 홍수 속에서 이들의 이름은 메아리(혹은 망령)처럼 되뇌어졌고 이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되풀이되고 있다(한 해에도 ‘제 2의 스미쓰’라는 타이틀을 내건 밴드는 무수히 등장하고 있다). 1984년 셀프 타이틀 데뷔앨범 [The Smith]가 발표될 때만 해도 스미쓰가 이토록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밴드의 대변인을 자처했던 ‘허풍선이(big mouth)’ 모리씨(Morrissey)야 “당연한 일이고 또한 예상했던 일이다”라고 떠벌여대지만, 아마 그 역시 자신의 밴드가 이정도의 위치에 오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미쓰의 커리어에서 딱 한 장의 앨범을 뽑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규 3집 음반 [The Queen Is Dead](1986)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밴드 멤버들 역시 이러한 의견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밴드 스미쓰의 가치’를 가장 집약해서 보여주는 음반은 오히려 [The Smiths]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 음반이 훌륭한 송라이팅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도, 사운드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도, 또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사춘기 정서를 밑바닥까지 드러내는’ 가사의 아름다움 때문도 아니다. [The Smiths]가 갖는 가치는 이 앨범이 바로 ‘데뷔 앨범’이라는 사실에 있다. 이는 스미쓰의 시작이기도 했지만, 주류 팝으로부터 소외되어왔던 ‘침묵한 다수’가 수면 위로 등장한 첫 시점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스미쓰의 의미를 모리씨의 가사에 지나친 비중을 두고 일면적으로 규정짓는 일일 것이다. 팝송이 ‘기타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갈수록 멀어지던 당시(1980년대)의 상황에서, 조니 마(Johnny Marr)의 징글쟁글(jingle-jangle) 주법이 기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사실 또한 모리씨의 가사 못지않은 비중을 갖는다. 스미쓰의 사운드는 종종 ‘전통주의’적 측면에서 다루어지고, 또 이들의 사운드가 버블검(bubble-gum) 팝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스미쓰의 노래들은 전통적인 버스와 코러스의 경계가 모호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는 아마도 작곡이 조니 마의 주도 하에 ‘연주곡’으로 완성된 후. 차후에 모리씨의 보컬이 덧씌워지는 이들의 작업방식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스미쓰의 노래들은 대체로 보컬이 아닌 기타를 통해 곡의 주선율을 만들어간다(음역대를 살펴봐도 기타가 보컬보다 높은 키에서 멜로디를 주도해나간다). 조니 마의 기타 사운드가 ‘코드’보다는 ‘스트로크’에 비중을 두는 까닭(이른바 징글쟁글)도 이러한 원인에 기인할 것이다. 결국 노래이기 이전에 연주곡으로 완성된 이들의 곡에서 모리씨의 보컬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운신의 폭을 갖는다. 하지만 모리씨의 보컬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누군가 ‘용감한 크루닝(crooning)’이라 칭한 바 있는, 음의 고저보다는 장단에 중점을 둔 모리씨의 보컬은, 특유의 혀짧은 발음과 중성적인 목소리 톤으로 인해 아직 채 성숙하지 않은, 유아적인 웅얼거림으로 표출된다. 명징하게 찰랑거리는 기타 톤과, 아이의 혀짧은 투정 같은 음색, 그리고 그러한 사운드에 덧씌워지는 문학적이고 자기비하적인 가사는 기묘한 ‘정반합’을 만들어낸다. 모리씨의 가사에 대해서는 이 지면을 할애하는 것 보다는, 실재 해석본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빠른 이해를 돕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수록곡 란의 ‘가사보기’ 참조).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The Smiths]의 화자는 성적으로 미숙한 사춘기 남자의 ‘여성에 대한 두려움'(“Reel Around the Fountain”, “Pretty Girls Make Graves”)과, 바로 그러한 자신의 ‘성인으로서 완성되지 못함’에 대한 자책감을 드러낸다(“You’ve Got Everything Now”, “Still Ill”). 그것은 이 세상에 대한 비난과 조소(“You’ve Got Everything Now”, “This Charming Man”),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 대한 원망(“What Difference Does It Make?”, “I Don’t Owe You Anything”), 자기비하(“The Hand That Rocks the Cradle”)를 통해 표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을 긍정하며 누군가 자신을 이해하고 함께 해줄 사람이 있으리란 (부질없는) 희망으로 이어진다(“Hands in Glove”). 그리고 이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른이 될 수 없었던 아이들’에 대한 자기동일시에까지 이른다(“Suffer Little Children”). 결국 스미쓰의 앨범은 ‘골방 사춘기 영혼’들을 위한 사운드트랙,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춘기적 정서로부터 벗어난 사람들은 스미쓰(와 모리씨의 가사)를 좋아하지 않거나 심지어 혐오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스미쓰는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의 의미밖에 지니지 않았던, 그래서 주류라고 할 수 없는 팝 음악으로부터 마저 소외되어왔던 ‘사춘기’라는 시기가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마땅한 삶의 한 형태임을, 그리고 그 시기의 예민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함을 당당히 선언한다. 그럼으로써 스미쓰의 음악은 누구나 겪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그 한시적 시기의 ‘대변자’로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것은 특정시대를 대표하는 ‘시대정신’ 그 이상의 보편적 가치를 획득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20060818 | 김태서 uralalah@paran.com 10/10 수록곡 1. Reel Around the Fountain [가사보기] 2. You’ve Got Everything Now [가사보기] 3. Miserable Lie [가사보기] 4. Pretty Girls Make Graves [가사보기] 5. The Hand That Rocks the Cradle [가사보기] 6. This Charming Man [가사보기] 7. Still Ill [가사보기] 8. Hands in Glove [가사보기] 9. What Difference Does It Make? [가사보기] 10. I Don’t Owe You Anything [가사보기] 11. Suffer Little Children [가사보기] 관련 글 Smiths [The Smiths] 리뷰 – vol.8/no.16 [20060816] Smiths [Hatful Of Hollow] 리뷰 – vol.8/no.16 [20060816] Smiths [Meat Is Murder] 리뷰 – vol.8/no.16 [20060816] Smiths [The Queen Is Dead] 리뷰 – vol.8/no.16 [20060816] Smiths [Strangeways, Here We Come] 리뷰 – vol.8/no.16 [20060816] Morrissey [Ringleader Of The Tormentors] 리뷰 – vol.8/no.15 [20060801] 관련 영상 “This Charming Man” 관련 사이트 스미쓰와 모리씨의 포털사이트 http://www.shopliftersunion.com 모리씨의 팬 사이트 http://www.morrissey-solo.com 스미쓰와 모리씨의 팬 사이트(국내) http://cafe.daum.net/TheSmit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