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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스(The Mustangs) – The Mustangs – 비트볼, 2006

 

 

야생의 사고

‘평론가가 좋아할 밴드’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사람들은 그 말을 밴드의 묘비명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건 어느 정도는 진실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이른바 평론가의 ‘허위의식’이란 것은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 사이의 관계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넣지 않으면 쓰고 넣으면 맛이 없다. 평론가가 어떤 밴드의 음악을 지나치게 좋아할 때, 그는 설탕을 타고 있는 것이다. 누가 그 맛을 좋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른 면을 보자. 묘비명이 아니라 홍보 문구가 될 수 있을 면. 그 밴드는 신선하고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지만 규칙을 무시할 만큼 무모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 밴드가 만드는 음악은 기성품의 느낌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생생하게 살리지만 생뚱맞은 파격이 예술적 시도인 양 포장되지는 않은 음악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 밴드는 많은 사람들의 불안정하고 단기적인 지지보다는 특정한 사람들의 강력하고 꾸준한 지지를 얻게 될 수도 있다.

머스탱스(The Mustangs)가 그런 밴드일까? 어떤 사람들은 머스탱스가 이미 그런 밴드라고 말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당장은 아니지만 곧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꺼져버리라고 소리칠 것이다. 즉 사람들은 이 밴드와 밴드가 만든 음악에 대해 애매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로서는, 전신 밴드인 마리화나 시절의 곡들을 중심으로 3년에 걸쳐 녹음한 머스탱스의 데뷔작에 대해 일장일단을 가진 음반이라고 애매하게 말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장(長)’이 더 길다(長).

음반에 대해 간단히 말하라면, ‘야성적 싸이키델릭’이다. 곡들의 길이는 길고 속도와 다이내믹을 조절함으로써 구성의 다양함을 꾀한다. 거친 질감의 사운드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강렬한 방식으로 뒤엉켜 있고 무드는 번지점프 최저점의 순간처럼 팽팽하다. 보컬은 건들거리거나(“Red Wood Run”) 소리지르거나(“유리병 스트레스”) 신실하게 노래한다(“바람”). 즉 공연에서의 효과가 기대되는 소리들이다.

그러나 단지 이것만으로는 야성적이지도 않고 싸이키델릭하지도 않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기타다. 이 음반의 기타 사운드는 최근 몇 년간 들어본 한국 록 기타 사운드 중에서 가장 퍼석거리고 다채로우며 강렬한 소리를 들려준다. 약에 취한 별들이 떠다니는 것 같은 “U”, 후려치고 나서 제풀에 허우적거리다 정신을 차리고 내달리는 듯한 구성을 취하는 “유리병 스트레스”, 한국 록의 어떤 전통에 발을 담그고 있는 “바람”에서 기타가 차지하는 중요성과, 더불어 이러한 곡들이 2006년의 한국 인디 록에서 차지하게 될 중요성에 대해선 거듭 강조하고 싶다.

아쉽게도 이런 훌륭함이 음반의 문제를 완전히 가리지는 못한다. 문제의 대부분은 녹음이나 연주가 아니라 곡에서 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짜릿한 쾌감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시간이 많다. “Red Wood Run”의 후반부를 위해 우리는 전반부와 중반부를 ‘견뎌야’ 한다. “Sly Laughter”는 ‘다이내믹’을 볼륨의 높고 낮음만으로 이해한 것처럼 들린다. “Input”은 서로 다른 두 곡을 붙인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곡들은 밴드가 자신의 길을 못 찾았다기보다는 길에 놓인 장애물을 넘는데 힘들어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비록 여기서 약점으로 언급하는 곡들에서도 밴드는 신중한 주의를 기울인 것 같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인디 씬의 ‘인습’이 된 듯한 영어 가사에 관한 문제는 다른 리뷰에서 여러 번 말했기 때문에 여기서 그에 덧붙일 것은 없는 듯 하다.

머스탱스의 데뷔 음반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야생적’이다. 폭발적이고 격렬한 기운을 내뿜는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 기운을 통제하는 데 있어서 종종 흐트러진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 사운드가든(Soundgarden)의 [Ultramega OK](1988)가 떠오르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스스로의 [Badmotorfinger](1991)나 [Superunknown](1994)을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다. 나는 머스탱스가 생산자와 수용자의 범위가 거의 일치하는 규모의 씬에 머무르다 끝날 밴드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돼서도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한국 록의 지층 사이에 또렷이 스며들 자격이 있는 소리를 만든 밴드가 겪어야 할 일은 아닐 것이다. 밴드가 별점란의 공백을 메울 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20060729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수록곡
1. Red Wood Run
2. U
3. Sly Laughter
4. 유리병 스트레스
5. Paraffin
6. Input
7. 바람
8. 1999 Memory

관련 사이트
비트볼 공식 사이트
http://www.beatballrecords.com